어느 미국 TV 방송의 앵커맨(스카이라크)과 프로듀서가 김정은의 초청으로 그를 인터뷰하러 평양엘 가게 되자 CIA에서 핵무기로 미국을 공갈 위협하는 그를 암살시키라고 회유한다. CIA의 여성 담당자가 암살에 필요한 도구를, 일례를 들면 맹독이 잔뜩 들어있는 작은 반창고를 스카이라크의 손바닥에 붙여놓아 김정은이 악수를 하면 독살될 수 있는 방법 등에 대한 코믹한 준비 과정과 독설적인 방송인들의 무절제한 농담 등으로 관중을 웃기기 위한 코미디다. 그러나 평양에 도착한 스카이라크와 그의 친구는 쉽사리 결행을 못한다. 그러는 중 인터뷰가 진행되면서 스카이라크와 김정은의 성장 과정의 유사성이 드러나고 스카이라크는 인터뷰 대상에 대한 동정심까지도 느낄 정도가 된다. 하지만 북한의 핵무기 미사일이 미국을 향해 발사되도록 군인이 발사 버튼에 손을 대고 김정은의 마지막 지시만 기다리는 일촉즉발의 순간에 김일성이 스탈린에게서 선물받았다는 탱크 속에 들어간 스카이라크와 친구가 김정은을 조준하여 포문을 여는 바람에 김정은의 얼굴과 머리가 박살나는 과정이 슬로 모션으로 처리된다.
상기한 것은 12월25일에 개봉될 예정이었다가 제작자인 소니 회사에서 엊그제 취소한 ‘인터뷰’란 영화의 개요다. 소니 회사는 북한의 해커들에게 컴퓨터망을 침해 당해 갖가지 비밀자료들을 빼앗겨 공개되는 바람에 궁지에 빠진 데다가 그 영화를 관람하러 가는 사람들은 9.11같은 흉변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는 위협으로 유수 연쇄 영화관들이 상영 계획을 줄줄이 파약하는 사태에 직면하자 그런 고육지책을 쓸 수밖에 없었다. 이익을 보기는 커녕 제작비만 4,400만불 날린 것이다.
121부대라고 알려진 북한군의 컴퓨터 해커들이 벌써 몇 달 전부터 소니의 통신망에 전자 접근을 해서 소니 직원들의 신상 정보를 다 알아 냈을 뿐 아니라 간부들 사이에 유명 스타들을 비하하는 농담 교환의 전자 메일에 더해 심지어는 오바마의 영화 기호에 대한 혹평 등을 온천하에 공개하고 있는 상황은 여간 심각한 것이 아니다. 미국 기업들의 통신망이 해커들의 공격 앞에 속수무책인 것으로 들어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영화를 개봉 상영하는 것은 북한에 대한 최악의 전쟁 행위라서 가공할만한 대가를 치루어야 된다는 북한의 주장이 먹혀들어갔기 때문에 북한이 소위 비대칭(非對稱) ‘무기’ 공격이 손쉽게 성공을 거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앞으로는 북한만이 아니라 어떤 독재자의 나라도 서방 세계의 오락 풍자의 영상물에 더해 사실 보도라도 그들의 치부를 노출시키는 것이라면 보도 내용을 취소하거나 사과를 안하는 경우 사이버 테러를 감행하겠다고 위협할 수 있는 전례를 남긴 셈이다. 한걸음 더 나가서 금융기관, 발전, 급수, 교통 등 기간 시설에 대한 사이버 공격으로 상대국의 사회 안전을 교란시킬 가능성은 또 어떤가? 컴퓨터 잘 만지는 어린아이들 앞에 어른들이 벌벌 떨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 정부가 이번 소니 사태를 북한 해커들의 소행으로 99% 확신하면서도 아직까지 북한 당국을 지탄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에 대한 대응책이 뾰족한 게 없다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또 미국 자체도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방해하기 위해 이스라엘과의 협조로 이란 핵시설의 원심분리기들을 사이버 공격으로 불능화 시켰다는 보도도 있었으니까 무엇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양시양비론도 있을 수 있다.
그러면서 얼마 전에 재미있게 읽은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의 랜들 박 회견 기사가 생각났다. 한인 2세인 박 씨가 바로 문제의 영화 속 김정은이었다. 40대인 그가 코미디 클럽 등에서 수련을 쌓아 이제는 다른 부수입이 없이도 연기만으로 생활을 영위하게 되었다면서 이 영화가 더 활발한 장래로 이어지리라는 기대를 피력한 바 있었는데 개봉 취소가 악영향을 미칠 것인가가 생각 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 개인 기호로는 이 영화가 개봉되었다 하더라도 청소년 입장이 제한되었다는 의미의 R급이라서 부도덕한 주제나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을 피하는 나의 신조 때문에 안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DVD로 나온다면 나쁜 장면은 빨리빨리 돌려가면서라도 한 번 보고 싶은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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