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합의안 반발 쏙 들어가… ‘재선가도’ 바이든 중심 결집
조 바이든 대통령(왼쪽)[로이터=사진제공]
연방정부 부채한도 합의안이 극적으로 도출되며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가 해소된 배경에 '백전노장' 조 바이든(80) 대통령의 노련한 협상 실력이 발휘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중간선거 때 공화당에 하원을 내준 악재에도 불구하고 극적으로 위기를 돌파해낸 집권 민주당은 2024년 재선 도전을 선언한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구심력이 한층 강화되는 분위기다.
1일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산전수전을 겪으며 갈고닦은 본능적 감각으로 부채한도 협상을 조정해냈다"고 평가했다.
부채한도 상향 여부를 놓고 반년 넘도록 이어진 지난한 줄다리기 과정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극도로 말을 아꼈다.
특히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과 협상을 타결시킨 이후에도 며칠간 자신의 성과를 일절 언급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다만 그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왜 투표하기도 얼마나 좋은 거래를 했다고 말하고 다니겠나"라며 "그게 합의안 통과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나? 아니다. 그게 바로 당신들이 흥정을 잘 못하는 이유"라고 말한 바 있다.
NYT는 "대통령은 자신이 거래를 잘했다고 자랑할수록 공화당원들을 화나게 하고, 분열된 하원에서 합의를 추진할 기회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계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매카시 의장은 합의안을 놓고 재정 보수주의자들의 역사적 승리라고 자평하며 대조를 이뤘다고 NYT는 지적했다.
겉으로는 마치 바이든 대통령이 손해를 본 듯한 상황이 연출되며 여당 강경파의 불만이 커질 위험은 있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야당 내 매파 진영을 자극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백악관은 지난달 28일 협상이 타결된 후 당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비공개 브리핑에서 '좋은 합의를 이룬 것은 맞지만, 미묘한 균형 상태를 깨뜨리지 않기 위해 이를 공개적으로 발언하지는 말아달라'며 신신당부했다고 한다.
결국 사흘 뒤인 31일 합의안은 초당적 지지 속에 하원을 통과했고, 채무불이행 시한을 불과 4일 앞둔 이달 1일 마침내 상원 문턱까지 넘어섰다.
NYT는 "이번 협상에 다가가는 방식이나, 특히 이를 뒷마무리하는 과정에는 대통령이 지난 반세기 동안 워싱턴에서 쌓아온 협상 경험이 반영됐다"며 "승리를 자랑하려는 유혹을 참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승리를 확보하는 결정적 수순"이라고 짚었다.
이어 "매카시가 이끄는 공화당원들과 충돌이 시작됐을 때부터 바이든은 길고, 힘들고, 때로는 고통스러웠던 경험을 통해 개발된 '본능'을 따랐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973년 델라웨어주 연방상원에 당선, 올해까지 꼭 50년간 워싱턴 정치판에 머물며 숱한 대립과 타협을 지켜봐 온 베테랑 정치인이다.
물밑에서 양보받은 성과를 과시했다가는 자칫 판이 뒤집힐 수도 있다는 '협상의 지혜'가 이 같은 정치 이력을 통해 단련되었다는 것이 NYT의 분석인 셈이다.
NYT는 또 "매카시는 97일간 줄곧 공격을 퍼부으며 논쟁을 시작하기를 기다렸지만,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데드라인'이 임박하기 직전까지는 중요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만큼 서둘러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민주당 소속 하원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협상력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주일 전만 해도 당 일각에서 합의안을 두고 '공화당에 너무 양보한 것 아니냐'는 반발 움직임이 꿈틀댔으나, 점차 바이든 행정부가 정치적 승리를 일궈냈다는 공감대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실제 하원 의결시 민주당 의석에서 약 77.8%의 찬성표가 나왔지만, 공화당은 67.1%에 그쳤다. 부채한도 협상 결과에 대한 수용도가 민주당에서 더 높게 나타난 것이다.
하원 흑인 의원단 모임인 '블랙코커스'(CBC) 의장인 민주당의 스티븐 호스포드 의원은 투표를 마친 후 "이번 거래는 완벽과 거리가 멀고, 내가 대표하는 이들은 물론 미국 전역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하면서도 "매카시 의장과 공화당이 내놓은 가장 잔인한 제안의 일부는 피했다"고 말했다.
공화당의 매카시 의장은 줄곧 민주당이 건진 것이 "제로"(0)라고 외치고 있지만, 실제로는 퇴역군인과 취약계층 성인들에 대한 취업 제한요건을 완화하는 등 복지정책 측면에서 공화당이 요구해온 보수적인 재정정책 기조를 피해 민주당이 지켜낸 것들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대런 소토 의원은 "이번 경우도 바이든이 저평가된 사안 중 하나로, 사실 그런 사례가 많다"며 바이든 대통령을 추켜세웠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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