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젤 라 틴
▶ 소·돼지의 뼈·껍질서 얻은 콜라겐에서 추출 뜨거운 물에 잘 녹고 냉각하면 젤로 굳어져 아이스크림 유화제·영양제 캡슐에도 사용
젤라틴은 식품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원료 중 하나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젤리 형태의 과자, 치즈케익, 무스, 푸딩, 마시멜로 같은 종류의 제과에 형태를 고정시켜 주는 역할, 아이스크림에 수분과 지방을 섞어주는 유화제, 영양제의 캡슐 등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특히 페이스트리 쿠킹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기본 재료로, 크림과 과일즙 등을 고형으로 고정시키면서도 분자가 분리되는 온도가 체온과 비슷해
입에 넣으면 살살 녹는 느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젤라틴은 콜라겐의 질긴 결합조직 단백질을 형성하고 있는 물질로서 콜라겐에서 추출된다. 동물의 뼈에는 콜라겐이 약 20%, 돼지 껍질에는 약 30%, 연골이 많은 송아지 도가니 살은 40%까지 들어 있다. 동물의 뼈(생선뼈도 포함), 가죽, 힘줄, 연골 등을 구성하는 천연 고분자 단백질인 이 콜라겐(교원질)을 가수분해하여 추출한 유도 단백질로, 사골을 푹 고아 차갑게 식히면 젤리 같은 형태로 변해 있는데 이것이 바로 젤라틴이다. 설렁탕 전문점에서 24시간 푹 고았다는 선전문구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실제로 쇠고기의 여러 부위를 물에 넣고 삶을 때 젤라틴이 결합조직에서 풀려나와 추출되는 시간은 거의 하루 종일 걸린다고 한다. 생선의 경우 1시간 미만, 닭고기나 송아지 고기는 2~3시간 정도면 된다.
젤라틴은 뜨거운 물에 잘 녹고 냉각하면 젤 상태로 형태가 바뀌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이 여타 다른 동물성 단백질과는 확연히 다른 젤라틴의 특징이다. 거의 모든 단백질은 열에 노출되면 항구적으로 결합하여 탄탄한 고형의 덩어리로 응고되는데 비해 젤라틴 분자들은 서로 간에 완전한 결합을 형성하지 못하고, 그저 열에 의해 느슨해지고 온도가 낮아지면 다시 젤 형태로 굳어버리는 것을 반복한다. 또한 소화가 잘 되는 순수 단백질이지만 트립토판 등 몇 가지 영양상으로 중요한 아미노산이 결핍된 불완전 단백질이라고 할 수 있다.
*젤라틴의 생산
미국과 유럽의 공장에서 생산된 젤라틴은 소 껍질이나 뼈로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돼지 껍질로 만든다. 한국에서는 가죽소파 등을 만드는 공업용 피혁제품의 자투리를 사용해 식용 젤라틴을 만들다가 큰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생산과정은 먼저 희석한 산성용액에 돼지 껍질을 18~24시간 담가서 콜라겐의 교차 결합을 해체한 다음, 처음에는 섭씨 55도씨로 시작해서 섭씨 90도씨가 될 때까지 여러 번 물을 갈아주면서 추출한다. 저온에서 추출하면 손상되지 않은 젤라틴 분자들이 더 많이 들어 있어서 가장 강력한 겔이 나오고 색상도 가장 밝다. 온도가 높아질수록 젤라틴 분자들이 더 많이 손상되어 누렇게 변색된다.
추출한 것을 여과, 정제하고 산도를 조절하며, 수분을 증발키시고 살균한 다음 말려서 종이처럼 납작한 모양이나 분말로 만든다. 완성된 제품은 젤라틴 85~90%, 수분 8~15%, 포도당 1%로 이루어져 있다.
시판용 젤라틴은 사용하기 편하도록 대게 가루분말이나 종이처럼 얇은 판(leaf) 형태로 가공되어 있다. 판 형태의 젤라틴은 표면적이 작아서 액체에 공기가 적게 딸려 들어가게 되므로 아주 투명한 젤리를 원하는 작업에 적당하다.
*그밖에 탄수화물 겔화제
서양에 젤라틴의 역사가 있다면 아시아에는 오래 전부터 사용해 온 한천이 있다. 우뭇가사리에서 추출한 한천(agar)이 그 대표적인 물질로 주로 우뭇가사리 등 예로부터 여러 가지 홍조류에서 추출해 왔으며 탄수화물을 섞어 만든다. 미국에서는 말레이시아어 이름인 아가르 아가르 파우더(agar-agar powder)로 불리며 많은 베지테리언 쿠킹에서 사용되고 있다. 한천은 젤라틴보다 낮은 농도에서 겔화 되는 장점이 있고, 한천으로 만든 젤리는 약간 불투명하며 젤라틴 젤리보다 입안에서 잘 부서지면서도 섭씨 85도 정도가 되어야 녹기 때문에 젤라틴처럼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느낌은 전혀 없다.
하지만 더운 날씨에서도 고체상태를 유지하므로 뜨거운 상태로도 음식을 만들 수 있고, 분자요리에서는 이런 성질을 이용해 맛이 가미된 한천 겔 조작들을 뜨거운 요리 안에 흩어 놓는 기술을 개발하였다.
이 밖에도 카라기난, 알긴염산, 젤란 등이 있는데, 홍조류에서 추출한 카라기난의 사용 폭도 매우 넓다. 오래 전부터 중국에서 액체를 겔화하는데 많이 사용되었고, 아일랜드에서는 우유푸딩을 만드는데 쓰였으며, 오늘날에는 두유나 요거트 등에 점도를 높이는데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데 발암물질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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