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리랑 건강복지센터를 다녀왔다.
장소가 메릴랜드 콜롬비아였다. 사무실을 비운다거나 먼길을 가는 일은 내게는 별로 없는 일이다. 그러나 얼마 전 노인복지센터에서 법률상식을 전해달라는 부탁을 받고는 거절을 할 수 없었다. 내 부모님의 부탁으로 들렀기 때문이다.
유난히 길 찾는 일에 서툰 나는 아침 일찍부터 내 길잡이 네비게이션을 의지해 먼 길(?)을 떠났다. 내가 약속한 시간보다 한 시간 전에 도착한 나는 아리랑 복지센터에 들어가서 그 규모에 깜작 놀랐다.
장소가 얼마나 넓던지 그 안에 200여분의 어르신들이 예배를 드리고 계셨다. 시설 면에서도 아주 훌륭했고 무엇보다도 나이 들어 세상 돌아가는 소식과 친구가 그리운 어르신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있는 듯 했다. 일찍 도착한 나에게 따뜻한 죽을 권하신다. “괜히 죽 먹고 강연을 죽 쓰면 어떻게 하지요”라고 농담을 하고서는 죽 한 사발을 말끔히 비웠다.
아리랑 복지센터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아침에 죽을 제공하고 점심까지 대접을 한다고 한다. 여러 행사를 통해서 시니어들이 함께 할 수 있고 소일거리도 되어 참으로 보람찬 시간을 보낸다는 소리를 듣고 꼭 필요한 장소이며 아주 귀한 일을 하신다는 생각을 했다. 아침부터 부엌에서 봉사하시는 분들, 앞치마를 두르고 식사를 나르는 남자 분들, 그들 모두가 휼륭해 보이고 아름다워 보였다.
내게 주어진 강연시간이 왔는데, 그 분들을 보는 순간 부모님 생각이 울컥 났다. 우리 부모님들도 시니어센터도 나가시고 친구 분들과 좋은 시간 가지시는 것을 즐거워하신다. 아버님은 시니어센터에서 건강운동을 가르치시기도 한다. 그 분들에게 나에게도 부모님이 생존해 계시는데, 젊었을 때는 몰랐는데 나이가 들수록 부모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아침 출근할 때 전화 드리고 퇴근할 때 전화 드리거나 집에 찾아간다고 했다. 금요일 저녁이면 같이 시장 보러가고 함께 저녁 먹으면서 데이트 한다고 전했다.
시니어들과 관련이 있는 이민법 이슈 중에 먼저 시민권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드렸다. 우선 시민권 신청 서식이 21장으로 대폭 변경 되었다. 시니어 중에 한국말로 시험을 볼 수 있는 나이는 50세 이상이고 영주권을 가진지 20년 이상인 자, 혹은 55세 이상이고 영주권을 가진지 15년 이상 된 자임을 알려드렸다. 또한 65세 이상이고 영주권을 가진지 15년 이상이 된 자는 100문제가 아닌 17문제 중에서 시험 보면 된다. 예외적으로 읽고 쓰고 말할 수 없는 장애가 있는 자는 의사 진단서를 제출하면 시민권 시험을 면제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해 드렸다.
시니어 분들 중 미국 시민권자가 많기에 한국에 있는 자녀들을 위해 영주권 신청을 해 놓은 경우가 제법 있다. 미혼 자녀의 경우 약 6년의 대기 기간이 있고 기혼자녀의 경우 약 9년을 기다려야 한다. “신청 후 기다리는 중에 죽으면 어떻게 되냐”는 질문이 있었는데 그때는 자녀가 미국에 꼭 와야 하는 인도차원의 증명을 해야 한다. 그 증명이 쉽지 않기에 부모 두 분이 시민권자일 경우, 두 분 다 함께 자녀 초청을 해 놓는 것도 좋은 대안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강연 후 질문 시간이 있었는데 대부분의 질문이 한국에 있는 자녀나 혹은 미국 내에서 신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자녀의 질문이 많았다. 오래 전에 자녀 초청을 해 주었는데 한국에서 잘 나간다고 이민 수속을 진행하지 않다가 지금 다시 오겠다고 할 경우 어떻게 하면 빨리 올 수 있냐는 질문도 있었다. 그럴 경우 전에 신청해서 받았던 우선순위를 이민국에 요청해 볼 수 있다고 말해 주었고, 미국내에서 시민권자와 결혼할 경우 불법체류 신분으로도 영주권을 받을 수 있지만, 국경을 넘어 온 경우는 안되니 구제안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전해 주었다.
강연이 끝나자마자 약 20여분이 몰려와서 상담을 의뢰했다. 이민법에 대한 문의나 상담을 하고 싶어도 교통편이 없어서 변호사를 직접 만날 수 없었던 모양이다. 비록 불편한 몸이지만 언제나 자식 생각에 여념이 없는 시니어 분들을 만나보고 참으로 보람찬 이민 상담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까이 있는 버지니아에도 이런 노인복지센터가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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