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 LA의 초등학교에서 어린 학생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교사들이 체포되었다. ‘LA 판 도가니’ 사건이다. 지금 우리 자녀들은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사회에서 커가고 있다. 18살 이전에 성폭행 당한 경우가 여자아이들은 4명중 1명, 남자아이들은 6명중 1명꼴이다.
어린이 성폭행은 30-40%가 가족, 60%가 친척 등 부모와 가까운 어른이나 나이가 조금 많은 형·친구들로부터 가해진다. 부모들이 알아야할 사실은 성폭행자들도 다른 사람들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많은 경우 겉보기에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봉사하고 더 친절한 사람들이다. 운동경기에 데려다 주겠다, 교회나 성당에서 같이 봉사활동 하겠다, 방과 후 학교에서 특별지도해주겠다 등등의 친절을 제공한 후 차안이나 공공장소에서 성폭행이 가장 많이 일어난다.
그러므로 어떤 부모도 “우리 아이에게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성폭행의 90%가 어떤 형태로든 깊이 신뢰하는 사람에 의해 행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면 자녀가 성폭행 당했는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전형적인 증상들이 있다. 우선 잠잘 때 자주 악몽에 시달리면서 식은땀을 흘리고 소리를 지르며 깬다. 음부 주위를 자주 만지거나 수음을 한다. 식구들에게 이유 없이 짜증내고 친구나 장난감 인형에게까지 화를 낸다.
대소변 볼 때 통증을 말한다. 음부나 항문 부위가 부어있다든지 제대로 앉지를 못한다. 누군가 몸을 만지려하면 과잉 거부 반응을 보인다. 자다가 오줌을 싸기도 하고, 밥맛이 없다며 음식을 잘 못 먹고 자꾸 구역질을 한다. 특정장소에 가면 무서워하거나 평소 잘 지내던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을 아주 싫어하는 등 특이한 행동을 보인다.
중요한 것은 자녀가 성폭행 당할 기회를 최대한 없애는 것이다. 아이가 어른과 단 둘이 있는 상황을 절대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친척이건 동네 아이건 학교교사나 교회 지도자이건 어느 누구도 예외를 두지 말아야 한다. 자녀에게 과잉친절을 베푸는 사람을 조심하고 정중히 거절하며 일상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어떤 것이 성폭행인 지에 대해서도 미리 교육을 시켜야 한다. 어떤 것이 정상적인 접촉이고 어떤 것이 ‘나쁜’ 터치인지를 자녀가 어려서부터 알려준다. 비정상적인 행동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그런 일이 있을 때는 즉시 엄마나 아빠에게 말해야한다고 가르친다.
성폭행자들은 보통 “너를 특별히 예뻐해서 좋은 것을 가르쳐 준다” 등의 말로 아이들을 혼동하게 만든다. 비정상적 행동들에 관해 미리 교육시켜놓으면 아이들이 그런 일을 당할 때 즉각 알아챌 수가 있다.
누군가가 아이를 따로 데려 가려 할 때는 절대로 따라가지 말 것도 가르친다. 아이들이 친척이나 선생님 또는 성직자에게 “No” 라고 말하기는 아주 힘들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거절하는 법을 미리 가르쳐 놓아야한다.
대부분의 성폭행자들은 아이들에게 “네가 누구한테 말하면 엄마가 아프게 된다.” “엄마를 평생 못 보게 될 거다” “엄마가 죽을 거야” 등의 말을 한다. 누군가 그런 말을 해도 그것은 사실이 아니니 빨리 알려야 엄마나 아빠가 도와줄 수 있다고 말해준다.
혹시라도 아이가 성폭행의 증상이 보일 때는 편안한 태도로 묻는다. 그리고 아이가 하는 모든 말을 그대로 인정하고 믿어주어야 한다. 아이의 말에 너무 놀라거나 믿지 않는 표정을 짓거나 화를 내면 아이들은 말을 하다가 스토리를 바꾸어 버린다. 담담한 표정으로 자세히 묻고 차분히 들어주어야한다.
누가, 어떻게, 어디서, 어떤 옷을 입고, 무슨 말을 했고, 어디를 만졌고, 놀랐었는지, 무서웠었는지, 아팠었는지, 피가 났었는지 등을 물어보면서 아이를 따뜻하게 안아주며 두려움 없이 말하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너의 잘못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말해줘서 자기가 뭔가를 잘못해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수치감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아이가 성폭행을 당한 것 같으면 빨리 소아과 의사를 찾아가 신체검사를 받게 하고 심리치료사를 만나 심리치료를 받게 해주어야 한다. 쉬쉬하며 숨기고 아이에게 말하지 못하도록 하면 상처가 영구적으로 남아 아이가 성인이 된 후 술이나 마약 중독, 거식증, 성중독, 우울증, 자해, 자살 시도 등의 고통 속에 살게 된다. 전문적인 도움을 받게 해서 자녀가 상처에서 헤어 나오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순자/ 상담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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