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토요일 오전 10시가 되면 AM 1650 라디오서울에서 어김없이 흘러나오는 ‘홈 스위트 홈’의 진행자 노형건(왼쪽부터)씨와 이은미씨, 최정휘 프로듀서가 스튜디오에서 환한 웃음으로 인사를 건네고 있다.
AM 1650 라디오 서울 최장수 프로그램 ‘홈 스위트 홈’
AM 1650 라디오 서울의 최장수 프로그램 ‘홈 스위트 홈’(Home Sweet Home)이 5,000회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앞으로 270회 가량 지나면 5,000회를 돌파한다는 따뜻한 방송 ‘홈 스위트 홈’. 오전 10시 라디오 서울 전파를 타고 흘러나오는 노형건씨의 방송을 글로 표현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이다. 공명이 깊은 목소리에 리드미컬한 톤이 흘러나오는 순간 진행자의 꾸밈없는 웃음이 떠오르는 방송이라면 미흡하지만 소개가 됐을까. 이민생활의 중심이 ‘가정’(home)이고, 모든 이민자의 꿈이 ‘행복한 가정’(sweet home)이기에 ‘홈 스위트 홈’은 첫 방송부터 지금까지 부동의 인기를 누리는 프로그램이다. 마음으로 하는 방송을 함께 만들어가는 미주 한인사회의 대표적인 ‘라디오 스타’ 노형건씨와 최정휘 PD, 공동 진행자 이은미씨를 만났다.
1993년 첫 전파… 5,000회 눈앞에
‘라디오 스타’노형건씨 필두로
최정휘 PD·이은미씨 공동 진행
거쳐간 유명 게스트 셀 수 없어
“홈 스위트 홈은 ‘모두 같이 만들어가는 방송’입니다. 초창기부터 호흡을 맞춰온 금요 클래식의 한학순 교수를 비롯해 토·월요일 공동 진행자 이은미씨, 4년째 손발이 되어주는 최정휘 프로듀서, 가정 이야기를 다루는 서니 송 박사와 여명미 박사, 국악 이야기의 지윤자 우리가락 선교회장, 바그너 이야기의 김용제 안과전문의, 하와이 방송인 김명희씨, 배진건 박사의 뉴욕 이야기, 홍지영의 라스베가스 이야기 등 함께 하는 진행자들과 청취자들의 활발한 참여 덕분에 롱 런 프로그램이 된 것입니다”
한사코 모든 공을 공동 진행자와 청취자들에게 돌리지만 ‘홈 스위트 홈’의 장수 비결은 바로 오페라 캘리포니아 단장 노형건씨에 있다. 말하는 행복, 나누는 사랑을 느끼게 하는 진행자 노형건씨. 즐거울 때 흥얼거리는 가락을 오페라 아리아로 업그레이드시킨 진행자이고, 함께 어울려서 완성되는 오페라처럼 방송 프로도 한 사람의 힘이 아니라 뜻을 함께 하는 어울림으로 완성됨을 보여준 진행자이다.
“파바로티가 아무리 노래를 잘해도 3곡 들으면 지겹잖습니까? 많은 사람과 협력해서 프로를 만들어야 청취자들은 지겹지 않게 들을 수 있죠. 매주 20여명의 진행자와 게스트들이 머리를 짜내고 입을 모아야 청취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송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1993년 첫 전파를 탄 이후 ‘홈 스위트 홈’에 동거했던 유명인들이 너무나 많다. 마크 김 판사, 미셸 박 스틸 위원 등이 노형건씨와 함께 방송했고 안명옥 한나라당 국회의원도 홈 스위트 홈 출신이다. 그 뿐인가. ‘홈 스위트 홈’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찾은 이들은 더더욱 많다.
지나친 과로로 대장암 선고를 받았던 메이컵 아티스트 박상철씨는 우연히 ‘칭찬합시다’ 코너에 참여했다가 사랑의 손길을 얻었고, 빅베어 마운틴에 감금되다시피 살던 목수 이의진씨도 전화 인터뷰 한번으로 새 삶을 찾았다.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따스함이 있기에, 한인사회에 안부를 전하고 싶거나 도움을 주고받고 싶은 이들은 어김없이 노형건의 ‘홈 스위트 홈’을 찾는다.
방송통해 새 삶 찾는 모습 보며 긍지
‘오페라 가수, 방송 안으로 젖어들다’ 노형건씨
‘홈 스위트 홈’ 방송진행자 노형건씨에게 발탁된 방송인들도 많지만, 오페라 캘리포니아 단장이자 새 시대 새 찬양 미션 대표 노형건씨(사진)의 후원으로 성공한 꿈나무 음악가들도 많다. 피아니스트 데이빗 김, 배원준, 애니 전, 제프리 김 등이 방송하며 키워온 유망주들이다.
