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화요일 요하네스버그의 국립축구장에서 있은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통령의 장례식은 국장이 아니라 세계장으로 불리어야 마땅할 정도였다.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 4명을 포함하여 90여명의 정상급 세계 지도자들과 유명 인사들이 아직도 가난에 찌들어 있지만 적어도 정치적으로는 백인들과 동등하게 된 흑인들과 섞여 ‘아프리카 공화국의 국부’를 추도했기 때문이다. 어떤 평자는 만델라가 조지 워싱턴과 아브라함 링컨을 합쳐 놓은 것과 같은 인물이었다고 지적한다. 소수의 백인들이 절대 다수의 흑인들을 철저히 분리시키고 억압하던 아파르헤이트(인종분리정책) 때문에 흑인들은 백인들의 종들이나 마찬가지 신세였던 최악의 제도에 종지부를 찍고 1인1표의 민주주의 원칙대로 흑인들의 정부가 유혈 참극이 거의 없이 탄생되게 한 데에는 만델라의 공헌이 그 누구보다도 컸었기 때문이다.
변호사였던 만델라는 아프리카민족회의(ANC)에 20대부터 가입하여 흑인들의 민권운동에 참여했던바 처음에는 간디처럼 비폭력 저항을 주창했었다. 그러나 비폭력 저항의 결과가 실망뿐일 때 그는 백인 정권에 대한 무력 항쟁을 주창하는 쪽으로 돌아서서 무기 구입에 앞장섰다. 1963년에 만델라가 구속되어 재판을 받게 되었을 때 무력 투쟁을 안 하겠다고만 하면 석방시키겠다는 갖가지 회유를 거절하여 종신형을 받게 된다. 만델라는 감옥을 오히려 흑인해방운동의 전초기지로 삼았다. 그러면서 그의 겸손과 참을성과 자기 절제 등의 탁월한 성품은 심지어 교도관들조차 감동시켜 비밀리에 만델라의 어린 딸을 감방에서 잠간 만나보게 하는 호의를 베풀게 할 정도였다.
남아연방의 가증한 인종분리정책이 전 세계의 지탄을 받게 되고 미국과 유럽 여러 나라들이 경제적인 압력을 가하는 가운데 홀랜드 계의 후손들인 아프리카너 백인들의 소수 정권은 은밀하게 만델라와 협상을 전개한 결과 1990년에 만델라는 석방된다. 그때부터 만델라의 진가가 발휘된다. ANC의 과격파들은 만델라에게 무력으로 백인 정권을 분쇄하여 흑인 정권을 세워야 한다고 요구한다. 이에 대해 만델라는 백인들이 나라 발전을 위해 공헌한 것에 감사해야 하며 보복이 아니라 백인들과의 화해와 타협을 해야 한다고 설득한다. 그리고 남아연방 백인정권의 마지막 대통령이었던 디 클러크와의 협상에서는 흑인들의 참정권을 인정하면서도 최종의 거부권은 백인들에게 주어야 한다는 그의 주장에 대해서, 그런 경우 흑인들의 반발로 인한 유혈 참극의 가능성을 설복시켜 양보를 받아낸 사람도 만델라다.
그 과정에서 두 번째 부인이었던 위니 만델라 여사와의 결별도 감수한다. 물론 만델라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위니가 자기 변호사와 함께 외국엘 갔다 왔을 뿐 아니라 그 변호사에게 보내는 연애편지를 신문지상에서 발견하는 참담한 배신을 당한 것이 이혼의 주요 이유였겠지만 위니의 과격한 정치 성향도 한 몫 했다는 분석이 있다.
그런 와중에 만델라는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되면서 디 클러크를 부통령으로 영입하여 흑백 화합의 상징을 구현한다. 그리고 백인 핍박자들을 처벌해야 된다는 흑인들의 빗발치는 요구를 ‘국민 통합 및 화해 촉진법’으로 달래고자 했다. 이 법에 따라 흑인 데모자들에게 발포 사살했거나 데모자들을 가혹하게 고문한 백인들조차 사면위원회에 나타나 진실을 고백하면 사면을 받았는데 그 수가 6,800명이나 된다. 만델라는 고백하지 않은 자들조차 용서하여 대인의 금도를 보였다.
또 백인 소수 탄압 정권의 수뇌의 미망인들과 자신에게 종신형을 구형해서 27년의 옥고를 치르게 했던 검사마저 대통령 관저로 초대해서 정중한 대접을 함으로써 몸소 흑백 화합을 구체화했다. 백인들만의 경기라는 럭비 시합장에 나타나 응원을 해 열광적인 환호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5년 후에는 ANC의 다음 주자에게 대통령 자리를 물려준다. 세계의 양심, 그리고 정치인들의 사표와 귀감이라는 극찬이 따르는 이유다.
그러나 만델라는 자신의 불완전함을 강조하면서 겸손성을 나타내기도 했기에 많은 사람들이 그를 더 애도한다. 특히 ANC의 정부가 어느 의미에서는 중국 공산당처럼 일당 통치 형태로 ANC에 속한 사람들만 승승장구하는 가운데 흑인들의 40%는 아직도 실직 내지 반 실직 상태의 궁핍을 겪고 있는 현상과 아울러 ANC의 부정부패는 제이콥 주마 대통령이 추도연설을 하러 일어났을 때의 야유 사태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인간치고 완전한 통치자란 있을 수 없다. 그리고 만델라의 사후의 남아 연방의 장래가 걱정된다.
<변호사 MD, VA 301-622-6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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