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NBA 농구선수 시절 농구장의 악동(bad boy)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비상식적인 기행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데니스 로드먼(52세)의 최근 행각은 너무 지나치다. 선수시절 그리고 은퇴 후에도 그가 오렌지색, 금발 등의 두발 염색한 것에 더해 한동안은 여자 옷을 입고 여자 행세를 하는가 하면 도색 영화에 출연하는 등 광기어린 짓들을 다반사로 하던 로드먼이 세 번 이혼에 자식들의 양육비가 80여만불 밀렸었다는 보도마저 있었다. 2, 3년 전에는 한 가정법원에서 로드먼이 돈이 한 푼 없는데다가 알콜 중독으로 건강이 극도로 나쁜 상태라서 양육비를 낼 수 없다고 그의 변호인들이 주장하는 일까지 있었다. 그런 로드먼에게 돈줄이 하나 생겼다. 북한의 ‘유일한 영도자’ 김정은이다. 김정은이 스위스 유학시절에 즐겨 보았다던 NBA의 시카고 불스 게임에서 특히 로드먼이 두드러졌든지 로드먼을 북한에 초청한 게 이번이 네 번 째다.
이번에는 NBA 퇴역 선수 등 10여명을 동반하고 평양에 나타난 로드먼은 김정은의 31회 생일이라는 엊그제 1만4,000여명의 관중 앞에서 김에게 허리를 굽신거리며 해피 버스데이를 불러 심지어는 동행한 미국인들마저 기묘한 표정을 짓게 만들었다. 그 하루 전에는 CNN의 아침 앵커와 인터뷰를 하다가 케네스 배의 석방을 촉구해보았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로드먼은 갖가지 욕지거리를 섞어가면서 배 씨가 큰 죄를 지었으니까 감옥에 있다라는 식의 궤변을 늘어놓았다. 말하자면 김정은의 대변자 노릇을 한 셈이다. 사실 김정은의 집권 2년 동안에 그는 북한을 방문한 몽골 대통령 등 외국의 정상이나 고위층을 하나도 만나지 않았다는 보도도 있고 보면 로드먼 따위를 칙사 대접하는 데서 김정은과 북한 체제의 정상이 아닌 광기의 우선 순위를 읽을 수 있다. 주민들이 헐벗고 굶주리는 현실 앞에서 핵무기 개발에 수십 억 달러를 지불하는가 하면 스키장 등 유락시설 건설에 돈을 쏟아 붓는 행태를 두고 하는 말이다. 김정은과 로드먼의 관계를 광인과 광인 사이의 유유상종(類類相從)으로 보면 된다.
로드먼이 처음 북한 방문 때부터 김정은은 자기의 영원한 친구이며 오바마가 김에게 전화를 걸어 대화의 길을 터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미국은 철저히 무시한다. 핵무기 포기를 전제로 하는 6자회담으로 나와야 한다는 원칙론이다. 김이 로드먼을 통해 미국 조야를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오산도 큰 오산이다.
북한의 모든 매체가 노동당의 선전선동국의 통제 아래 있는 상태라서 북한의 실상을 짐작하기가 쉽지 않은 가운데 적어도 로드먼과 북한팀 일행의 농구시합이 전국적으로 방영되었다는 것은 특수층이라지만 참석자들의 표정으로라도 장성택 숙청 이후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소련 공산당의 일당독재시절 크렘린 궁 사열대에 스탈린 주위에 늘어선 간부들의 서열 순번으로 권력의 변화 조짐을 점치려 했던 것이 전문가들의 연구 방법이었던 것처럼 김정은 옆에 누가 서 있는가, 고모 김경희는 왜 안 보이느냐 등의 TV 장면이 연구 대상으로 등장할 정도로 북한은 아마도 소련 제국 보다 더 철저한 폐쇄사회다. 정상적인 뉴스 취재가 불가능한 사회에는 헛소문과 뜬소문이 판을 친다. 그러니까 장성택의 처형 방식에 대해서도 별의별 풍설이 난무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 진원지는 조선중앙통신 보도이다. “천하의 만고역적 장성택” 같은 자들은 “죽어서도 이 땅에 묻힐 자리가 없다”고 나와 있다. 그러니까 적어도 기관총을 난사해 죽였기 때문에 매장도 필요 없었다는 추론이 있다. 북한 상류층 가운데 “신발만 남기고 가게 되지 않아야 할텐데”라는 자조적 말이 유행이라는 보도도 같은 맥락이다. 한걸음 더 나간 것으로는 원에보인지 하는 중국 인터넷 신문의 한 보도가 있다. 3일 동안 굶긴 120마리의 사냥개들을 벌거벗긴 장성택과 다섯 명의 그의 부하들이 갇혀 있는 곳에 풀어놓아 흔적도 안 남기게 처치했다는 내용이다. 사냥개들의 광란을 김정은과 300명의 고위층이 한시간 동안 지켜보았다는 말까지 있다. 그와 같은 보도에 접했지만 한국 정부와 한국 미디어에서는 확인할 수 없는 것으로 취급하여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말레이시아의 반공지인 스트레이츠 타임스지는 그것을 게재했기 때문인지 BBC에서는 반공지로서의 의제 설정상의 뉴스 선택 결정인지 또는 인터넷 신문의 발행지인 중국 정부의 북한과의 거리두기 조짐의 뉴스 허용 결정인지를 전문가와 진지하게 토의하는 일까지 있었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같은 북한이 정상사회가 되는 날이 언제나 오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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