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년대 후반, 세계 주요 도시들은 심각한 환경 문제에 봉착했다. 바로 ‘말똥 대란’이었다. 교통의 주요 수단이 마차였던 당시 런던에서는 매일 5만 마리 이상의 말이 도심을 누볐고, 약 17만 마리의 말이 활동했던 뉴욕시에서는 하루 100만 kg이상의 분뇨가 발생했다. 거리는 악취로 가득 찼고, 들끓는 파리는 질병의 온상이 되었다. 수십 년 내에 런던과 뉴욕이 분뇨로 뒤덮일 것이라는 경고가 곳곳에서 제기되었다.
하지만 말똥 위기는 오지 않았다. 말없는 차 즉, 자동차의 발명으로 해소된 것이다. 헨리 포드에 의해 대중화된 자동차가 전기 트램과 함께 마차를 대체함에 따라, 1912년 무렵 말은 도시 교통수단으로서 대부분 자취를 감추었고 분뇨 악몽도 사라졌다.
20세기, 석유 고갈 문제가 다시 인류를 사로잡았다. 1859년 석유가 발견된 직후부터 사람들은 줄곧 석유가 곧 고갈될 것이라고 했다. 1874년 미국에 남아 있는 석유는 단지 4년 치에 불과하다고 했고, 1914년에는 10년 치, 1940년에는 15년치만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석유 고갈론 역시 현실화되지 않았다. 인류는 혁신적인 시추 기술을 개발하여 새로운 유전들을 찾아냈고, 추출 효율성 또한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1970년 6,120억 배럴로 추정된 전 세계 석유 매장량은 2000년대 중반에는 1조2,000억 배럴로 전망되었다. 셰일 혁명, 그리고 재생 에너지와 전기 자동차의 부상으로 인해 석유 사용의 감소가 예상되면서 오늘날 논의의 초점은 오히려 “석유를 계속 사용할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이 초래할 환경 문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22년 세상을 놀라게 한 챗GPT의 성공은 더 많은 데이타, 더 큰 모델로 요약할 수 있는 ‘규모의 확장’이었다. 대규모 언어 모델은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소비한다. 1,750억 개의 파라미터로 구성된 GPT-3를 훈련시키는 데 소모된 약 1,300MWh의 전력은 120대의 자동차가 1년 동안 배출하는 것과 비슷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단지 훈련에 필요한 것이고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도 막대한 전력이 소모된다.
하지만 2025년 딥시크(DeepSeek)는 다시 한번 인류가 어떻게 당면 과제를 극복할 수 있는가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했다. 딥시크는 규모의 확장보다는 알고리즘의 효율성에 집중하여 최신 AI모델을 훨씬 적은 비용과 자원으로 구현했다. 즉, 메모리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모델 압축 기술, 추론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지도식 미세조정과 강화학습을 결합한 훈련 방식, 여러 개의 ‘전문가’ 서브 네트워크로 구성된 모델의 효율적인 활용 등을 통해 추론에 사용되는 파라미터의 수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딥시크는 GPT-4가 사용한 1만6,000개 이상의 고성능 GPU 보다 성능이 낮은 2,000여 개의 GPU만을 사용했으며, 에너지 소비량도 약 90% 절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AI 민주화와 지속 가능한 AI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 준 것이다.
한편, 다양한 분야에서 AI가 에너지 절약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미 2016년에 구글 딥마인드의 AI 데이터 센터 관리 시스템은 냉각에 필요한 에너지 사용량을 40% 절감했고, 풍력 발전소의 발전량을 예측하는 AI 솔루션은 전력 공급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혔다. 테슬라의 AI 배터리 관리 시스템은 충전 및 방전 주기와 온도 제어를 최적화하여 배터리 뿐만 아니라 차량의 에너지 효율성과 부품 수명을 극대화한다. 이처럼 대규모 에너지를 소모하는 AI는 역설적으로 에너지 소비를 줄여주는 중요한 도구가 되고 있다.
인간 두뇌의 에너지 효율성에 대한 연구도 지속 가능한 AI 시스템 개발에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 인간 두뇌는 전구를 희미하게 밝힐 수 있는 정도의 전력으로 복잡한 계산을 효율적으로 수행한다. 이러한 대조는 현존 AI 시스템의 비효율성을 보여 주는데 뇌의 작동 원리에 대한 이해와 신경과학의 발전은 효율적인 AI 시스템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미래에 대한 암울한 예측들이 빗나가는 이유는 혁신의 가능성을 간과하기 때문이다. 비관주의는 인간의 창의적 잠재력을 과소평가한다. 1890년대 말똥으로 뒤덮였던 거리에서부터 에너지 소모가 큰 AI까지, 역사가 주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인류는 도전에 직면했을 때마다 창의적인 혁신을 통해 위기를 발전의 기회로 바꾸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왔다.
<
송명국 칼스테이트 롱비치 교수 마케팅학>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