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본 310여 편의 영화들 중에서 내게 깊은 인상을 남긴 10편의 영화를 골랐다. 올해는 좋은 영화들이 많이 나온 해 중의 하나다. 그러나 그 중에서 막상 베스트에 들 만한 10편을 고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올해 내가 본 영화들 중 가장 강력한 인상을 남긴 영화는 9월 토론토영화제서 본 ‘결혼 이야기’(Marriage Story·사진)다. ‘이혼 이야기’라고 불러야 좋을 이 영화는 어린 아들을 둔 젊은 부부(애담 드라이버와 스칼렛 조핸슨)의 쓰라리고 투쟁적인 이혼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아프고 참담한 얘기이면서도 때로 우습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2020년도 골든 글로브 작품(드라마 부문), 각본, 남녀주연, 여조연(로라 던) 및 음악(랜디 뉴만)상 등 6개 부문에서 후보에 올랐다.
‘결혼 이야기’에 이어 나머지 9편을 적는다.
▲ ‘1917’
1차 대전에 참전한 두 젊은 영국군 보병이 장군의 지시에 따라 최전선에서 독일군을 공격할 태세를 갖춘 아군에게 공격중지 명령을 전달하러 가는 과정에서 보고 겪는 전쟁의 흉한 모습을 통해 전쟁의 무상함을 그린 작품. 샘 멘데스 감독. 2020년도 골든 글로브 작품(드라마)과 감독상 후보작.
▲ ‘히든 라이프’(A Hidden Life)
2차 대전 때 징집 명령을 받았으나 히틀러 충성 서약을 거부해 단두대에서 처형된 신심 깊은 가톨릭 신도인 오스트리아 농부 프란츠 예거슈테터(아우구스트 딜)의 실화. 프란츠는 사후 성인으로 추대됐다. 테렌스 말릭 감독의 영화로 연기와 촬영과 음악 등이 뛰어나다.
▲ ‘두 명의 교황‘(Two Popes)
임기 중 은퇴한 베네딕 16세 교황(앤소니 합킨스)과 그의 후임자인 프란치스코 교황(조나산 프라이스)의 바티칸 회견을 다룬 명품. 브라질 감독 페르난도 메이레리스의 작품. 골든 글로브 작품(드라마), 남자주연(프라이스) 및 조연(합킨스)상 후보작.
▲ ‘이웃의 아름다운 날’(A Beautiful Day in the Neighborhood)
인기 장수 아동 TV프로 ‘미스터 로저스의 이웃’의 호스트인 장로교 목사 프레드 로저스(탐 행스)와 그를 인터뷰하는 잡지기자 로이드 보겔(매튜 리스)의 드라마. 아버지에 대한 적개심으로 고뇌하는 보겔은 로저스를 인터뷰 하면서 사랑과 화해와 용서를 얘기하는 로저스에 감화를 받고 아버지와 화해한다. 행스가 골든 글로브 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 ‘수버니어’(Souvenir)
부잣집 딸인 젊은 영화학도 줄리(오너 스윈튼 번)가 자신의 야망을 부추기는 믿을 수 없는 비밀에 싸인 나이 먹은 남자 앤소니(탐 버크)와 파괴적인 관계를 맺는다. 영국영화로 여류 감독 조앤나 호그가 자신의 영화학교 재학 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 ‘기브 미 리버티’(Give Me Liberty)
노인들을 병원으로 태워다주는 밴을 모는 젊은 운전사 빅과 이 차에 탄 러시아계 노인들이 장례식에 가는 도중에 일어나는 왁자지껄한 코미디 드라마. 미국 사회의 다양한 인종들의 꿈과 좌절을 우습고도 연민에 가득 찬 눈으로 바라본 시끄럽고 재미있는 영화다.
▲ ‘웨이브스’(Waves)
남 플로리다에 사는 중상층 흑인 가족의 통렬한 드라마. 자상하나 엄격한 아버지와 인자한 어머니 그리고 총명한 딸과 학교의 스타 운동선수인 아들로 구성된 이 가족이 뜻밖의 상실을 당한 뒤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그린 훌륭한 드라마.
▲ ‘리처드 주얼’(Richard Jewell)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경기장 공연장에서 폭탄을 발견, 관중을 대피시켜 큰 피해를 막은 경비원 리처드 주얼(폴 월터 하우저)이 영웅으로 찬양 받다가 졸지에 테러범으로 몰려 법집행 당국과 언론으로부터 모진 곤욕을 치른 실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주얼의 어머니역의 캐시 베이츠의 골든 글로브 조연상 후보작.
▲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웃’(Once Upon a Time...in Hollywwod)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1969년대 할리웃에 바치는 헌사이자 연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한 물간 스타로 그리고 브래드 핏이 그의 스턴트맨으로 나온다. 골든 글로브 작품(코미디/뮤지컬), 남자주연(디카프리오), 조연(핏) 및 각본상 후보작.
외국어영화로는 봉준호의 ‘기생충’(Parasite)과 18세기 후반 프랑스 해변 저택에서 화가와 모델로 만난 두 여인의 은밀하면서 뜨거운 사랑을 그린 ‘불타는 여인의 초상화‘(Portrait of a Lady on Fire) 그리고 스페인의 페드로 알도바르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 ’고통과 영광‘(Pain and Glory)과 한국인 모친을 둔 코미디언 아콰피나가 주연하는 베이징을 무대로 한 가족 드라마 코미디 ’페어웰‘(The Farewell)과 보호소를 전전하는 파괴적인 어린 소녀의 독일 드라마 ’시스템 크래셔‘(System Crasher) 등이 좋았다.
<
박흥진 편집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