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버라이어티지에 두 유명 영화음악 작곡가가 로스앤젤레스 오페라의 주문을 받고 오페라를 작곡중이라는 기사가 났다. 독특한 내용이어서 사실 확인을 위해 LA 오페라 홍보실의 친절한 수전 채프먼에게 전화로 물었더니 “그렇다”고 답한다.
LA 오페라와 LA 필은 각기 플라시도 도밍고와 에사-페카 살로넨을 총감독과 상임지휘자로 영입한 이래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젊은층을 불러모으고 있다. LA 오페라의 이번 기획도 같은 목적을 가졌다고 오페라의 예술감독 에드가 베잇젤은 말했다.
LA 오페라에 앞서 지난 1998년 LA 필이 클래시컬 뮤직과 영화음악 작곡가의 접합을 시도한 적이 있다. ‘필름하모닉’이라는 제하의 이 프로는 영화음악 작곡가와 그가 선택한 감독이 서로 협력해 작품을 만든 뒤 스크린 영상과 함께 LA 필이 연주했었다. 시리즈 첫 작품은 데이빗 뉴만이 작곡하고 일본의 미술가 요시타가 아마노가 그린 환상적인 애니메이션 ‘천일야화’로 감독은 마이크 스미스. 나는 그 해 5월 도로시 챈들러 파빌리언에서 이 곡을 들었는데 현대적이요 감각적인 음악이었다는 기억이 난다. 그러나 이 시리즈는 그 이후 중단되고 말았다.
이번에 LA 오페라가 작품을 주문한 두 영화음악 작곡가는 모두 오스카상 수상자들인 엘리옷 골덴탈(프리다)과 하워드 쇼(반지의 제왕). 골덴탈은 늑대인간 ‘베오울프’의 얘기인 존 가드너의 소설 ‘그렌델’(Grendel)을, 쇼는 두 번이나 영화로 만들어진 공포영화 ‘파리’(The Fly)를 오페라로 작곡한다. 공교롭게도 둘 다 공포 이야기다.
내년에 공연될 ‘그렌델’의 연출은 뮤지컬 ‘라이언 킹’으로 유명한 줄리 테이머가 맡을 예정인데 그녀는 과거 LA에서 바그너의 오페라 ‘방황하는 홀란드인’을 연출한 바 있다. ‘파리’의 대본은 토니상을 받은 데이빗 헨리 황(연극 ‘M. 버터플라이’)이 쓰고 연출은 1986년작 ‘파리’의 신판(사진) 영화(제프 골드블룸과 지나 데이비스 주연)를 감독한 데이빗 크로넌버그가 맡는다. 2007년에 공연될 예정으로 이 영화는 파리로 변해 가는 과학자의 자기 파괴를 도와주는 애인의 비극적 러브스토리여서 그 감정적 내용이 매우 오페라 적이다.
할리웃과 지척지간인 LA 오페라는 영화인들의 재능을 오페라에 주입시키려는 노력을 계속해 오고 있다. 영화 감독으로서 LA 오페라 작품을 연출한 사람들은 프랑코 제피렐리(팔리아치), 브루스 베레스포드(리골레토), 존 슐레신저(피터 그라임스), 월리엄 프리드킨(낙소스의 아리아드네, 푸른 수염 공작의 성, 지아니 스키키) 등이 있다. 29일 첫 공연되는 리햐르트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Der Rosenkavalier)는 오스카상을 받은 배우이자 감독인 독일의 막시밀리언 쉘이 연출한다.
클래시컬 뮤직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영화음악 등 팝뮤직을 음악의 서자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건 귀족적인사고 방식이다.
유명 클래시컬 뮤직 작곡가들로 영화음악을 작곡한 사람들은 굉장히 많다. 프로코피에프가 영화 ‘알렉산더 네브스키’ 와 ‘공포대제 이반’을 위해 작곡한 음악은 그 어느 클래시컬뮤직 보다도 장엄하다. 쇼스타코비치도 영화 ‘햄릿’과 ‘리어 왕’의 음악을 작곡했고 미국의 저명한 작곡가 아론 코플랜드는 영화 ‘사랑아 나는 통곡한다’의 음악으로 오스카상을 받았다.
안드레 프레빈도 영화 ‘지지’와 ‘포기와 베스’ 등으로 오스카 음악상을 받았으며 ‘벤-허‘의 음악으로 오스카상을 받은 헝가리 태생의 미클로스 로자는 바이얼린 연주자요 클래시컬 뮤직 작곡가였다. ‘동쪽 번스타인’으로 불린 레너드 번스타인은 영화 ‘워터프론트’의 음악과 브로드웨이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를 작곡했다. 그리고 ‘서쪽 번스타인’인영화음악 작곡가 엘머 번스틴(황야의 7인)은 콘서트 피아니스트였다.
요즘에는 탄 둔이 클래시컬 뮤직과 영화음악(와호장룡)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고 첼리스트 요-요 마도 크로스오버를 즐겨한다.
왕년의 명 영화음악 작곡가들인 알프렛 뉴만 디미트리 티옴킨, 버나드 허만, 맥스 스타이너 및 에릭 볼프강 콘골드 등도 모두 클래시컬 뮤직으로 수련한 사람들이다. LA 오페라의 이번 기획은 음악에는 울타리가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혁신적인 구상이다.
박흥진
편집위원 /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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