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악관 차관보급 후보 시각장애인 강영우 박사
▶ 중학교시절 축구공에 맞아 실명.. 자전적 베스트셀러 ‘빛은..." 계기 부시집안과 10여년전부터 교류
백악관의 장애인 국정위원장 후보에 올라 있는 시각장애인 강영우박사(57)를 26일 오전 11시40분 동양선교교회 회의실에서 만났다. 강박사는 기자를 두 번 놀라게 했다. 사진으로만 접해온 터라 강박사가 한쪽 눈만 보지 못하는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정작 강박사는 완전 실명자였다. 빛도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나 강박사가 40분간 진행된 인터뷰 내내 잔잔한 미소를 잃지 않고 힘있게 말할 땐 두 눈 멀쩡한 기자보다 한층 박력이 있었다.
중학교때 실명, 입원, 한국맹학교 입학, 연세대 입학, 문과대 차석 졸업, 피츠버그대 유학, 교육학박사, 일리노이대 교수 겸 대구대 국제협력학장, 베스트셀러 작가 ‘A Light in My Heart(빛은 내 가슴에)’, 루즈벨트재단 이사, 유엔 세계장애인위원회 부의장, 백악관 ‘신앙·커뮤니티 이니셔티브’ 이사, 장애인 국정위원장 후보. 이는 강박사가 걸어온, 그리고 걸어갈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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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장애인 국정위원장직은 언제 공식화됩니까.▲부시행정부 출범이후 백악관 인사부국장인 셰릴 올드햄에게서 전화연락이 왔습니다. 차관보인 장애인 국정위원장, 장애인 갱생커미셔너와 특수교육부차관보 등 3자리를 제시했습니다. 저는 장애인 국정위원장을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클레이 잔슨 인사국장과도 얘기를 나눴습니다. 백악관측은 5월중순 백악관으로 들어와 확정짓자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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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국정위원회는 무슨 일을 합니까.▲이 위원회는 대통령이 임명해 상원의 인준을 받은 위원 15명과 위원장으로 구성됩니다. 장애인 교육과 재활 및 복지정책의 초안을 작성해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게 주업무 입니다. 이를 위해 전국을 다니면서 장애인과 부모,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선결과제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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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런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셨는지.▲사실 전 부시집안과 10여년간 인연을 맺어왔습니다. 제가 1987년 쓴 책 ‘A Light in My Heart’가 베스트셀러가 돼 한글, 스패니시, 스웨덴어, 일본어, 중국어등 6개국어로 널리 배포됐고 TV극으로도 만들어졌을 때 부시 전대통령이 이를 극찬하면서 서로 알게 됐습니다. 지난 2월 1일 백악관에 초청을 받아 갔었는데 마침 부시대통령과 잠깐 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부시행정부의 철학과 부시대통령의 연설문에 담긴 정신이 마음에 든다고 하자 저와의 대화시간이 10여분간이나 이어졌습니다. 이때 저는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부시대통령도 흔쾌히 "OK" 했습니다. 일단 스티브 골드스미스가 회장으로 있는 ‘백악관 신앙·카뮤니티 이니셔티브(Faith-based & Community Initiative)’의 이사자리를 얻게 됐습니다. 이는 신앙에 기초해 커뮤니티의 발전을 돕는 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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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에선 당연히 부시후보에게 한표를 던지셨겠군요.▲(웃음)부시행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평등, 인간존엄은 성경에 기초하고 있으며 ‘온정적 보수주의(Compassionate Conservatism)’는 굿사마리탄의 삶의 자세를 대변하고 있어 마음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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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드리기 편치는 않습니다만, 박사님께서는 어떻게 눈을 다치셨습니까.▲(잠시 입가에 미소가 머금는다)제가 덕수중학교 2학년말께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축구를 했습니다. 제가 골키퍼였지요. 상대팀 선수가 코너킥을 찼는데 그만 그 공에 눈이 맞았습니다. 당시는 통증이 있었을 뿐 실명까지는 우려하지 않았었습니다.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덴마크출신 라슨박사로부터 수술을 받고 2년간 입원했었지요. 망막박리가 병명입니다. 망막이 떨어져 나가는 병이지요. 당시 의술로는 불치병이었습니다. 지금은 레이저 수술로 어렵지 않게 치료를 받을 수 있겠지만요. 퇴원후 7-8년 약시로 생활하다가 끝내 완전 실명했습니다. 