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중일기’라는 책 이름이 이순신이 자기의 진중(陣中) 일기에 직접 붙인 책 이름으로 오해하는 일이 흔하다. 이순신 7년 일기의 표지는 壬辰日記(임진일기), 癸巳(계사), 日記甲午年(일기갑오년), 丙申日記(병신일기), 丁酉日記(정유일기), 丁酉(정유), 日記戊戌(일기무술) 등 7권으로 되어 있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갑오년 다음해인 乙未年(을미년) 일기가 빠져 있는 것과 정유 일기는 2권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 <난중일기(亂中日記)>라는 이름은 어떻게 유래 되었을까?
충무공을 지극히 숭모하던 정조대왕은 그의 통치 19년째인 1795년 규장각 문신 윤행임과 검서관 유득공에게 이순신의 친필기록을 총망라한 이충무공 전서(李忠武公全書)의 편찬을 명한다. 이에 그들은 이순신 친필기록을 전국적으로 수집하여 일기, 장초(전황보고서), 서간첩(개인편지) 세 분야로 분류하고 편의상 7년 일기를 통틀어 <난중일기>라고 지칭한데서 비롯되었다. 말하자면 <난중일기>란 이순신 사후 약 200년 뒤의 후세들이 편의상 붙인 7년 일기의 통칭이다.
필기체인 초서(草書) 일기를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정자 해서(楷書)로 옮기는 과정을 탈초(脫草)라고 하는데 이는 쉽지 않은 과정이어서 오류가 발생하기 쉽고 정조 때의 전서본 난중일기도 오류를 완전히 면할 수 없었다. 또한 초고본에 있는 일기가 전서본에는 누락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 내용으로 보아 명예롭지 못한 비난이나 여자 관계 등 사적인 기술은 의도적으로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 그 후 1935년 조선사 편수회에서는 이들 오류를 바로 잡고자 다시 해독하여 ‘난중일기초’를 간행 하였는데 정조대의 전서본 보다는 진전된 출간이었으나 이 역시 완결에는 이르지 못했다.
1955년 벽초 홍명희의 아들 홍기문이 최초로 한글판 난중일기를 국내에 소개한 사실이 2013년 순천향 대학교 노승석 교수에 의해 밝혀졌다. 그런데 1967년 12월 31일 새해 맞이 한밤중에 박정희 대통령이 대대적으로 확장 조성한 현충사 유물관에 전시 보관 되어 있던 친필초고본 난중일기가 몽땅 도난 당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하여 치안국에서 직접 수사에 나섰으나 진전이 없자 1968년 1월 8일 박정희 대통령은 초강력수사 의지 천명, 자수반환시 사면, 정보제공자에게 포상 등 강경회유책을 특별성명하였다. 그러자 바로 그 다음날인 1월 9일 부산시경 국장실로 범인 중 한 명의 조카인 어린 학생의 신고를 받아 문화재 전문 털이범 일당 6명의 검거와 함께 일본으로 밀반출 되기 하루 전에 극적으로 난중일기 전질을 완전하게 회수하는 개가를 올렸다.
이는 실로 민족의 다행으로 참으로 부끄러운 사건이었다. 이에 놀란 박정희 대통령은 즉시 영인 복사본 50부를 만들어 여러 곳에 분산 보존토록 조처했다.
2007년 탈초 전문가인 노승석 교수는 난중일기 원본과 함께 현충사에 보존되어 온 ‘재조번방지초’를 조사하여 이 기록은 충무공 종가에서 보존되어 오던 ‘충무공유사’의 잘못된 이름으로 그 내용에 그동안 실전되었던 을미일기 30일치, 병신일기 1일치, 무술일기 1일치 등 총 32일치의 일기를 찾아내어 실전부분을 보충할 수 있는 성과를 거두었다.
전서본 난중일기의 분량은 7년, 85개월인 2,539일 중 1,593일의 일기를 담고 있어 946일치가 빠져 있는 셈이다. 그 이유는 긴박한 전쟁상황, 옥에 갇혀 있을 때, 신병 등으로 기록을 할 수 없는 상황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난중일기는 전쟁의 최고 책임자가 엄정한 마음가짐으로 7년이라는 방대한 분량을 직접 기록하여 1,050여 명의 인명, 460여 곳의 지명, 180여 병고의 아픔, 140여 회의 술 이야기, 110여 회의 처벌, 100여 회의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 38회의 판옥선과 꿈 이야기 등 울분과 희열, 우의와 증오 등 공사감정이 꾸밈없이 기록된 실기문학적 보전이다.
일본 공립여자대학교의 후쿠시마 만지(北島万次) 교수는 임진왜란 전문연구가로 한국의 간행물에 기고까지 하는 분인데 2001년 난중일기를 일본어로 번역하여 출간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왜 우리는 임진왜란, 이순신의 정확한 보고인 난중일기를 읽지 않고 왜곡되거나 꾸며진 영화나 소설에 탐닉하는 것일까? 이제라도 난중일기를 국민필독서로 하여 그 속에서 진정한 이순신의 감동을 만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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