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파란 눈동자에 매력적으로 인색한 미소를 지녔던 스티브 맥퀸은 연기인이라기보다 스타였었다. 그는 과묵하고 섹시한 야생동물과도 같은 남성다움으로 한계가 있던 연기력을 덮어 씌웠던 배우였다. 그러나 맥퀸은 바로 이 온순하기까지 한 마초기질과 분위기 때문에 살아서는 할리웃 사상 몇 안 되는 대중의 우상이었고 죽은지 4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웬만한 살아있는 배우들보다 더 유명하다.
맥퀸이 죽은지 올해로 25년째. 살았더라면 지금 75세였을 쿨 가이 맥퀸과 그보다 한살 아래로 50년전 요절한 제임스 딘은 서로 닮은데가 있다. 둘 다 타고난 반항아 역으로 영화를 시작했고 또 모두 스피드 광이었다. 맥퀸은 젊었을 때부터 모터사이클을 즐겼는데 뉴욕 액터스 스튜디오 시절 고장난 모터사이클을 고치러 갔던 수리소의 정비공이 딘이었다.
거칠면서도 상냥한 양면성을 지녔던 맥퀸은 늘 변두리를 밟으며 스릴을 좇으며 살았는데 그의 이런 생활스타일은 아마도 자신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의 후유증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아버지를 모른 채 태어나 어렸을 때 알콜 중독자인 어머니에게서도 버림받고 인디애나의 농부인 삼촌 밑에서 자랐다. 불량아였는데 뒤에 성공해 사립탐정까지 사서 아버지를 찾았으나 그땐 이미 아버지가 사망한 후였다.
배드 보이가 될 소지가 충분히 있었는데 그는 이 배드 보이의 장난기와 어두운 매력을 십분 발휘해 자기 인기형성에 잘 써먹은 배우였다. 여자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남자들도 그의 이런 매력 앞엔 무기력했다. 나는 맥퀸을 프랭크 시나트라와 공연한 2차대전 액션 로맨스 영화 ‘네버 소 퓨’(1959)에서 처음 봤지만 그의 마초미에 압도당했던 것은 맥퀸의 대표작 중 하나인 ‘황야의 7인’(The Magnificent Seven·1960)이었다.
일본의 쿠로사와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의 미국판인 이 영화에서 그는 영화 전편을 통해 불과20여줄의 대사(그는 원래 대사를 싫어했다)밖에 구사하지 않았는데 그 말없는 늠름함이 약골이었던 나를 주눅들게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내가 좋아하는 맥퀸의 또 다른 영화는 그의 유일한 오스카상 후보작인 ‘샌드 페블스’(The Sand Pebbles·1966)다. 그는 1926년 양자강을 순찰하는 미 해군 포함의 병사로 나와 보기 드물게 민감한 연기를 보여줬다. 헤픈 듯한 미소가 매력적인 캔디스 버겐과 맥퀸의 이별 장면이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서의 게리 쿠퍼와 잉그릿 버그만의 그것을 닮은 영화였다.
그는 굉장히 다루기 힘든 배우였는데 그래서 자기를 스타로 만들어준 두 영화 ‘황야의 7인과’ ‘대탈주’(The Great Escape·1963)를 감독한 스승과도 같았던 존 스터지스와도 결별하고 말았다.
해병대 출신으로 G.I. 빌로 연기공부를 한 뒤 무대와 라이브 TV로 연기생활을 시작한 맥퀸은 웨스턴 단골이었다. 그의 웨스턴인 멋있는 TV 시리즈 ‘지명수배: 생사불문’(Wanted: Dead or Alive-DVD출시)과 ‘황야의 7인’ ‘네바다 스미스’ 및 ‘탐 혼’ 등이 그 대표작들. 그의 터프가이 이미지와 속도감을 마음껏 과시한 영화가 형사물 ‘불릿’(Bullitt·1968·사진)이다. 모든 차량추격 신의 결정판인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카 레이스 장면은 대부분 맥퀸이 시속 120마일로 차를 몰며 찍었다.
맥퀸의 두 번째 아내는 앨리 맥그로였다. 둘은 영화 ‘겟어웨이’(The Getaway·1972)를 찍다가 눈이 맞았는데 당시 맥그로는 패라마운트 사장 밥 에반스의 아내였다. 둘의 결합은 당시 ‘미녀와 야수’의 결합이라고 대서특필 됐었다. 케이블 TV TCM(그에 관한 특집과 영화를 이달내내 방영한다)의 기록영화에 따르면 폐암에 걸린 맥퀸은 죽음과 필사적으로 싸우다가 지쳐 마지막에는 “댓 츠 잇” 하고 싸움을 포기했다고 한다.
맥퀸의 영화들이 DVD로 나왔다. MGM은 ‘스티브 맥퀸 컬렉션’(The Steve McQuinn Collection)속에 ‘황야의 7인’ ‘대탈주’ ‘주니어 보너‘(Junior Bonner) 및 ‘토마스 크라운 사건’(Thomas Crown Affair)을 그리고 WB는 ‘에센셜 스티브 맥퀸 컬렉션’(The Essential Steve McQuinn Collection) 속에 ‘불릿’ ‘겟어웨이’ ‘네버 소 퓨’(Never So Few), ‘탐 혼’(Tom Horn), ‘파피용’(Papillion) 및 ‘신시내티 키드’(The Cincinnati Kid)를 각기 출시했다.
박흥진
편집위원 /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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