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나라가 여러분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는가를 묻지 말고 여러분이 여러분의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해 줄 수 있는가를 물으십시오”라는 멋있는 취임연설을 한 존 F. 케네디는 사망한지 근 반세기가 지났는데도 미국인들의 가슴에서 떠나지 않는 인물이다.
최근 그의 취임 반세기를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케네디가 과거 반세기 미국을 통치한 대통령 중 가장 훌륭한 대통령으로 선정된 것도 이런 사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
케네디는 미국인들에게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존재하고 있는데 그와 동생 로버트가 공동으로 정사를 가졌다는 마릴린 몬로와 제임스 딘과 엘비스 프레슬리 등처럼 죽어서 더 유명해진 사람이라고 하겠다.
케네디는 냉전시대 미국인들에게 희망과 낙관을 심어준 대통령이지만 어떻게 보면 정치보다도 잘 생긴 팝스타와 같은 이미지 때문에 국민의 인기를 호사한 사람이다. 젊음과 신선함 그리고 막강한 가문과 형제 정치인들 및 패션모델과 같은 아내 재클린의 매력 등이 자원이 돼 케네디는 생전에 이미 전설적 인물이 됐다.
케네디의 집권 시기를 캐멜롯에 비유하는데 이는 이상주의와 낙관과 희망의 정치를 폈던 케네디의 통치를 영국의 전설적 왕 아서의 시대와 닮았다고 생각한 재클린의 말에서 연유한다.
영국을 외적의 침입에서 구하고 민주적 통치를 한 아서왕(그의 실재 여부에 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의 참모들은 ‘원탁의 기사’(로버트 테일러가 나온 동명의 영화가 있다)들이었다. 아서왕은 자신의 성인 캐멜롯에 마련된 둥근 테이블에 기사들을 앉힘으로써 모두에게 동등한 권리가 주어졌는데 이들이 왕에게 절대 충성했듯이 케네디의 참모들도 가신들처럼 대통령을 보좌했었다.
아서왕 얘기 중 또 다른 유명한 것이 왕과 그의 아내 기니비어의 사랑. 케네디의 백악관이 캐멜롯에 그리고 재클린은 기니비어에 비유되면서 케네디를 둘러싼 전설적 분위기는 거의 로맨틱한 소설처럼 환상적 안개를 모락모락 자아내고 있다.
그런데 케네디는 대통령 재직 때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된 뮤지컬 ‘캐멜롯’에 깊이 매료됐었다고 한다. 이 뮤지컬은 후에 리처드 해리스가 아서왕으로 바네사 레드그레이브가 기니비어로 나온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케네디는 실제로도 팝문화와 매우 가까웠다. 그의 여동생 패트리샤는 프랭크 시나트라와 딘 마틴 및 새미 데이비스 등으로 짜여진 동아리 ‘랫 팩’의 일원인 피터 로포드의 아내여서 케네디는 이들과도 친했다.
그러나 호사다마라 할까 케네디 가문은 잇단 비극적 사건으로 얼룩진 역사를 지니고 있다. 케네디의 형은 2차 대전서 전사했고 케네디와 로버트는 암살당했으며 에드워드는 상원의원 시절 일어난 메리 조 코페크니 익사사건 때문에 대통령의 꿈을 접어야 했다. 그리고 케네디의 외아들 존 주니어는 지난 1999년 아내와 함께 타고 가던 비행기 사고로 사망했다. 케네디의 직계로 현재 남아 있는 사람은 외동딸 캐롤라인 하나뿐이다.
이런 역사를 가진 케네디인 만큼 그의 일생은 영화와 TV 작품으로도 여러 번 만들어졌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올리버 스톤이 감독한 ‘J.F.K.’로 이것은 내용의 진위 여부 때문에 역사가들로부터 심한 비판을 받았다. 그리고 ‘PT 109’은 케네디가 2차 대전 때 해군장교로서 남태평양 전투에 참가했다가 부상당한 사실을 그린 것이다.
그런데 케네디 가문의 얘기를 묘사한 8부작 새 TV 미니시리즈 ‘케네디 가문’(The Kennedys·사진)의 올 봄 방영이 최근 취소되면서 할리웃의 화젯거리가 되고 있다.
당초 이 시리즈를 방영할 예정이었던 케이블 TV 히스토리 채널은 완성된 작품을 보고 사실이 왜곡된 부분이 많다는 이유로 방영을 취소한 것이다. 시리즈에서 케네디와 재클린으로는 각기 그렉 키니어와 케이티 홈즈(탐 크루즈의 아내)가 나온다.
히스토리 측은 시리즈의 내용 중 ▲케네디와 몬로의 성적 관계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재클린의 케네디에 대한 별거 통보 및 ▲케네디의 부친 조셉이 아들의 대통령 당선을 위해 시카고의 갱보스 샘 지안카나의 협조를 요청했다는 에피소드 등 여러 부문에서 사실과 다르다며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한편 연예계 전문가들은 히스토리 측의 이런 결정 배후에는 캐롤라인과 케네디 가문의 일원인 마리아 슈라이버(아놀드 슈워제네거의 부인)의 집요한 압력이 작용했다고 말하고 있다. 케네디 가문의 힘이 세긴 센가보다.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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