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성경에 바탕을 두고 건국된 나라이자 총으로 세워진 나라이다. 미국인들은 동부에서 서부로 이주를 하면서 대륙의 원주민들인 아메리칸 인디언들을 총으로 가차 없이 살육하고 그들의 땅을 차지했다(풋볼경기와 닮았다). 총과 함께 사용된 또 다른 무기가 위스키.
이 처럼 총으로 세운 나라가 돼서 미국인들의 총기소지는 헌법으로 보장돼 있고 미국인들의 총기에 대한 애착은 거의 물신숭배를 생각나게 한다.
집집마다 수저 갖고 있듯이 총을 보유하고 있고 장난감 가게에서 딱총 사듯이 총을 쉽게 살 수 있으니 총에 의한 대형 참사가 빈발하는 것은 사실 별로 놀라운 일도 못 된다. 지난해 말에 코네티컷주 뉴타운의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에 의한 학생 대량학살 사건도 이런 연례행사와도 같은 끔찍한 경우 중의 하나다.
하바드 대의 조사에 의하면 미국 아이들은 15세가 되기 전에 총에 의해 살해될 가능성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5배 이상 높으며 총으로 자살할 가능성은 2배 그리고 총기와 관련돼 사망할 가능성은 무려 15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총기 대형사건 때마다 논란의 초점이 되는 것은 사건의 주인이 사람이냐 아니면 총이냐 하는 것이다. 닭이 먼저냐 아니면 달걀이 먼저냐 하는 물음과 비슷한데 나는 총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검을 쓰는 자는 검으로 망한다’는 말도 있듯이 총이 있기 때문에 살상도 일어난다.
그러나 막강한 로비단체인 전미총기협회(NRA)는 이와 달리 총기사건은 정신질환자나 범죄자가 저지르는 것이지 총 때문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며칠 전 오는 14일에 개봉될 폭력적인 영화 ‘굿 데이 투 다이 하드’의 브루스 윌리스를 인터뷰 할 때 영화의 총기폭력이 실제로 폭력을 부추길 수도 있는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윌리스와 그의 아들로 나온 자이 커트니가 대포 같은 기관총을 들고 있는 포스터 옆에 앉은 윌리스는 이런 물음에 대해 정색을 하면서 “총기폭력 사건은 제 정신이 아닌 사람들이 저지르는 것이지 총이나 영화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대답했다.
샌디훅 사건의 피해자들이 어린 초등학생들이어서 그런지 이번에는 다른 때보다 오바마를 비롯해 모든 총기 구매자에 대한 신원조회를 요구한 강력한 총기규제안을 제출한 다이앤 파인스타인 연방 상원의원(민·캘리포니아) 등 총기규제 강화론자들의 주장이 등에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NRA의 막후 로비와 함께 총을 여전히 자기 집 가재도구처럼 여기는 많은 시민들의 반대 때문에 이 규제안이 막상 입법화 될지는 미지수다.
미 건국의 1등 공신 노릇을 한 것이 레버로 작동되는 연발 라이플 윈체스터다. 그래서 이 총은 ‘서부를 쟁취한 총’이라 불리면서 미국을 상징하는 무기로 취급 받고 있다. 윈체스터는 미 서부사의 중요한 인물들이 모두 사용했다. 전설적인 열차강도 제세 제임스, 말년에 콤비를 이뤄 미국을 돌며 인기 있는 ‘와일드 웨스트 쇼’를 공연한 서부 개척자 버팔로 빌 코디와 애니 오클리 그리고 커스터 장군의 기병대를 몰살한 수족 인디언의 용감무쌍한 추장 시팅 불 등이 다 이 총을 썼다. 많은 웨스턴에 나온 존 웨인이 들고 다닌 총도 윈체스터다.
이 윈체스터를 주요 소재로 한 웨스턴이 제임스 스튜어트가 나온 ‘윈체스터 73’(1950)다. 윈체스터를 손에 잡아본 남자들이 총의 매력에 사로 잡혀 감탄하는 모습이 마치 미녀를 완상하면서 찬탄하는 것 같다.
총에 관한 영화는 많지만 그 중에서도 피스톨이 주인공들의 심리를 대변하고 상징하는 대표적인 영화가 미학적 폭력영화 ‘바니와 클라이드’(1967·우리나라에선 ‘우리에겐 내일은 없다’로 상영)다. 미 경제공황시대 연인 은행 강도들이었던 바니 파커(페이 더나웨이)와 클라이드 배로(워렌 베이티)의 범행과 도주와 추격 그리고 극적인 죽음을 그렸는데 여기서 이들이 쓰는 피스톨은 바니의 욕정의 대상인 클라이드의 성기를 상징한다. 그리고 둘은 이 무기에 대한 사랑에 자극을 받아 로맨스에도 열기가 달아오른다.
피스톨이 남자의 성기를 상징하는 또 다른 범죄영화가 허무적이요 폭력의 카니벌과도 같은 ‘건 크레이지’(1949·사진)다. 젊은 부부 강도 버트와 애니의 강도질과 살인행각을 그린 걸작 필름 느와르다. 여기서 애니가 도발적인 모습으로 6연발 피스톨을 든 채 호스로 자동차 연료통에 개스를 주입하는 장면은 남녀 간의 정사를 묘사한 오일냄새 나는 러브신이다.
총이 가까이 있으니 성질나면 쓰게 마련이다. 집집마다 총을 갖고 있는 한 앞으로도 샌디훅 사건 같은 대량살상 사건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미국은 건 크레이지 나라다.
편집위원/ hi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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