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상원의원들의 ‘트럼프 탈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선거일을 몇 주 앞둔 10월 초부터 부쩍 늘어난 현상이다. 4년 가까이 무절제한 대통령의 언행이 초래한 끊임없는 논란과 스캔들에 눈감은 채 충성해 오던 이들이 패색 짙어진 트럼프와 ‘정치적 거리두기’를 시작한 것이다.
평소 말을 아끼면서도 정치기류에 따라 미묘한 신호를 주는데 능숙한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대표의 최근 행보가 이런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켄터키 주에서 재선에 나선 그는 백악관의 느슨한 바이러스 대응 때문에 “8월 초 이후 백악관에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신의 팬데믹 대응이 A플러스를 받아야한다는 트럼프의 자화자찬을 일언지하에 거부한 셈이다.
대통령이 막판 득표를 위해 적극 추진하는 대규모 추가경기부양안에 대해서도 매코널은 “공화의원들을 설득하기엔 너무 높은 액수”라며 냉담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트럼프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공화 상원의원들의 시도는 입장에 따라 공격적 혹은 소극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공화당 텃밭인 네브라스카 주의 벤 새스는 대통령이 “우방을 배신하고, 독재자들에게 아부하며, 백인우월주의자들에게 추파를 던지고, 만취한 선원처럼 낭비하며, 복음주의자들을 뒤에서 조롱하고, 그의 가족들은 대통령직을 비즈니스 기회로 생각한다…”고 독설을 쏟아냈다.
경합주 애리조나에서 고전 중인 마사 맥샐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 것이 자랑스러운가?”라는 질문에 “난 애리조나 주민을 위해 싸우는 것이 자랑스럽다”는 동문서답으로 피해갔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민주당 도전자에게 뒤지고 있는 톰 틸리스는 백악관에서 열린 대법관 임명식에 참석했다가 코비드-19에 감염되었던 친트럼프 인사이지만 자신은 “바이든 대통령에 견제역할을 하기위해” 출마한다면서 공개적으로 트럼프 패배 이후를 언급했다.
트럼프의 팬데믹 대응과 앤서니 파우치박사 공격엔 재선 안정권에 든 텍사스의 존 코닌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접전 중인 린지 그레이엄 모두 공개적으로 반대를 표명했다.
트럼프 탈출의 배경을 미 언론들은 두 가지로 분석한다. 첫째는 ‘대통령 낙선’이 ‘상원 주도권 상실’로 이어질까 두려운 공멸 위기감이고, 다른 하나는 ‘트럼프 이후의 세상’에서 공화당이 새 로드맵을 그릴 때 유리한 입지 확보를 위한 투쟁에 대한 준비다.
트럼프 이후의 공화당에 대한 논쟁은 이미 구체화되고 있다고 CNN은 전한다. 일부에선 보수표밭에 호소력이 입증된 트럼프식 격렬한 선동적 정치의 계속을 원하고, 다른 일부에선 보다 온건한 친기업 메시지로 돌아가 트럼프에 대한 반감으로 등 돌린 여성과 젊은 층을 되찾고, 마이너리티를 포용해 보다 다양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당장 급한 것은 상원 다수당 유지다. 대선결과에 대한 내부 평가는 암울하다. 트럼프 패배를 예상하며 상원 사수를 공화당 최후의 방어선으로 다짐하고 있다고 USA투데이는 분석한다.
벤 새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패할 경우 -그럴 것으로 보이는데- 상원을 함께 끌어내릴까 우려된다”고 했고, 테드 크루즈는 “우린 백악관과 연방 상하원을 다 잃을 수 있다. 2020년 선거가 워터게이트 수준의 피바다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린지 그레이엄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당신들의 백악관 승리 확률이 높다”고 시인했다. 세 명 모두 트럼프 반대자였다가 트럼프의 강력한 아군으로 변신했던 상원의원들이다.
공화당의 상원 승리 전망도 별로 장밋빛은 아니다. 10월20일 현재 선거예측기관 ‘파이브서티에잇’이 측정한 민주당의 상원 재탈환 확률은 75%나 된다. 현재 공화의석인 애리조나, 콜로라도, 메인 주 등에서의 접전은 예상했던 것이지만 전통적으로 공화텃밭인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의 접전은 심상치 않은 물결을 의미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교외지역 공화당 유권자 상당수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아니고, 바이든을 싫어하지 않는다…그러나 한편 그들은 트럼프 광풍 4년을 사회주의 광풍 4년과 바꾸기 또한 원치 않는다”라고 매코널의 한 측근은 지적한다. 또 바이든의 승률이 87%로 예측되는 판세에서 “공화당 주도 상원이 민주당 행정부에 견제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은 효과적 메시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 패배를 공식 인정해야 하니 말하기조차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트럼프 쇼가 거의 끝나간다”는 것을 실감한 공화의원들은 자신들이 트럼프와 달리 “바르고 책임 있게 행동하는” 정치인임을 강조하며 거리두기를 시도하지만 “너무 소극적인데다 너무 늦었다”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트럼프와 거리두기는 지난 4년에 걸쳐서 했어야 했다. 선거 전 몇 주의 시도로는 별 효과를 못 얻을 것이다. 너무 늦었다. 좋든 싫든 트럼프와 함께 갈 수밖에 없다…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고 한 공화당 분석가는 진단한다.
공화의원을 트럼프에 묶어 생각하는 무당파 유권자들을 트럼프와의 차별화로 설득하는 한편 여전히 트럼프에 열광하는 공화 핵심표밭의 이탈을 막아야하는 두 난제의 균형 잡기 곡예를 해야 하는 것이 2020년 공화의원들의 곤혹스런 정치 환경이다.
자신들의 정치적 생존을 위협한다며 대통령과 결별을 시도하는 여당의원들, 이들에게 보복의 트윗 폭탄을 쏟아 붓는 대통령 - 공화당의 내전도 가열되고 있다.
<
박록 고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총 8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보수 이념을 배신하고 공화당을 트럼프 사당으로 만든 인간들 반드시 대가를 치를 것이다.
Ben Sasse는 그레이스 처치 장로님, 오바마케어도 적극반대하고, 트럼프 탄핵도 가장 강하게 반대했는데 최근 삐친것 같아여...
네브라스카주의 벤 세스 말 칼이네요!
벤 새스가 언급한 우방배신, 독재자 아부, 백인 우월주의자 추파, 복음주의자 조롱, 대통령직을 비즈니스로 생각.. 등을 평범, 상식, 이성적인시민들은 처음부터 의심하고 있었고, 확인하고자 했다. 국정을 어지럽힌 소란 중에 동물적 생존본능으로 지금도 대선에서 경쟁력이 있다. 공화당 상원들은 이 일에 전적으로 책임져야한다. 매코넬, 그레이엄, 크루즈, 새스.. 이 자들이 걸레같은 저질인간을 철통같이 비호하고, 이제는 거리를 둔다고? 나쁜 놈들... 소신, 상식, 이성적 사고를 하는 정치인들을 원한다. 걸레와 함께 쓰레기도 버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비지니스기회로 생각한다 이말이 눈에딱드러오네 가족들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