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영 / 기후변화 전문가 , 워싱턴 DC
넬슨 만델라의 장례식이 긴 여정을 끝내고 드디어 그의 고향 퀴누(Qunu)에 영면의 자리를 잡았다. 그의 부족 템부(Thembu)의 전통을 따라서 레오파드 가죽에 싸인 시신은 “롤리랄라 만델라, 이제 너를 묻는다”는 말과 함께 안장 되었다. 한 부족의 추장의 아들로 태어난 그의 아명은 롤리랄라 (나무를 흔드는 자)이다.
그의 일생은 자서전의 제목대로 ‘자유로의 긴 여정’이었다. 그의 자유는 여러 측면에서 볼 때 내재적인 자유에 더 큰 의미를 주는 듯하다. 석방 얼마 후 그는 “내가 그 문(감옥)을 뒤로하고 자유를 향해 걸어나갈 때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억울함과 분노와 미움에서 떠나지 못한다면 나는 여전히 감옥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란 것을 알았습니다”라고 말했다. 오바마는 1979년 옥시덴탈 대학생 시절에 남아공 아파르트헤트(흑백차별)를 반대하는 ‘다이베스트먼트(divestment)에 참여한 것이 최초의 정치활동이라고 한다. 다이베스트먼트 운동은 대학생들이 대학당국에게 남아공과 관련된 비지니스에 투자한 돈을 회수할 것을 독려하는 운동이었다. 1977년 미시간대학부터 시작해서 1989년 말에는 수백개의 학교와 종교단체, 26개 주와 22개의 카운티, 99개시가 참가했다. 미 연방의회도 1986년부터 일련의 법을 입법화함으로 국제사회의 압력과 경제제재로 결국 남아공 백인 대통령이 만델라를 석방할 수 밖에 없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것을 모델로 삼아 환경운동가 맥기번은 3년전부터 대학가에 다이베스트먼트 운동을 시작했다. 현재 북미의 38개 대학과 뉴질랜드와 호주의 성공회 교단,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시도 참가하면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번의 대상은 화석연료 회사들이다. 지구의 생태계가 참아낼 수 있는 상승 한계선이 섭씨 2도인데 이산화탄소 565기가 톤이 그 상한선이다. 그러나 화석연료 회사들은 배출계획은 이것의 5배가 넘는다. 즉 그들이 우리 모두를 함께 묻을 ‘사망의 굴’을 파는 작업에서 그 ‘팔뚝의 힘’을 빼자는 것이 맥기번의 논리이다. 만델라에게 삶의 철학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그는 서슴없이 ‘우분투’라고 대답한다. 우분투는 그의 종족의 아프리카 말로 우리나라의 ‘정’ 이나 ‘한’의 개념처럼 설명하기 어렵다. 설명보다는 느끼는 것 일게다. 리베리안 평화 운동가 리마 구보위의 번역을 빌리면 “우리 모두가 있기 때문에 내가 나로서 있습니다 (I am what I am because of who we all are)”라고 한다. 만델라 자신은 우분투의 개념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한 여행자가 어떤 마을에 들렀다. 그가 음식과 물을 요구하지도 않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에게 음식을 주고 여러가지 편의를 제공해 준다. 이것은 우분투의 한면에 지나지 않는다. 우분투의 개념이 투철한 사람은 갈등과 해함이 있을 때 자유로워지는 유일한 길은 용서밖에 없음을 알게 된다.” 클린턴의 치적의 하나인 게놈 프로젝트의 총책임자 프란시스 콜린스 박사는 “신의 언어(Language of God)”라는 책에서 모든 인류는 유전자의 99.6%가 같고 침팬지와는 98%, 쥐와는 92%, 파리와는 60%, 지렁이와 30%, 심지어 잔디와도 18%가 같다는 것을 게놈 프로젝트로 알게 되었다고 기술하고 있다. 1858년 다윈과 알프레드 월러스가 각각 생물학적 진화론을 주창하면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 즉 박테리아에서 부터 인간까지 모두가 DNA와 원소를 서로 나누는 하나의 “대가족”임을 주장했었다. 1999년에 완성된 게놈 프로젝트로 이 가설이 과학적으로 증명이 된 셈이다. 우분투에서는 나와 남의 경계선이 분명하지 않다. 마치 어린아이가 느끼는 엄마와 같다고 할까. 콜린스의 이 데이터를 “내속의 99.6%는 당신이고 당신의 99.6%는 저입니다” 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 않을까? 1%도 안 되는 화석연료 회사들의 사업계획은 분명히 그들 자신과 함께 인류의 미래를 멸망의 함정으로 밀어 넣는 계획이다. 만델라의 석방을 유도했던 다이베스트먼트 운동의 또 한 번의 성공에 희망을 건다. 이번의 목적은 인종 갈등의 종식이 아니라 인류와 생태계와의 화합이다. 게놈 프로젝트로 알려진 과학적 발견은 인류와 생태계와의 경계선도 분명하지 않다고 말해 준다. 생태계의 모든 생명은 DNA와 원소를 공유하는 하나의 대가족이지만 우리는 나와 남을 대칭구조로 본다. 남에게서 나를 보지 못함, 어쩌면 이것이 바로 만델라가 지적한 스스로를 감옥에 가두는 일이 아닐까? 이것이 우분투에 철저한 한 영혼이 평생을 통하여 추구했던 ‘자유로의 긴 여정’의 숨은 의미가 아닐까? 한 시대의 큰 별을 떠나보내며 드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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