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시사회나 배우들과의 기자회견 때면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 동료들로부터 인사 받기에 바쁘다. “요즘 한국 괜찮니” “너의 나라 전쟁 하는 거 아니니” “도대체 김정일이 돈 게 아니니”라는 물음에서부터 천안함을 정말로 북한이 격침시켰으며 나의 서울 가족은 잘 있느냐에 이르기까지 가지각색의 질문을 받는다.
지난 7일 뉴욕에서 있은 곧 개봉될 로맨틱 코미디 ‘하우 두 유 노우’의 제임스 L. 브룩스 감독과의 인터뷰 때도 그는 내게 “너의 고국에서 지금 겁나는 일이 일어나고 있지 않니. 지저스”라며 혀를 찼다. 이게 다 북한의 연평도 공격 때문이다.
나는 이런 물음에 “북한이란 공상과학 영화나 초현실적인 코미디에나 있음직한 나라로 김정일이 하는 짓은 광인의 코미디와도 같아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고 대답하곤 한다.
요즘 세상에서 유래 없는 세습제를 사용, 20대의 자기 아들 김정은을 후계자로 세우고 국민들은 굶어 죽는데도 자기는 호화호식하면서 핵무기 제조에 혈안이 된 김정일은 악몽과도 같은 다크 코미디의 주인공이나 다름없다.
그의 핵에 대한 집념은 바그너의 오페라 ‘링’ 사이클에 나오는 주인공 중 하나인 난쟁이 알베릭의 황금에 대한 탐욕을 연상케 한다. 결국 알베릭은 황금 때문에 멸망하는데 김정일도 그와 같은 운명을 맞을지도 모른다.
나는 북한이 화제가 될 때마다 오래 전 그 곳을 방문, 금강산 구경 가는 길의 원산에서 목격한 북한 주민들의 얼굴이 떠오르곤 한다. 그 땐 북한의 식량 사정이 지금보다 낫던 때인데도 사람들의 얼굴은 누렇게 떠있었다. 가슴이 몹시 아파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다 털어주고 싶었었다.
나는 6.25 포격의 직격탄을 맞은 이산가족이어서 북한에 대해 한이 많지만 무력통일보다는 평화통일이 되기를 바란다. 다시는 동족상잔의 비극만은 없어야 한다.
얼마 전 나의 한 HFPA 동료는 내게 “왜 중국이 북한을 지지하는지 도무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의아해 했다. 두 나라는 지구상에서 유일한 공산국가로 혈맹으로 맺어진 만큼 중국은 비록 북한이 천하의 망난이지만 형이 단 하나 있는 아우를 차마 못 버리듯 감싸주고 있는 것 같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대응, 최근 한국과 미국이 서해상에서 실시한 합동 군사훈련을 비롯해 북한이 툭하면 자랑하는 평양 시내에서의 무력시위를 보면 성서시대 때부터 전쟁을 해온 인간들의 전쟁놀이를 보는 것 같다.
마치 아이들의 불장난을 보는 것 같아 아슬아슬한데 인간의 호전성은 생태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전쟁놀이를 즐기는 대표적인 인물들 중 그들의 행위가 너무나 무모해 마치 넌센스 코미디와도 같은 세 독재자가 히틀러와 무솔리니와 김정일이다. 셋은 모두 생긴 것이나 행동이 우스꽝스러워 풍자영화의 대상이 됐다.
히틀러는 채플린의 ‘위대한 독재자’ 무솔리니는 막스 브라더스의 ‘누워서 떡 먹기’(Duck Soup) 그리고 김정일은 스톱모션 만화영화 ‘팀 아메리카 월드 폴리스’에서 각기 조롱받고 희화화 했다.
‘누워서 떡 먹기’(1933)는 한 작은 나라의 코미디언 같은 독재자가 국가를 재정파탄에서 구한다고 느닷없이 이웃 나라에 선전포고를 하면서 일어나는 배꼽 빠지게 우스운 전쟁 풍자극이다. 그라우초, 치코, 하포 및 제포 4형제가 나오는 이 영화는 국수주의를 싸구려 쇼에 비유한 넌센스 소극이다.
시종일관 말도 안 되지만 위트 넘치는 농담과 익살 그리고 피지컬 코미디로 이어지는 속도 빠르고 무질서하고 미친 코미디로 막스 브라더스의 최고 걸작인 클래식이다.
4형제 중 맏형인 그라우초(사진 오른쪽서 두번째)가 파산지경에 이른 프리도니아의 우스꽝스런 독재자 루퍼스 T. 화이어플라이로 나와 나라를 빚더미에서 건져내기 위해 이유도 없이 이웃 국가 실베이니아에 선전포고를 한다.
주페의 ‘경기병’ 서곡과 쇼팽의 ‘군대’ 폴로네이즈 및 ‘성조기여 영원하라’ 등 행진곡풍의 음악이 많이 나와 극중 인물들의 전쟁 광기를 부추기는 터무니없이 재미있는 영화다.
그런데 무솔리니는 제 발이 저렸는지 영화 속 화이어플라이가 자기를 비꽈 모욕했다면서 이 영화를 이탈리아 내에서 상영 못하도록 했다.
이 영화와 함께 알프스에 있는 우표딱지만한 소국의 수상(피터 셀러즈가 1인3역)이 캘리포니아산 포도주 때문에 자국 포도주 산업이 망하게 되자 느닷없이 강대국 미국에 선전포고를 하는 영국 영화 ‘포효한 쥐’(The Mouse That Roared·1959)도 히스테리컬하게 우스운 전쟁 풍자극이다.
두 영화 모두 전쟁의 터무니없음을 눈물이 나도록 우습게 조롱하고 있다. 영화광인 김정일이 이 두 영화를 봤을지 궁금하다.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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