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무엇인가. 사랑은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에밀리 디킨슨은 “사랑하는 사람은 죽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사랑은 불사이기 때문이다”라고 사랑의 영원성을 찬미했지만 그것은 한갓 로맨틱의 염원일 뿐이다.
사랑이 해볼 만하고 아름다운 까닭은 그것이 찰나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찰나적인 것을 자꾸 영원토록 바라는 인간의 과욕 때문에 눈물과 아픔도 잉태된다. ‘러브’자 붙은 대부분의 노래들이 아프다며 울고불고 하는 것은 사랑의 이런 속성을 뒤늦게 깨닫는 반성문과도 같은 것이다. 사랑의 궁극적인 불임증과 권태와 피로는 안토니오니의 영화에서 절실하게 규명된바 있다.
연인들의 사랑하는 모습을 묘사한 그림들을 사랑에 관한 인용구와 시와 함께 곱게 배치한 126쪽짜리 책 ‘그림 속의 연인들’(Lovers in Art)이 프레스텔(Prestel)에 의해 나왔다. 구름이 낀 해변에서 집사와 하녀가 든 우산 아래서 춤을 추는 두 남녀의 우아한 모습을 그린 잭 베트리아노의 ‘노래하는 집사’를 표지화로 선택한 책은 사랑을 그림으로 다채롭게 형상화해 보고 있으면 사랑에 푹 빠져드는 느낌이 든다. 그림뿐 아니라 조각과 사진도 있다.
연인들은 그리스 신화의 신들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세월을 가로지르며 사랑하고 있고 화가들도 ‘빵 굽는 사람과 그의 아내’를 그린 익명의 로마 화가로부터 검소한 ‘커플’을 그린 20세기의 알렉스 카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사랑은 모름지기 접촉이 없으면 허공중의 키스처럼 모자라기라도 하다는 듯이 많은 그림들이 연인들의 키스와 포옹을 보여 준다. 클림트와 피카소와 로댕의 ‘키스’들이 뜨거운데 키스하는 모습들 중에는 유명한 태평양전쟁 종전일 타임스스퀘어에서 지나가는 간호사를 정열적으로 끌어안고 키스하는 해군의 사진도 있다.
사랑은 신화 속의 신들도 즐겨해 이들의 사랑하는 모습을 담은 그림들도 많다. 천상의 바람둥이로 아내 주노의 속을 몹시 썩인 제신의 왕 주피터는 자기 모습을 백조와 황소 등으로 바꿔가면서 원하는 여자들을 취했는데 그가 이번에는 검은 구름으로 변신해 처녀 이오를 끌어안는 코레지오의 ‘주피터와 이오’가 매우 에로틱하다.
또 티티안이 그린 나신의 사랑의 여신 비너스가 모험가로 핸섬한 아도니스를 끌어안고 “조심하라”고 호소하는 ‘비너스와 아도니스’와 프랑솨 부쉐가 그린 우람한 체구의 천하장사 허큘리스와 풍만한 육체의 옴팔레이가 옹골차게 키스하는 ‘허큘리스와 옴팔레이’도 무척 인간적이다.
예쁘기도 한 것은 프랑솨 제라르가 그린 ‘사이키와 큐피드’.(사진) 날개가 달린 등에 사랑의 화살 통을 멘 나체의 곱슬머리 큐피드(이성동체 같다)가 아직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꽃봉오리 같이 소복하니 솟아 오른 유방을 드러낸 사이키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하는 모습이 깨끗하고 순진해 마음이 정갈해진다.
신들의 여인은 인상파 화가들의 여인들처럼 살이 토실토실하게 쪄 잘 익은 수밀도처럼 곧 터질 것만 같은데 보고 있자니 눈에서 욕심이 난다. 육체의 찬양인데 20세기 화가 에곤 쉴레의 ‘포옹’의 벌거벗은 두 남녀의 꿈틀거리는 치열한 포옹도 육체의 야수미를 잘 나타내고 있다.
화끈하고 탐스럽고 감칠 맛나며 그리고 교태를 부리고 수줍어하며 또 외면하는 연인들의 모습을 감상하다가 속이 달아오르면 사랑에 관한 글을 읽으면서 식히면 된다.
어떤 글은 그림보다 더 정열적이다. “키스들 속의 당신의 사랑이 내 입술에 비 내리고 내 눈꺼풀을 창백하게 하소서”-쉘리. 지상의 바람둥이 카사노바도 한 마디 한다. “키스란 무엇인가.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의 한 부분이 되어 숨 쉬고자 하는 타오르는 욕망이 아닌가.” 이런 절절 끓어오르는 말을 하니 여자들이 녹아날 수밖에.
위고와 타고르와 릴케 등 많은 작가들의 사랑과 키스 그리고 포옹과 응시의 말들이 한 결 같이 정열적인데 유독 지드의 사랑의 정의가 점잖아 눈에 띈다. “결코 같을 수 없다는 것 그것이 사랑의 특색이다. 그것은 감소되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자라야만 한다.” 과연 지드다운 말인데 육적이라기보다 영적이다.
양쪽에 그림과 그에 어울리는 글을 담았듯이 비슷한 모습이나 내용의 그림을 양쪽에 실어 대조하는 센스도 있다. 르놔르의 수수한 차림의 남녀가 춤을 추는 ‘시골댄스’와 세련된 파티복의 남녀가 춤을 추는 ‘도시댄스’가 정겹게 대조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역시 양쪽에 실린 윌리엄 호가트의 자기 손을 잡고 구애하는 남자와 이를 피하는 척하는 여자를 그린 ‘비포’와 후줄근한 모양의 두 남녀가 손을 잡고 있는 ‘애프터’도 재미있다. 그런데 ‘애프터’의 여자의 스커트가 무릎 위까지 올라가 있고 남자의 바지가 풀어져 있는 것을 보니 둘이 막 야외에서 섹스를 한 게 분명하다. 이 밖에도 루벤스, 반 아이크, 루소, 샤갈, 뭉크, 프리다 칼로, 마네 그리고 고흐, 카미유 클로델, 쿤스 및 코코쉬카 등의 작품들이 게재돼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세요.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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