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카드발행 은행이나 융자기관들은 다른 회사 신용카드 잔고를 옮기는 신규 고객들에게 최대 2년 동안 무이자 카드를 발행해 주고 있다.
‘잔고 이체 0% 이자율’(0% balance transfer)라고 부르는 이 무이자 서비스는 90년대 후반부터 고객유치 경쟁의 한 방법으로 사용돼 왔는데 요즘은 과거보다 무이자 기간을 더 늘리는 파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어떤 카드사는 무이자를 제공하는 대신 잔고 이체 수수료를 잔고의 최고 3%까지 적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0%’ 이자율 서비스는 이체된 잔고에만 해당되는 것이고 이체 후 사용하는 금액에 한해서는 별도의 이자율이 적용된다. 물론 이 서비스를 받으려면 좋은 크레딧 기록을 유지해야 한다.
JP 모건 체이스, 디스커버, 시티그룹 등이 ‘0%’ 서비스는 제공하고 있고 크레딧 유니온도 최근 무이자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또 네이비 페더럭 크레딧 유니온도 9월부터 450만 기존 고객들과 신규 고객들에게 카드 잔고 이체 때 12개월 무이자 서비스를 프로모션용으로 시작했다.
사실 금융회사들은 재정위기를 맞아 부실융자를 정리하고 대출기준을 강화하면서 축소형 정책을 시행해 왔다. 특히 크레딧 카드 발행 때 이자율을 올리거나 발행기준을 엄격히 적용하면서 카드 고객의 급격한 감소를 이끌어 왔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의 재점화를 계기로 경기 회복세가 더디지만 뚜렷해지자 공격적인 마케팅 방법으로 또다시 무이자 이체 서비스를 들고 나온 것이다.
JP 모건 체이스 카드 비즈니스부의 폴 하트윅 대변인은 “포인트 적립식 보상(reward) 카드를 발행하는 것과 비슷하다”면서 “신규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공격적인 전략”이라고 소개했다. 체이스는 미국 내 최대 규모의 카드 발행사로 타 카드회사 잔고 이체 때 15개월 동안 무이자라는 공격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객은 웃고 카드사는 울고
하지만 카드회사가 무이자 서비스로 돈을 벌지는 못한다. ‘0%’ 이자율 서비스는 이체된 잔고에만 해당되는 것이고 이체 후 사용하는 금액에 한해서는 별도의 이자율이 적용된다.
이전의 예를 살펴보면 많은 고객들이 잔고만 이체시키고 새 물건을 구입할 때에는 이체 카드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은행은 이체 수수료 이외에는 어떤 수입도 올리지 못하며 오히려 카드구좌 유지비만 쓰게 되는 셈이다.
또 일부 고객들은 무료 이자기간이 끝날 때쯤이면 무이자 이체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카드 회사로 잔고를 옮겨버리거나 잔고를 모두 갚아버려 은행은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
재정서비스 자문회사인 노판타스의 앨런 시퍼리스 매니저는 “많은 회사들이 돈을 벌 것 같이 생각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케네스 체날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회장도 지난달 주주 회의에서 이같은 무이자 이체 서비스를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소비자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일이다.
김영민(50)씨는 지난 5월 1만달러 카드 부채를 이체금 무이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체이스와 바클레이카드에 나누어 옮겼다. 김씨는 각 1%와 2%의 수수료만 지급했다. 물론 두 카드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김씨는 “돈을 옮긴 무이자 카드를 사용했다가 나중에 이자 폭탄을 맞을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다”면서 “물건을 살 때는 예전에 사용하던 카드를 쓴다”고 말했다.
김씨가 지불한 잔고 이체 수수료는 1만달러에 대한 이자율보다 낮다. 따라서 이자 지불금으로 수수료를 내고 무이자 카드로 잔고를 옮기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김씨는 설명했다.
▲프로모션용 서비스
요즘 크레딧 카드 발급이 금융위기 때보다 더 쉬워진 것이 사실이다.
연방 준비제도이사회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크레딧 카드 부채는 8,536억달러로 2008년 1조달러보다 크게 감소했다. 또 카드 부채는 2012년 기준으로 전체 소비자 부채의 29.68%로 떨어져 1990년 29.42%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로버트 해머 크레딧 카드 자문회사 대표는 “은행들이 그동안 발급 규제를 제안하며 털어냈던 고객들을 다시 유치하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획기적인 상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아마도 프로모션용 마케팅 프로그램에 더 많은 돈을 쏟아 부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무이자 이체 카드의 4분의 1은 18개월 이상 장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시티그룹의 ‘실플리서티’ 카드는 18개월 무이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크레딧이 우수한 일부 고객에게는 21개월까지 무이자를 제공한다.
시티그룹 대변인은 “우리 회사는 보상 카드부터 무이자 서비스 카드까지 고객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디스커버도 ‘디스커버 잇’ 카드의 신규 고객에게 18개월 무이자 잔고 이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카드 전문 자문회사의 스캇 스트루멜로는 “올 2ㆍ4분기에 특히 0% 이체 서비스 카드들이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파격적 무이자 서비스는 단기 금리가 현재의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한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섭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