“노래하는 것이 곧 말하는 것입니다. 안드레아 보첼리의 자서전에 나오는 파바로티의 조언이죠. 국립합창단, 김자경 오페라단, 워싱턴 오페라 단원으로 노래할 때보다 방송을 하면서 목소리가 더 좋아졌다고 합니다. 방송이 음악가적 발성을 스피치 톤으로 바꾼 거죠. 그래서 지금 제겐 말하는 것이 곧 노래하는 것입니다.”
노형건시씨는 한 프로를 오래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준 라디오 서울에게 감사한다는 멘트도 잊지 않았다. 기억도 가물가물한 버몬트 사옥에서 1,000회 특집방송을 했고,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 위해 2,500회를 끝으로 한동안 쉬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은 언제나처럼 ‘홈 스위트 홈’으로 돌아와 2009년 1월 5,000회 특집 방송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방송 전파가 닿지 않는 타주 외곽지역에서도 인터넷 방송(www.radioseoul1650.com)을 통해 ‘홈 스위트 홈’을 즐겨 듣는 한인들이 많아져 사명감을 더욱 무겁게 지우며 방송에 임한다는 노형건씨. 그의 따스한 마음이 있기에 오늘도 오전 10시 ‘홈 스위트 홈’으로 주파 고정이다.
‘홈 스위트 홈’의 브레인 최정휘 프로듀서
인터뷰를 했던 월요일은 마침 이은미씨와 공동 진행을 하는 날이어서 노형건씨와 최청휘 프로듀서, 이은미씨 세 사람과 마주 앉았다.
홈 스위트 홈 식구들 중에서 ‘함께 식사하고 싶은 사람’을 꼽으라면 이은미씨가 아닐까 싶다. 청취자들의 편지사연을 읽어주고, 드라마, 소설, 영화제목을 맞추는 퀴즈를 진행하는 그녀는 홍익대 응용미술과 출신이다.
“노형건 단장님 덕분에 마이크를 잡게 됐어요. 15년도 지난 일이지만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등대교회를 찾아갔다가 만났고, 사회를 같이 보자는 제의를 받아 생전 처음 무대 위에 올라갔죠. 그리고 ‘홈 스위트 홈’ 공동 진행도 하게 되고, 그날 이후 전 삶 전체가 변화했습니다. 자신 있게 살아가는 힘을 얻은 겁니다.”
시, 음악, 미술을 나누고 싶은 방송 진행자 이은미씨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말 한마디에도 아기자기한 매력이 묻어나는 그녀가 노형건씨와 목소리 연기를 주고받을 때면 바쁜 아침 웃음보를 터뜨리게 한다. 게다가 지난달부터 일요일 오후 4시 AM 1650 라디오 서울 ‘이은미의 음악여행’을 혼자 진행하게 되어 그녀의 음성을 좀 더 자주 듣는 기쁨이 찾아왔다.
다음은 ‘홈 스위트 홈’의 브레인 최정휘 프로듀서. 방송경력 4년 차인 그는 UC샌타바바라에서 작곡을 전공했다. 드러머 출신의 국악을 사랑하는 1.5세로 1대 금근영 PD, 2대 김종문 PD에 이어 ‘홈 스위트 홈’의 세 번째 프로듀서이다.
“우리 프로에 나오는 모든 사람들이 ‘마음’으로 방송을 하기 때문에 제 자신은 최대한 머리를 써서 ‘마음’이 잘 전해지도록 노력합니다.”
회사에서 아무리 마주쳐도 웃음으로 목례할 뿐 말 한마디 건네지 않는 최 PD는 워낙 말하기를 싫어한다는 남자다. 네 살이 될 때까지 묵비권을 행사했을 만큼 말하기를 싫어한다고 너스레를 떠는 그 역시 노형건씨에게 발탁(?)되어 라디오 방송에 입문했다. 어느 행사장에서 볼륨을 올려달라는 한 번의 부탁을 성심성의껏 이행한 것이 계기가 됐고, 이후 20년 이상의 나이 차에도 아랑곳 않고 실과 바늘처럼 붙어 다닌다. 침묵과 단답형 대답에 익숙한 최 PD. 하지만 그의 드러나지 않은 뜨거운 마음은 오래 전 사진작가 서성일씨와 함께 펴낸 노형건의 영상 메시지 ‘10년 된 다이어리’(A Decade of Praise, 도서출판 미소)에 남긴 글에서 알 수 있다.
‘음악이 좋아 작곡을 전공했고 대학교 때 아르바이트로 시작해서 수입도 좋은 일식집 매니저까지 하면서도 음악을 잊지 못해 다 뿌리치고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다시 LA로 찾아 왔었던 나. …<중략>… ‘하고 싶은 일’을 다 포기하고 보험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면접시험까지 보던 그 때 교회에 ‘노형건’이라는 어디에선가 많이 들어본 익숙한 이름을 가진 사람이 지휘자로 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노형건씨와 잭 인 더 박스에서 1년제 계약제(?)로 같이 일하기로 하고 있었다. 그 후 그 분과 같이 지내온 3년 여간 너무나 많은 길을 같이 걸어왔다…’
글 하은선 기자·사진 이승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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