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번에도 썼지만 1969년에 나를 채용한 하와이대학 영문과 내의 저널리즘 프로그램 책임자였던 스캇은 자기 자신이 바로 그 대학에서 받은 석사 학위 밖에 없는 사람이라서 박사 학위 소지자들을 밉게 보는 사람이었다. 밉게 보는 정도가 아니라 박사 학위 받은 사람을 조교수로 채용해서 4, 5년 이용하다가 종신재직권 심사 때 탈락시키고 새 사람을 뽑는 등 자신의 자리 보존 능력에 이골이 난 사람이었다.
필자 전에 당한 미국인 조교수의 전철을 필자도 밟을 위험성 앞에서 그의 자격 미달과 아울러 신문학 교과 과정도 개선해야 된다는 것을 지적하는 장문의 건의서들을 영문과 과장과 문리대학장 등에게 제출하는 등 종이 싸움(?)을 벌였지만 승패는 미리 정해진 바나 다름이 없다. 종신 재직권(Tenure)으로 보호를 받고 있는 스캇 앞에서 그런 보호막이 없었던 나에게 닥친 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결과 뿐이었다.
그런데 종신 재직권의 개념이 대학교수들만이 아니라 공립학교 교사들에게도 적용되어온 전통은 주 마다 조금씩은 다르지만 100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학교 교사들은 채용된 후 일정한 기간 근무한 다음 인사위원회나 비슷한 상급자 기관의 심사를 거쳐 종신 재직권을 부여 받게 되면 은퇴 나이까지 계속 직장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물론 특별한 잘못이 있으면 해고될 수 있지만 그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에 교육구청의 입장에서 보면 대단히 어렵고도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게 정설이다. 이번 주 화요일 LA의 고등법원 롤프 투류 판사는 캘리포니아의 (교원들의) 종신 재직권법이 학생들의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하기 때문에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캘리포니아의 상고 법원이나 대법원이 아닌 초심 재판 법원의 판결이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 등 전국적인 관심을 끄는 이유는 교원들의 종신 재직권에 대한 법적 도전이 여러 주로 파급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원고들은 아주 열악한 교육 환경을 가진 고등학교 학생들 9명이었다. 그런 학생들이 변호사 비용을 쓸 경제적 능력이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들 뒤에는 실리콘 밸리에서 엄청난 돈을 벌은 데이비드 웰치란 억만장자가 있다는 게 언론의 보도이다. 학교들의 질을 높이는 교육개혁 운동에 앞장서 있다는 웰치는 이미 “학생들이 중요하다(Students matter)”라는 재단을 세운 바 있었는데 연방 대법원 사건 담당 전문 변호사들이 둘이나 포함된 강력 변호팀을 학생들에게 제공했다는 것이다. 버가라 대 캘리포니아라 명명된 이 사건은 피고가 브라운 주지사 등이지만 사건 추이에 가장 관심을 가진 쪽은 캘리포니아의 27만 이상의 교사들을 대표하는 노동조합들이다.
LA 교육감이 원고 학생들을 위한 증인으로 출두한 데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대부분의 교육감들이나 교육위원회들은 종신 재직권이 무능하고 게으른 교사들의 철밥통 노릇을 하고 있는 현실을 타파하는 것이 공교육 개혁의 급선무라는 입장이다. 노조 측이나 일반 교사들은 이번 사건이나 종신 재직권 철폐 입법화의 움직임을 노조들을 약화시키려는 정치적 음모라고 규탄한다.
한인 2세라고 한인사회에서만 잘 알려진 게 아니라 미 주류사회에서도 공교육 개혁의 여걸로 유명한 미셸 리 전 워싱턴 DC 교육감의 개혁 중 하나가 바로 종신 재직권 폐지였다는 지적이기 때문에 그가 투류 판사의 판결을 지지한 것은 당연하다.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로 연방교육장관인 애니 던칸도 투류 판사의 판결이 현존하는 교사 종신 재직권 법률들 때문에 많은 피해를 보고 있는 수백만의 (소수 민족계나 경제 빈곤층) 학생들을 도울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캘리포니아에서 종신 재직권을 가진 선생을 이유가 있어 해고하려고 해도 평균 45만불이 소요되고 몇 년 심지어는 10년까지도 걸리기 때문에 선생 자격이 없는 자들이 계속 가르치게 되고 그 결과 그들이 주로 배치된 열악한 지역의 학생들은 높은 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헌법상 보장된 권리를 박탈당한다는 게 투류 판사 판결의 주요 이유다. 노동조합들의 항고로 결국은 이 사건이나 흡사한 사건들이 연방대법원으로 향하게 될 것이다.
한편 LA 법원에서 승소한 웰치의 교육개혁팀은 뉴욕, 커네티컷, 메릴랜드, 오레곤, 뉴멕시코 그리고 캔사스주 등에서도 학생들이 높은 품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헌법상에 보장된 권리가 교사 종신 재직권법과 관행에 의해 침해되니까 위헌 판결을 해달라는 고소 사건들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란다. 교사들의 종신 재직권이 사라질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변호사 MD, VA 301-622-6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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