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반체제 영화감독 자파르 파나히(50·사진)가 지난 20일 동료 영화감독 모하마드 라수로프와 함께 혁명재판소에 의해 지배체제에 역행 했다는 알쏭달쏭한 이유로 6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이와 함께 20년간 작품 활동과 해외여행 금지 및 언론과의 면담 금지령을 받았다.
작품에서 조국의 사회적 문제와 제한을 다루는 파나히가 이런 중형을 받게 된 이유는 그가 올 초 지난해 6월에 실시된 이란 총선에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은 부정선거의 결과라며 당선 취소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대규모 시위과정을 영화로 만들려고 했기 때문이다.
파나히는 지난 3월1일 자택에서 가족과 동료 영화인들과 함께 영화제작을 논의하다가 체포돼 단식투쟁과 해외 영화인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탄원에 힘입어 보석금 20만달러를 내고 구금 2개월여 만에 풀려났다. 이 바람에 파나히는 지난 5월의 칸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위촉 받고도 참석치 못했다.
지난 칸영화제에서는 전 세계 많은 영화인들이 파나히의 석방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었다. 영화제서 파나히의 동료 영화인인 아바스 키아로스타미의 ‘공증된 카피’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쥘리엣 비노쉬는 시상식 때 ‘자파르 파나히’라고 적은 명패를 들고 나와 이 모습이 TV를 통해 전 세계에 방영됐었다. 이 때문에 ‘공증된 카피’는 이란 내 상영금지 조치를 받았다.
칸과 베를린영화제 수상자인 파나히는 이란 영화계의 선구자 중 하나로 데뷔작 ‘하얀 풍선’을 비롯해 ‘서클’ ‘진홍 황금’ 및 ‘오프사이드’ 같은 영화를 통해 이란의 경직되고 압제적인 사회상을 은근히 비판해 왔다. 그래서 그의 대부분 영화들은 국내 상영이 금지됐다.
그는 또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정적인 미르 호세인 무사비의 지지자여서 아마디네자드에겐 눈엣 가시 같은 존재였다. 아마디네자드는 이번에 파나히에게 중형을 내림으로써 이 눈엣 가시를 뽑아버린 셈이다.
회교 근본주의자로 극보수파인 아마디네자드는 지난 2005년에는 세속적이요 여권 옹호적인 서양영화에 대해 불법조치를 내렸고 그 다음 해에는 국영 라디오와 TV에서 서양음악을 틀지 못하도록 지시한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 증오자이다.
독재자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다. 쿠데타를 일으킨 자들이 제일 먼저 방송국을 점령하고 이어 신문사를 장악, 언론 통제를 가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독재자들은 언론을 장악한 이후에는 문학작품과 영화와 음악 등 창조적인 제반 예술적 행위에 대해 손을 댄다.
박정희 군사정권 하에서 기자생활을 한 나는 이런 압제를 뼈저리게 경험한 바 있다. 당시 조간이었던 한국일보의 초판(지방판)에 실렸던 기사가 정보부의 검열에 걸려 최종판인 서울판에서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동백 아가씨’와 ‘블로인 인 더 윈드’ 등 수 많은 한국과 미국 가요들이 금지곡 처분을 당했고 시인 김지하는 ‘오적’을 썼다가 모진 고난을 겪어야 했다. ‘맨발의 청춘’을 비롯해 많은 영화들은 툭하면 가위질을 당했다.
지난 노벨상 시상식 때 평화상 수상자이면서도 식에 참석을 못한 중국의 류 샤오보도 역시 독재정권의 희생자이다. 그는 민주주의 선언문을 기초한 죄로 11년형을 받고 현재 1년째 수감 중이다. 시상식이 있기 전 미국 등 여러 나라가 중국 정부에 류 샤오보의 시상식 참석을 허락하라고 종용했으나 통뼈인 중국은 이를 거절, 시상식은 그가 앉을 의자를 비운 채 거행됐었다.
류 샤오보는 최근 아내에게 “그들이 나를 짓밟아 티끌로 만들지라도 나는 재가 되어 당신을 품어 안을 것이오”라고 말한 바 있다. 자유를 위해 자기를 희생할 수 있는 김지하와 자파르 파나히 그리고 류 샤오보의 용기에 머리가 절로 수그러진다.
한편 내가 속한 LA 영화비평가협회(LAFCA)와 체코의 카를로비 바리 국제영화제 본부는 각기 21일과 22일 파나히에 대한 실형 선고를 비난하는 성명을 냈다.
“LAFCA 회원들은 자파르 파나히와 모하마드 라수로프에게 내려진 형에 대해 슬픔과 함께 분노를 표하는 바이다. 정부는 영화인들을 수감하면서 그들의 목소리를 침묵시키고 이에 따라 그들의 행적을 뒤따르려는 다른 예술가들도 입을 다물기를 바라고 있다. LAFCA는 그런 조치를 개탄하면서 아울러 침묵하기를 거부한다. 우리는 예술의 자유를 지지하는 다른 모든 사람들이 우리와 함께 큰 목소리를 내주기를 종용하는 바이다.”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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