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야곡은 문자 그대로 밤의 음악이다. 세레나데라고도 하는데 이 말은 이탈리아어로 저녁을 뜻하는 세라와 저녁 노래라는 뜻의 세레나타에 어원을 두고 있다.
세레나데는 소규모 악단이 정원 같은 곳에서 연주하는 가벼운 희유곡으로 흔히 여인의 마음을 사려는 남자가 님의 창 밖에서 부르는 노래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소야곡은 독일어로는 나하트무직(Nachtmusik)인데 이 나하트무직으로 대중의 큰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 모차르트의 경쾌한 G장조(작품번호 525) ‘아이네 클라이네 나하트무직’이다.
현재 뮤직센터 도로시 챈들러 파빌리언에서 공연중인 로스 앤젤레스 오페라의 뮤지컬 코미디 ‘소야곡’(A Little Night Music)은 내용과 음악이 모두 제목에 걸맞게 유쾌한 작품이다. 모차르트의 기운과 함께 월츠로 가득 찼는데 단순히 월츠의 리듬만 지닌 것이 아니라 작품 속 인물들이 서로들 사랑을 찾아 헤매고 다니는 모습이 마치 윤무를 추는 것 같아 재미있다.
오페레타라고 해야 옳을 이 작품은 토니상을 받은 작곡, 작사, 극작가인 스티븐 손드하임(‘스위니 타드’와 ‘숲 속으로’)의 토니상 수상작으로 1973년에 초연돼 지금까지 계속 공연되고 있는 인기 뮤지컬이다. 이 뮤지컬에서 연극 배우로 나오는 데지레 암펠트(LA 무대-주디스 아이비)가 부르는 ‘센드 인 더 클라운스’(Send in the Clowns)는 대중의 귀에 익은 유명한 노래.
‘소야곡’은 스웨덴의 사색가인 잉그마르 버그만 감독의 보기 드문 로맨틱 코미디 ‘여름밤의 미소‘(Smiles of a Summer Night·1955·Criterion서 DVD로 출시)가 원작이다. 서로 잘못 맺어진 짝들이 제 짝을 찾느라고 소동을 벌이는 사랑의 게임이자 섹스 소극이요 상류사회 생활관습에 관한 우아하고 매력적인 영화다.
19세기 말의 스웨덴. 상처한 변호사 프레데릭 에거만과 딸처럼 어린 새 부인 안(그런데 안은 아직 처녀다) 그리고 새 엄마를 사랑하느라 속병을 심하게 앓는 프레데릭의 신학도 아들 헨릭이 집 안에서 묘한 삼각관계를 형성한다(사진).
이런 헨릭을 상대로 자신의 풍만한 몸매를 사용해 성의 희롱을 즐기는 것이 사랑을 사랑하는 이 집의 젊은 하녀 페트라. 여기에 프레데릭의 아들(뮤지컬에서는 딸로 바꿨다)을 낳은 프레데릭의 전 애인이자 인기 연극배우 데지레 암펠트와 데지레를 사랑하는 허세당당한 귀족 장교 칼-마그누스와 그의 의지가 강한 아내 샬롯이 엉켜들어 사랑과 동경 그리고 상심과 질투의 아름다운 불협화음을 연주한다. 이 불협화음은 마지막에 사랑의 야반도주를 낳으면서 고르게 다듬어진다.
그러나 이들보다 작품에서 가장 탁월한 인물은 젊었을 때 수많은 귀족과 장교들의 연인이었던 데지레의 꽤 까다로운 귀부인 어머니. 본격적인 이야기는 이 귀부인의 시골 별장에 모든 주인공들이 모인 가운데 태양이 뜬 북구라파의 한 밤에 진행된다. 냉소적인 귀부인이 남자와 사랑과 인생에 관해 독한 소리를 하는데 듣고 있자니 심장이 따끔따끔해 들어온다. LA 무대에서는 베테런 조이 칼드웰이 귀부인 역을 맡아 자신의 화려한 남성편력을 ‘연줄’로 독백하듯 노래하며 호연한다.
남자는 노소 할 것 없이 철없는 아이요 여자의 힘이 세다는 얘기이기도 한데 그야말로 시골 여름밤처럼 따스하고 향기가 나는 작품으로 여름 더위처럼 육감적이기도 하다. 위트와 유머와 예지와 함께 새벽 안개처럼 나른하고 섬세하며 또 상냥하면서도 냉소적인데 보노라면 사랑의 묘미가 달곰쌉쌀하게 입안에 감돈다. 고운 흑백 촬영과 네 명의 고혹적인 여인들의 모습도 황홀무아지경. 이뮤지컬은 1978년 리즈 테일러를 데지레로 해 영화로 만들어졌지만 졸작.
페트라와 건초더미 위에서 사랑을 치룬 마부는 페트라에게 여름밤은 세 번 미소를 짓는다고 알려준다(LA무대에서는 귀부인이 자기 손녀에게 말한다). 첫 번째는 청춘을 향해 짓고 두 번째는 바보들을 향해 짓고 마지막으로는 슬프고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을 위해 짓는다. 그리고 동이 트면서 사랑 때문에 백팔번뇌하는 인간들의 비극 티가 나는 희극도 끝이 난다.
뮤지컬은 영화의 내용과 대사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진한 키스와 성적 대사 등을 쓰며 섹스 소극의 기분을 한껏 살렸는데 독창에서 5중창까지 풍부한 노래들을 즐길 수 있다. 한국계 소프라노 최주희(그릭 코러스식의 혼성 5인조)도 나오는 뮤지컬은 31일까지 공연된다.
박흥진<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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