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재, 헌정사 2번째 대통령 파면 ‘내란죄 철회’등 절차적 하자 부정
▶ 윤 뿐만 아니라 국회에도 쓴소리
▶ 헌재, 국회에 당부 “국민 전체 이익 위해야”
윤석열 전 대통령이 4일 파면됐다. 12·3 불법계엄 선포 명분으로 '헌정질서 수호'를 외쳤지만, 되레 '헌법을 유린한 국가 원수'로 전락해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헌정 사상 두 번째 대통령 파면을 결정한 헌재는 벼랑 끝 대결 중인 정치권을 향해 '관용과 타협'을 당부했다.
헌재는 이날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8인 전원일치로 인용 결정을 내렸다.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111일 만이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오전 11시 22분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주문을 낭독하는 순간 윤 대통령 신분은 '전직 대통령'으로 바뀌었다.
헌재는 탄핵심판의 절차적 하자를 지적하는 윤 전 대통령 측 주장부터 물리쳤다. 문 권한대행은 "계엄 선포가 고도의 정치적 결단을 요하는 행위여도 사법심사 대상이 되고, 소추 절차는 국회 재량이며, 의결 과정이 적법했다면 탄핵소추권이 남용됐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논란이 됐던 '내란죄 철회'와 관련해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례를 근거로 들어 "동일한 사실에 대해 단순히 적용 법조문을 추가·철회·변경하는 것은 소추 사유의 철회·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정리했다. 국회 재의결이 필요한 수준으로 소추안이 달라진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헌재는 이후 실체 판단에 들어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5개 소추 사유 전부에서 '더 이상 국정을 맡길 수 없는 정도'의 중대한 위헌·위법이 확인된다고 결론 내렸다. 5개 사유 중 하나라도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판단되면 파면 사유가 되는데, 국회 측이 문제 삼은 모든 부분을 받아들인 것이다.
헌재는 탄핵 정국의 발단이 된 ①12·3 비상계엄에 대해선 '실체적·절차적 요건을 위반'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대통령으로서 국정 운영에 막중한 책임을 진 점을 감안해도, 당시를 국가비상사태로 평가할 만한 객관적 위기 상황은 찾아볼 수 없고, 국무회의 심의 등 형식도 지키지 않았다고 봤다.
"야당의 폭거를 국민에 알리기 위한 '경고성·호소성 계엄'이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런 계엄은 존재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비상계엄은 선포 즉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게 되는 데다, "해제에 며칠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는 윤 전 대통령 발언을 봐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계엄 선포의 후속 조치였던 ②포고령 역시 같은 맥락에서 중대한 위헌·위법 행위로 판단했다. 문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윤 전 대통령)은 포고령을 통해, 국회에 계엄해제 요구권을 부여한 헌법 조항과 권력분립 원칙,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 직업의 자유 등을 침해했다”고 질타했다.
헌재는 윤 전 대통령 측에서 증언의 신빙성을 문제 삼아 가장 거세게 공격했던 ③군·경 투입을 통한 국회 권한 행사 방해와 ④법조인 위치 확인 시도도 상당 부분 사실로 인정된다고 봤다. 이로 인해 대의민주주의와 사법권 독립 등 권력분립 원칙이 심각하게 침해됐다는 게 헌재 결론이다.
부정선거 의혹에 기반을 둔 ⑤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압수·수색은 그 필요성부터가 부정됐다. 헌재는 “전산시스템 점검이 병력을 동원하면서까지 반드시 취해야 할 조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장주의를 위반한 것이자 선관위의 독립성을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재판관 8명은 만장일치로 “피청구인은 국가긴급권 남용의 역사를 재현해 국민을 충격에 빠뜨리고, 사회·경제·정치·외교 전 분야에 혼란을 야기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문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 이익이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강조했다.
헌재의 만장일치 결정은 한국 사회의 정치적 대립과 극단적 갈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재판관들 입장이 극명하게 나뉠 경우 선고 결과에 불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실제로 헌재는 윤 전 대통령의 반헌법적 통치권 행사를 비판하면서도 국회를 향해서도 쓴소리를 던졌다. 문 권한대행은 “당파의 이익이 아닌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야 한다는 점에서 소수 의견을 존중하고, 정부와 관계에서도 관용과 자제를 전제로 한 대화와 타협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도록 노력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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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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