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진우 고대안암병원 신경외과 교수
▶ 생활 속 수전증, 80세 이상 20% 앓아
▶ 고집적 초음파로 신경회로 차단
▶ 강박장애에 효과, 마약 중독 치료도

5일 서울 성북구 고대안암병원에서 장진우 신경외과 교수가 고집적 초음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고대안암병원 제공]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손 떨림이 심해서 병원에 가면 ‘못 고치는 병이고 목숨을 잃는 병도 아니니 그냥 사세요’라는 말을 들었다고 해요. 수전증은 일상과 사회생활에 커다란 지장을 미치지만 겪어보지 않은 이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거죠.”
5일 서울 성북구 고대안암병원에서 만난 장진우 신경외과 교수는 “수전증 수술을 받은 한 중소기업 사장이 이제야 직원들 앞에서 결재서류에 서명을 할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던 게 아직도 생생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수전증은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으로 60세가 넘으면 5~10%가 수전을 앓게 된다. 70세 이상이면 10% 이상, 80세를 웃돌면 20% 이상이 손 떨림을 겪을 정도로 비율이 높다. 그러나 장 교수는 “목숨과 상관없는 질환이란 이유로 가볍게 여겨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말 못 할 고통을 견뎌온 환자들이 많아서다. 손이 떨리는 상황을 피하려다 보니 아예 대인기피증이 생기기도 한다. 출근·외출하려 옷을 입을 때도 단추 달린 옷을 입는 데 30분 이상 걸리고, 물을 마실 때 컵을 제대로 들 수 없어 컵을 식탁에 놓고 핥아먹는 경우도 있다. 특히 노부부가 함께 살다가 수전증이 있는 어르신이 혼자 남게 되면 그때부턴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게 된다. 그는 “커다란 악몽을 꾸게 된 것 같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 같은 악몽을 깨는 데 초음파를 쓴다. 건강검진 때 주로 이용하는 초음파를 수전증 수술에 사용한다. 한곳에 모은 초음파(고집적 초음파)로 손 떨림을 발생시키는 신경회로를 차단하는 방법이다. 장 교수는 “햇빛을 돋보기로 모아 종이를 태우는 것과 같은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초음파를 모으면 에너지를 발생시킨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이를 질병 치료에 적용하려는 움직임도 확대됐다. 그러나 초음파 대부분이 뼈를 통과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한계로 작용했다. 머리뼈를 연 후 직접 초음파를 조사하는 식으로 치료를 하려다 보니 출혈·감염의 위험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컴퓨터 공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초음파 10개를 쏘면 9개는 반사되고 나머지 1개가 뼈를 통과해 굴절해요. 컴퓨터 기술이 발달하면서 굴절한 초음파가 어디에 조사되는지 알 수 있게 된 거예요. 뼈를 통과한 초음파를 모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거죠.”
실제 장 교수는 머리뼈를 통과한 1,000여 개의 초음파를 표적 부위에 집중시켜 약 50~60도의 열을 가하는 방법으로 수전증 등을 치료한다. 자기공명영상(MRI)을 활용해 치료 부위를 실시간으로 관찰하기 때문에 안전한 수술이 가능하다. 그는 “오차 범위는 1㎜ 이내”라고 말했다.
다른 방법보다 간편하고, 고령의 환자에게도 수술을 할 수 있다는 점도 고집적 초음파 수술의 장점이다. 기존의 뇌심부자극술보다 수술 시간이 절반(2~3시간)에 그치고, 전신마취를 해야 하는 부담도 없다. 뇌심부자극술은 뇌 깊은 부위에 전기 자극을 내는 전극을 삽입해 비정상적인 뇌 신호를 바로잡는 방법이다. 장 교수는 “전신마취를 하는 뇌심부자극술은 나이가 70대 중반만 돼도 쉽지 않지만 고집적 초음파 수술은 88세인 환자도 수술한 적이 있다”며 “수전증뿐 아니라 목소리를 떨거나, 머리를 떠는 사람들도 모두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강박장애 치료에도 효과를 봤다. 강박장애 환자 11명을 대상으로 고집적 초음파로 강박과 관련한 신경회로를 절제한 뒤 이들 중 10명을 10년 이상 관찰한 결과, 7명의 증상이 호전됐다고 밝혔다. 그중 2명은 증상이 사라진 상태(완전 관해)였다.
필로폰 중독 치료 연구도 올해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중독과 관련 있는 뇌 안의 도파민 신경회로에 자극을 줘서 비정상적인 도파민 회로가 정상으로 바뀌도록 유도하는 방식이 될 거예요. 고집적 초음파 수술이 발전하고 다른 수술방법과 결합해 쓰인다면 상당히 많은 뇌 질환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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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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