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가 연일 새 기록을 쓰고 있다. 지난 9월 BTS가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인 ‘핫 100’에서 2주 연속 1위를 차지하더니, 10월에는 블랙핑크와 BTS가 나란히 빌보드 ‘아티스트 100’의 1, 2위에 올랐다. 이어 11월25일 타임이 선정하는 ‘올해의 인물’(Person of the Year)에 두 그룹이 모두 후보에 올랐고, 같은 날 BTS는 그래미상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후보에 지명되는 쾌거를 올렸다.
타임지 ‘올해의 인물’은 온라인투표와 편집자들의 선정을 거쳐 12월10일 발표되고, 그래미상 역시 내년 1월31일 시상식에서 뚜껑을 열어봐야 되겠지만, 일단 아시아권 가수로서는 후보에 오른 것만도 최초라는 점에서 대단한 일이다.
한편 2021 그래미 어워드 후보명단에는 리처드 용재 오닐도 ‘클래식 솔로 악기’ 부문에서 이름을 올렸다. 지난 8월에 나온 음반 ‘테오파니디스: 비올라와 체임버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이 그 후보다. 알란 밀러 지휘의 올바니 심포니와 연주한 이 음반에는 같은 작곡가의 바이올린 협주곡도 수록됐는데 여기서는 바이올리니스트 지윤이 협연한다. 그리고 이 협주곡은 원래 새라 장을 위해 쓴 것이라고 하니, 한국인 연주자들의 위상이 무척이나 자랑스럽다.
문학계에서도 지난달 ‘최초’의 낭보가 들려왔다. 재미한인 시인 겸 번역가 최돈미와 재일동포 작가 유미리가 권위있는 ‘전미도서상’(National Book Awards)을 받은 것이다. 최돈미는 시집 ‘디엠지(DMZ) 콜로니’로 시 부문에서, 유미리는 ‘우에노역 공원 출구’를 영역한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으로 번역부문에서 상을 수상했다.
한편 전미도서상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 문턱을 넘지 못한 ‘82년생 김지영’(조남주 저?제이미 장 번역)은 뉴욕타임스 선정 ‘올해의 책 100’에 포함됐다. 이 100권의 추천도서에는 유미리의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도 올랐다.
팬데믹이 아니었다면 2020년은 한국인의 예술적 재능이 세계에서 찬란하게 꽃을 피운 한 해가 됐을 것이다.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 4관왕 쾌거가 그 시작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시상식이 팬데믹 전에 열려서 그 영광을 충분히 누릴 수 있었던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바로 그 무렵 선댄스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을 받은 ‘미나리’(Minari)는 그렇게 운이 좋지 못했다. 한인 2세 정이삭이 감독한 이 영화는 1980년대 아칸소로 이주한 이민가정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았지만 아직까지 개봉도 하지 못하고 있다. LA 타임스는 “선댄스 영화제 40여년 역사상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을 함께 받은 영화는 8편에 불과하다”면서 더구나 올해는 근래 가장 경쟁이 치열했다고 전했다.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미나리’를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 각본, 편집, 음악, 남우주연(스티븐 연), 여우조연(윤여정) 부문의 수상후보로 점치기도 했을 만큼 호평을 보냈다. 이 영화는 오스카 도전을 위해 12월11일 뉴욕과 LA에서 제한적으로 선보인 후 내년 2월12일 개봉할 예정이다.
지휘자 김은선의 활약이 늦춰진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그는 지난해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오페라단인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의 음악감독으로 발탁되어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전세계 주요 오페라하우스에서 최초의 여성이며 최초의 아시안, 뉴욕타임스가 “역사를 만들고 있다”고 썼을 만큼 파격이었다. 지난 2월 LA오페라에서 ‘로베르토 데브뢰’ 지휘로 화려하게 데뷔한 그는 더 많은 활약이 기대됐으나 모든 공연이 셧다운 되면서 미국 내 활동은 접은 상태다.
그러나 팬데믹 때문에 취소된 가장 안타까운 문화행사는 LA필하모닉의 2020-2021 시즌이 통째로 취소되면서 사라진 ‘서울 페스티벌’이다. 내년 4~5월의 열흘 동안 잡혀있던 이 페스티벌은 작곡가 진은숙의 기획으로 한국의 현대음악을 이끄는 작곡가, 지휘자, 연주자들의 공연을 집중 소개하는 전무후무한 프로그램이었다. 부디 팬데믹 이후 LA 필이 새로 시작하게 될 시즌에서 ‘서울 페스티벌’도 부활하기를 기대해본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높은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김구 선생이 1947년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쓴 ‘백범일지’에서 ‘내가 원하는 나라’라는 글의 부분이다. 그의 소원이 70여년 만에 이루어지고 있다.
<
정숙희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총 1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내가 힘 돈 권력 바른 길로 안내할수있는 권력이있으려면 대한민국은 통일외엔 별 도리가 없다는걸 알아야하는데도 만나면 맨날 쌈박질이니 남탓이니 이웃 일본 중국 멀리 미쿡까지도 대한을 깔보고 트 같은 이는 협박을 일삼지요, 통일은 우리가 원하는 아름답고 살기좋은 3천리 강산을만들수있는 단 한가지 방법 밖에 없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