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봉리 순대
40~50대를 지난 사람들이라면, 어릴 적 엄마 치맛자락 붙잡고 따라나섰다가 시장 한복판에 앉아서 사먹던 순대 맛을 기억할 것이다. 당시만 해도 순대는 한국의 가장 대표적인 서민음식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순대는 다양한 진화과정을 거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특별한 전통음식으로 대접받기 시작했다. 그 결과 순대 한 가지를 주제로 한 식당들이 많이 생겨나게 되었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곳이 바로 무봉리 순대다. 3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면서 한국에서 가장 번창하는 프랜차이즈로 성공한 무봉리 순대는 2년 전부터 한인타운에 상륙, 이곳 LA에서도 토종순대의 참맛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제법 더워지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기가 짱짱한 순대와 순댓국의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순대는 지역에 따라 만드는 방법도 가지각색이다. 평안도나 함경도 지방에서는 돼지 창자 속에 선지와 찹쌀, 밥 등을 첨가해 만들어 아바이순대라고 부르며, 강원도 지역에서는 돼지 창자 대신 오징어를 사용한 오징어순대를 만든다. 충청도 지방은 돼지의 소창을 사용한 병천순대가 유명하며, 이 세 종류의 순대가 소위 한국을 대표하는 순대 삼총사로 불린다. 여기에 무봉리 순대는 이 세 종류의 순대를 능가하는 차별화된 맛과 질, 그리고 메뉴의 다양화로 순대를 대중적인 전통음식으로 자리 잡게 만든 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다.
순대는 체내에서 자칫 부족할 수 있는 철분의 훌륭한 공급원으로 빈혈이 우려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적합한 영양식품이다. 특히 소장에서 흡수가 용이하며, 다량의 리놀린산을 포함하고 있는 탓에 동맥경화나 심근경색 등의 질병을 막아주고 고혈압이나 심장병 환자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수잔 정 대표의 설명이다.
그런가 하면 무봉리 토종 순댓국은 진하게 우려낸 사골국물이 특징이다.
무봉리 순대 샘 정 대표는 “기존의 업소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맛은 기본이고 그 외에 뭔가 차별화된 무기가 필요한데, 저희 무봉리 순대는 진하면서도 시원하고, 돼지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 깔끔한 국물이 바로 그것입니다"라고 설명하며, 토종순대를 만드는 재료는 물론 주방 인력까지 모두 한국에서 건너왔기 때문에 한국 본점의 맛을 그대로 살린 것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강조한다.
더욱이 순댓국을 먹을 때 넣는 양념 중 하나인 새우젓은 발효되는 동안 상당량의 프로테아제가 생산되어 소화에 도움을 주며 간장이나 소금과는 또 다른 시원한 맛을 더해주는 탓에 순댓국과는 가장 잘 어울리는 천연조미료인 셈이다. 또한 들깨가루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어주는 불포화 지방산이 많기 때문에 콜레스테롤로 인한 질병을 예방하는데 효과가 있으며, 변비 해소에도 효과가 높다는 것. 따라서 노약자는 물론 여성들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영양식으로 손색이 없다.
부드러운 한국산 당면 넣어 씹는 맛 일품
무봉리의 토종순대는 만두 속을 만들 때처럼 돼지고기와 숙주, 깻잎, 당근, 대추, 양파, 파, 배추, 두부, 고기 선지 등 11가지 이상의 재료를 갖은 양념과 함께 배합해서 만든 것으로, 고소하면서도 감칠맛이 그만이다. 새우젓에 파를 다져 넣고 생마늘과 함께 쌈장에 싸먹으면 아무리 먹어도 결코 느끼하거나 질리지 않는다는 것이 순대 매니아들의 평이다.
이에 비해 찰순대는 부드러운 당면이 가득 들어 있어 씹는 맛이 일품이다. LA 당면은 건조해서 뻑뻑한 맛이 나는 반면 한국에서 직송한 당면을 사용해 만든 찰순대는 찰기가 자르르 흐르면서도 맛은 쫄깃하고 담백하다. 찰순대 한 접시면 하루가 든든하다.
한편 사골국물에 토종순대를 넣고 각종 야채 및 내장이 첨가된 전골요리인 얼큰한 토종순대전골은 무봉리 보쌈과 함께 저녁나절 술안주로 최고. 그리고 각종 야채와 가래떡, 쫄면 등을 넣고 달구어진 철판에 볶아 먹는 매콤하면서도 고소한 철판볶음과 모둠순대 한 접시면 온 가족을 위한 별미 영양식으로 안성맞춤이다.
무봉리 순대나 순댓국을 먹을 때 같이 따라 나오는 김치는 늘 신선한 겉절이, 그리고 큼지막하게 썰어 여러 번 나누어 먹어야 하는 무봉리 깍두기 맛도 빼놓을 수 없는 별미다. 자칫 입맛을 잃기 쉬운 봄철에 입맛도 되찾고 기운도 되찾고 싶다면 무봉리 순대를 적극 추천한다.
◆순댓국을 맛있게 먹으려면
1. 매운 맛: 청양고추와 파를 넣고 새우젓과 다대기 양념을 섞어 간을 맞춘다. 칼칼하고 개운한 맛이 일품이다.
2. 담백한 맛: 파, 새우젓, 들깨가루, 후추로 간을 맞추면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난다.
담백한 토종순댓국.
<글·사진 안진이 객원기자>
고소하고 쫄깃한 찰순대.
씹는 맛이 일품인 토종순대.
전통의 맛 순대전골.
웰빙 순대 철판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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