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9일 시베리아산 유연탄 4만 5000톤을 실은 중국선적의 화물선이 포항항에 도착했다는 소식은 ‘철마는 달리고 싶다’의 슬픈 사연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아쉬움을 안겨주었다. 왜냐하면 이 화물을 실은 철마가 휴전선을 넘어 남쪽으로 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화물은 러시아 하산과 북한 나진항을 잇는 길이 54km의 철도를 통해 국경을 거쳐 나진항에 도착, 화물선에 옮겨 실어져서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다. 왜 이 철마는 같은 땅 같은 민족이 살고있는 남쪽으로 달리지 못했을까? 나는 이 소식을 접하면서 6.25전쟁중 개성에서 남쪽으로 달려오다가 중공군의 개입으로 더 달리지 못하고 경기도 장단 비무장지대에 방치되어 있던 다 녹슬러버린 ‘철마는 달리고 싶다’의 주인공의 마지막 모습을 되새겨 봤다. 내가 1960년도 초 판문점회담 취재기자로 여러 보도진과 함께 유엔군 버스를 타고 판문점을 왕래했었을 때 우리는 이 철마를 멀발치에서 보고 지나갔다. 그 때 이 철마는 쓸쓸한 모습으로 서서 ‘나는 달리고 싶다’라고 우리에게 외치는 듯 했다. 그 후 60년이 지났지만 그 철마는 달리지 못하고 있다.
6.25전쟁 2만여명의 국군포로가 건너 온 임진강 ‘자유의 다리’를 건너 경기도 파주시 문산시에 가면 임진각이 있다. 임진각에는 실향민들이 북녁 조상들에게 차례를 모시는 제단 망배단과 문화재로 지정된 ‘철마는 달리고 싶다’의 주인공 증기기관차 박물관이 있다. 파주시당국이 이 철마를 지금의 장소로 옮겨 총탄과 녹을 거둬내고 원래대로 복귀하여 관광객에 공개, 매초 10분 마다 그 옛날에 울렸던 기적을 민족비애를 알리고 있다.
남북한의 철도개통이야 말로 통일의 전초조건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그런 교훈을 동서독 통일과정에서 배울 수 있다. 서독은 베를린 장벽 붕괴 2개월전 1989년 9월 화물을 싣고 모스크바를 떠난 기관차가 동베를린을 통과, 서독 하노바까지 온 간적이 있다. 그리고 통일직전인 1990년 7월 1일 동서 베를린간의 지하철이 개통되었고 같은 날 새벽 서베를린을 떠난 열차가 동베를린의 프리드리히 슈트라세스 역에 도착함으로서 통일을 더 앞당겼던 역사적인 사실들이 이를 증명하는 듯 하다. 나는 동독 철도청 직원들의 브라스 밴드가 통일을 축하 하듯 경쾌한 음악을 연주했던 아름다운 모습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이렇게 하여 61년간 막혔던 ‘동서독간의 철마’는 통일을 싣고 달리지 않았던가?
남북한 당국자들은 남북간 철도도로 연결문제를 논의만 하고 실천을 못하고 있으니 마음이 아프다. 지난 2005년 5월 12일부터 사흘간 개성에서 당국 간 실무접촉을 하고 남북 간 철도.도로 연결 문제를 논의했을 때는 한 폭의 희망이 보였었다. 양측은 남측이 북한지역 철도역 건축과 철도보수작업까지 검토하는 선까지 논의가 되었었다. 이 문제는 지금도 북한 측 관계당국의 결단에 달려있다. 심지어 2007년 경의선과 동해선 열차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시범 운행을 하기도 했었다.
잘 풀릴것 처럼 보이던 남북한 철도연결문제는 북한의 핵개발을 싯점으로 하여 북한의 연속되는 장애물들이 허리를 졸라맸다. 즉 남한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을 계기로 북한은 경의선 철길을 아예 닫아버리고 말았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간의 냉각은 더 가중되었다. 천안함폭침과 연평도 포격사건은 박근혜정부로 하여금 냉각의 냉각을 가중하게 하였다. 아무튼 철마는 남북으로 달려야 하겠다. 그것이 바로 통일의 문을 열어주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그마한 희망은 보인다. 지난 달 23일부터 5일간 평양에서 열렸던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사장단 정례회의에 한국 코레일 최연혜사장이 참석했다.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바란다. 이 기구는 국제철도 연결과 이용에 관련된 사항 등 국가간의 상호협력문제를 논의하는 기구다. 시베리아 횡단철도나 중국 횡단철도가 북한을 통해 남한으로 연결되는 사업은 러시아 중국 한국뿐 아니라 북한 경제에도 지대한 영향을 줄 뿐 아니라 통일의 첩경이 되기 때문이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다 실현되는 날이 곧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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