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일룡 변호사 , 훼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지난 주 버지니아주 훼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군의 아시아계 교직원 단체인 ‘Asian Educators Association’ 모임에 참석했다. 이 단체는 약 7-8년 전에 세워졌는데 현재 회원이 약 60명 정도이다. 아직은 힘이 미미하지만 회원들 사이의 친목 도모, 정보 교환 그리고 지도력 개발 등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 단체가 계속 성장해 회원들뿐 아니라 그들이 책임지고 있는 학생들 교육과 지역 사회에 일익을 담당하기 바란다. 이날 모임에서는 지난 7월 1일 새로 부임한 캐런 가자 교육감과 대화의 시간도 주어졌다. 평교사와 직원들이 교육감을 직접 만나는 기회가 흔하지 않은 만큼 회원들에게 흥분감을 자아냈다. 그런데 이날 모임에서 참석자들이 자신에 대해 잠깐씩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 때 어느 교장 선생님은 원래 부모님들 뜻에 따라 법조인이 되려고 생각했다가 교육으로 방향을 전환했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주위에 변호사로 일하다 교육계로 진로를 바꾼 사람들이 생각났다. 변호사에서 대학교수가 아닌 초중고 교사로 이직하는 게 쉬운 발상이 아닐텐데 교육에 대한 남다른 열정이 이를 가능케 한다.
우선 현재 나와 같이 교육위원으로 일하고 있는 팻 하인즈 헌터밀 지역 교육위원도 그런 경우이다. 뉴욕의 대형 법률회사에서 변호사로 일하다 결혼 후 자녀들을 키우면서 변호사 일을 그만 두었다. 자녀들이 어느 정도 성장하자 변호사 업무로 복귀하지 않고 대신 초등학교 교사가 됐다. 그 후 10년 정도 훼어팩스 카운티에서 가르치다 2011년 선거에서 교육위원으로 당선됐다. 교육위원은 같은 학군에서 교사로 겸직할 수 없기에 교사직을 그만 둘 수밖에 없었으나 가르치는 것을 잊지 못해 현재 인근 다른 학군에서 보조교사로 일하고 있다. 정교사로 가르치지 않는 이유는 교육위원 업무를 소화하며 정교사로 학생들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다 할 수 없을 것 같아서라고 한다. 우리 집 애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 가장 좋아 했던 선생님 한분도 변호사 출신이었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은퇴하는 이 선생님은 원래 교사로 가르치다 변호사가 되었던 분이다. 변호사로 몇 년 일하다 제자 양성보다 더 보람된 일이 없을 것 같아 다시 교직으로 복귀했다. 약 10년 전 미전역에서 최고로 우수한 교사들에게 수여하는 ‘밀리칸 상’을 수상했다. 이 분은 법대에서 자신이 공부할 때 받았던 소크라테스식의 교수법을 본인의 교실에서도 적절히 잘 활용한다. 나의 바로 옆집에 살던 분도 변호사 직을 40대에 그만둔 후 현재 훼어팩스 카운티의 한 교교에서 ‘Government (정부)’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이 과목은 원래 법학과 연관되는 부분이 많아 변호사 출신이 가르치기에 적합하다. 이 분은 학교에서 상당히 유능한 선생님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나의 후배 가운데 과거에 뉴욕과 워싱턴의 큰 법률회사에서 여러 해 일하다 만족을 얻지 못하고 훼어팩스 카운티의 고교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 교사도 있다. 이제 십여년이 지난 이 후배도 교직에 큰 만족을 느끼는 것으로 알고 있다.
훼어팩스 카운티에서 교학담당 교육감보(Assistant Superintendent for Instructional Services)로 있는 프레시디오 박사도 비슷한 경우이다. 그도 처음에 교사로 시작해 교감 직에 있을 때 로스쿨에 진학했다. 변호사가 되어 몇 년간 워싱턴DC의 대형 법률회사에서 일했는데 결국 교육에 대한 첫 사랑을 잊지 못하고 복귀해 현재의 자리에 이르렀다. 그의 유능함은 모두로부터 인정받는바 그가 어디에선가 교육감이 될 것이라는 것에 대해 아무도 의심치 않는다. 아마 지금이라도 본인이 원하면 당장 교육감으로 영입되어 갈 수 있는 곳이 있을텐데 아직 어린 자녀들을 두고 있어 우선 훼어팩스에서 좋은 교육을 받게 하고 싶다하며 마다하고 있다.
나도 가끔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주위에 물어 보았더니 나의 경우 고등학교에서 ‘Government’나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ESOL 클래스를 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훼어팩스 카운티에서는 교육위원으로 있으니 겸직 할 수 없지만 타 학군은 가능한데 언제든지 원하면 추천서를 써 줄 용의도 있다고 한다. 가끔 이 같은 생각을 실천에 옮기고 싶은 유혹이 강하게 찾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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