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클루니는 오는 5월10일 LA의 자택에서 오바마 재선을 위한 1인당 최고 4만달러짜리 기금모금 파티를 연다. 클루니는 초선 때부터 오바마를 열렬히 민 골수 민주당 후원자다.
정치가와 배우는 모두 남이 자기를 알아줘야 하는 인지(perception)에 의해 그 존재가 의미를 갖춘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둘 다 추진력과 재능과 자기 훈련을 요하며 또 변덕이 심하다는 점도 닮았다. 둘이 서로 다른 것이 있다면 배우들이 정치가들보다 잘 생겼다는 점으로 그래서 워싱턴을 ‘못난이들의 할리웃’이라고도 한다.
이렇듯 워싱턴과 할리웃은 일란성 쌍생아와도 같은 관계로 할리웃은 오래 전부터 정치에 관여해 왔다. 그 좋은 예가 전쟁이 날 때마다 배우들이 국채 판매에 앞장 서 온 사실. 제1차 대전 때는 채플린이 국채 판매에 나섰고 제2차 대전 때도 캐롤 롬바드(당시 클라크 게이블의 아내) 등 A급 스타들이 전국을 돌며 국채를 팔았다. 그런데 롬바드는 지난 1942년 1월 국채 판매 여행 후 LA로 돌아오다 비행기 추락으로 33세로 사망했다.
역대 대통령들도 스타 좋아하기는 일반 팬들과 마찬가지다. 특히 스타와 유착관계가 깊었던 대통령은 케네디와 클린턴과 오바마. 케네디는 스타 숭배의 도가 지나쳐 몬로와 백악관에서 정사를 벌였고 클린턴은 잭 니콜슨 등 수퍼스타들을 백악관으로 초청, 영화를 함께 본 뒤 자기 나름대로 비평과 해설까지 하곤 했다.
오바마도 이들 못지않게 스타를 좋아하는 대통령으로 알려졌는데 지금까지 백악관을 다녀간 스타들로는 오프라 윈프리, 스티븐 스필버그, 탐 행스, 메릴 스트립, 글로리아 에스테판 및 마크 앤소니 등이 있다.
B급 배우 출신의 레이건도 백악관으로 스타들을 자주 불러들였는데 프랭크 시나트라와 마이클 잭슨과 스필버그 등이 초청됐다. 초보수파인 레이건은 지난 1982년 빨갱이 영화 ‘레즈’를 만든 급진파 워렌 베이티를 백악관으로 초청, 이색적인 광경을 연출했었다. 그런데 레이건은 배우 시절이던 지난 1952년 당시 대통령인 트루먼의 초청으로 백악관을 찾은 바 있다.
스타에 별무관심인 대통령은 존슨과 부시. 그러나 존슨은 뮤지컬 ‘헬로, 달리!’의 스타 캐롤 채닝의 열렬한 팬으로 이 때문에 채닝은 존슨을 증오하던 닉슨의 블랙리스트에 올랐었다.
대통령과 스타의 만남 중에서도 가장 화제가 됐던 것이 지난 1970년 12월21일에 있었던 초보수파 닉슨과 ‘악마의 음악’ 로큰롤의 왕 엘비스 프레슬리의 있음직하지 않은 대면(사진). 이 만남은 프레슬리가 닉슨에게 자기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정부의 ‘마약과 위험 약물부’의 무임소 요원으로 임명해 달라는 내용의 6쪽짜리 편지를 보내 성사됐다.
당시 연방기관에는 이런 부서가 있지도 않아 프레슬리의 요청은 무산됐지만 약물을 밥 먹듯 하던 프레슬리와 마약담당 요원은 도저히 걸맞지 않는 관계다. 과거 한 차례 영화로 만들어진 닉슨과 프레슬리의 만남은 다시 ‘엘비스와 닉슨’이라는 영화로 만들어진다.
프레슬리 역은 에릭 배나가 닉슨 역은 대니 휴스턴이 각기 맡고 감독(각본 겸)은 ‘공주 신부’에 주연한 케리 엘웨스가 맡는다.
미국에서는 영화가 야구처럼 국민 오락과도 같은 것이어서 대통령들도 일반 사람들처럼 영화를 자주 본다. 레이건은 연설서 ‘서든 임팩’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한 말 “고 어헤드, 메이크 마이 데이”를 차용할 정도로 영화에 정통했다.
대통령들이 영화를 보는 장소는 백악관 이스트윙의 40석짜리 ‘백악관 가족극장’. 오바마가 여기서 본 영화들로는 ‘스타 트렉’ ‘줄리아 & 줄리아’ ‘슬럼독 밀리어네어’ 등이 있다. 백악관에서 처음으로 영화 관람을 주선한 대통령은 우드로 윌슨으로 그는 지난 1915년 D.W. 그리피스의 걸작 ‘국가의 탄생’을 관람한 뒤 “번개로 쓴 역사”라고 격찬을 했다는 설이 있다.
기록에 따르면 백악관에서 영화를 가장 많이 본 대통령 중 하나는 카터다. 그는 X등급 영화 ‘미드나잇 카우보이’와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을 비롯해 재임시절 무려 480편의 영화를 봤다. 닉슨은 ‘패튼’의 열렬한 팬으로 이 영화를 세 번이나 봤고 존슨은 007영화 ‘선더볼’을 좋아했다고 한다.
할리웃은 민주당의 앞마당과도 같은 곳이어서 얼마 전만해도 공화당 지지자들은 자신들의 정치성을 나타내기를 꺼려했으나 최근 들어 이런 경향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할리웃의 유명한 공화당파들로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로버트 두발, 척 노리스, 탐 셀렉 및 켈시 그래머 등이 있다.
클루니의 기금모금 파티에 과연 클루니의 친구이자 역시 열렬한 오바마 후원자였던 맷 데이먼이 나타날까. 데이먼은 지난해 인터뷰에서 “오바마에게 실망했다”고 말했고 오바마는 이런 사실을 자기 연설의 우스갯거리로 삼고 넘겨버렸었다. 과연 둘이 재회하면 어떤 말이 오갈지 자못 궁금해진다.
<박흥진 편집위원> hi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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