아버님은 제가 13세때 돌아가셨지만 어머님께서 제가 눈을 다쳐 입원한지 18개월만에 내려진 실명진단을 들으신 뒤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제가 16세 때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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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눈으로 대학을 들어가시고.▲주위의 도움이 절대적이었습니다. 또래들보다 학업이 5년 늦었습니다. 18세에 한국맹학교의 중등직업훈련과정에 있을 때 힘들었습니다. 대학입시 준비하느라 말이죠. 연세대 교육학과에 들어가 서클 ‘연세자유교양회’를 만들었습니다. 서클 친구들이 교과내용을 녹음해 줘 공부했습니다. 수학과 외국어는 점자로 했습니다. 성심병원의 안과주치의 구본슬박사가 저를 배려해 주셔서 병원에 점자도서관을 만들었습니다. 제가 도미한 뒤에는 이 도서관 관리를 적십자사에 넘겼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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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와 박사학위까지 받으셨는데.▲박사학위를 받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문교부 법령에 장애인유학 결격조항(14조)이 있었습니다. 당시 연대에 출강하시던 한미재단의 유학지도부장 이유상 박사께 상의 드렸더니 자신이 재단총재의 서명을 받을테니, 저보고 연대총장의 동의서를 받아오라고 하시더군요. 결국 민장관은 청원서를 보시고는 2-3일후 저의 유학을 허락하셨습니다. 지난 72년 국제로터리재단의 장학금으로 도미길에 올랐습니다. 유학와선 어려움이 덜했습니다. 점자책도 많고 교회 등지에서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이 컸기 때문입니다. 3년8개월만인 76년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한학기에 12-15학점씩 이수하면서 여름방학에도 쉬지 않고 열심히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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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노이대학에서 교편을 잡으시면서 다른 활동도 하셨을텐데.▲미국에 있으면서 한국의 대구대학교에도 국제협력학장을 겸임했습니다. 방학때 가서 두강좌를 맡기도 했지요. 약 15년간 말입니다. 또 이곳에서는 부시전대통령이 공동의장으로 있는 유엔세계장애위원회에서 숀 버그 전법무장관과 공동부의장을 맡고 있습니다. 루즈벨트재단의 고문이기도 합니다. 특히 지난 95년 유엔창립 50주년을 맞아 제정된 국제장애인상을 김영삼대통령이 탈 수 있도록 측면 지원해 성사시킨 일은 참 보람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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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사님의 ‘오늘’이 있기까지 사모님의 내조와 자녀들의 이해가 큰 힘이 됐을텐데.제 아내(석은옥·58)는 연세대 동창입니다. 캠퍼스에서 만났지요. 아내는 대학시절 적십자사 청년봉사회 부회장을 지낼만큼 이웃 돕기에 열심이었지요. 저와 72년 결혼했고 미국에 와서 지금 인디애나 근교의 링컨스쿨에서 특수교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큰아들(폴·28)은 하버드대를 거쳐 현재 듀크대 안과전공 레지던트입니다. 작은 아들(크리스토퍼·25)은 듀크대 법대를 나와 상원 민권·교육·노동분과위 입법보좌관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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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사님의 내면의 힘은 어디에서 솟아나고 있습니까.▲저는 시카고 근교의 웨스트민스터 장로교회에 나가고 있습니다. 모태신앙입니다만 한국서 실명한 뒤 방황했습니다. 그러다 사도 바울을 표본으로 삼아 장애도 감사의 대상으로 여기는 지혜를 얻었습니다. 한국맹학교 입학 2년뒤였습니다. 한 목사님의 인도로 말입니다. 어려움을 거두어달라고 간구하지 않고 주어진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진정한 신앙인의 자세란 것을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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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자녀들이 주류사회에 안착할 수 있도록 조언하신다면.▲세계화에 알맞은 가치관을 갖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 고유의 가치관을 너무 강조해 주류사회와의 조화를 저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고유의 가치관을 잘 보전하면서 주류사회의 가치관을 배워야 합니다. 두 가치관이 대립관계가 아니라 조화와 보강의 관계에 있다는 점을 부모님들이 먼저 인식하시고 자녀들의 교육에 참고하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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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을 빼앗아 죄송합니다.▲아닙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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