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8월 2일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은 쿠웨이트를 침공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7월 배럴당 17달러 하던 유가는 10월 36달러까지 치솟았고 미국은 불황에 빠져 들었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다국적군을 조직해 반격에 나섰고 1991년 1원 17일 ‘사막의 폭풍’이란 작전명으로 이라크군의 쿠웨이트 축출이 시작됐다. 그 후 불과 한 달 여만에 전쟁은 다국적군의 압승으로 끝났고 쿠웨이트는 해방됐다. 부시 대통령의 인기는 90%까지 치솟았고 1992년 대선 결과는 보나마나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 전쟁은 전통적 공화당과 부시에게 치명상을 입혔다. 너무나 손쉽게 이기는 바람에 잘못된 자만심을 안겨줘 아들 부시 때 이라크 침공이라는 대악수를 두게 만들었다. 공화당 주류가 몰락하고 트럼프로 대표되는 MAGA 세력이 당을 장악한 것도 이 전쟁 실패의 탓이 크다.
이보다 직접적인 영향은 전쟁으로 촉발된 불황이다. 이상 신호는 1991년 11월 펜실베니아에서 열린 연방 상원 보궐 선거에서 드러났다. 이곳 공화당 연방 상원의원이었던 존 하인즈가 비행기 사고로 죽는 바람에 열린 이 선거에서 민주당의 해리스 워포드는 부시 행정부에서 법무장관을 지낸 딕 손버그를 꺾고 승리했다. 이 의석은 1940년이래 민주당이 이겨본 적이 없다. 공화당은 패닉에 빠져들었고 다음 해 선거에서 부시는 빌 클린에게 졌다. 그 때 클린턴 팀이 내건 “문제는 경제다, 바보야!”는 지금까지 불변의 정치적 진리다.
지난 수십년간 미국 역사를 살펴 보면 경제가 나빴는데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도, 경제가 좋았는데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도 없다. 케네디 사후 1964년 대선에서 44개주를 휩쓸며 압승을 거둔 존슨은 고인플레로 유권자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1968년 선거에 출마하지도 못했다.
닉슨의 뒤를 이은 포드도, 그 뒤를 이은 카터도 결국 인플레가 발목을 잡았다. 1984년 레이건이 압도적으로 재선에 성공한 것은 인플레를 잡은 덕이 컸고 1996년 클린턴이나 2004년 아들 부시, 2012년 오바마가 이긴 것도 경제가 괜찮았기 때문이다.
2020년 도널드가 진 것이나 2024년 민주당이 진 것 모두 코로나 대응 실패로 인한 경기 악화, 고 인플레 때문이다. 다수 미국민이 2024년 도널드를 다시 택한 것은 집권 1기 때 코로나 이후를 빼고는 경제가 좋았다는 것을 기억했기 때문이지만 그 원인에는 별 관심이 없다.
집권 1기 때 경제가 괜찮았던 것은 그 주위의 참모들이 관세 장벽과 무역 전쟁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수입 자동차에 대한 고관세는 실현되지 않았고 북미 자유 무역 협정도 USMCA로 이름만 바뀐채 사실상 유지됐다. 그러나 지금 도널드에 제동을 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집권 2기가 1기와 비슷할 것으로 착각하고 그의 당선과 함께 치솟던 주가는 고율 관세와 무역 전쟁이 가시화 되면서 폭락세로 돌변하고 소비자 신뢰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컨퍼런스 보드의 3월 소비자 신뢰 지수는 4개월 연속 하락하며 7.2 포인트 떨어진 92.9로 4년래 최저, 미래 신뢰 지수는 9.6 포인트 떨어진 65.2로 12년래 최저를 기록했는데 80 이하면 불황이 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널드는 철강, 알루미늄에다 자동차, 상호 관세 등 관세란 관세는 모두 올릴 기세다. 도널드는 겉으로는 이로 인한 가격 인상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관세 인상과 경기 악화로 인한 후폭풍을 우려하는 움직임이 김지된다.도널드 취임 직후 치러진 아이오와 주 상원 보궐 선거는 민주당의 승리로 돌아갔다. 민주당의 마이크 지머는 공화당의 케이트 위팅턴을 물리쳤는데 이곳은 지난 대선에서 도널드가 21 포인트 차이로 이긴 곳이다.
그리고 지난 주 펜실베니아에서 열린 주 상원 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의 제임스 말론은 공화당의 조슈 파슨즈를 꺾고 승리했다. 이곳도 지난 번 대선에서 도널드가 16 포인트 차로 이겼고 수십년간 공화당 텃밭이던 곳이다. 이런데서 공화당이 질 수 있다면 어디도 안전하지 않다.
백악관도 위험을 느꼈는지 엘리즈 스테파닉 연방 하원의원의 유엔 대사 내정을 취소했다. 지금 연방 하원 구성은 민주당 의원 2명이 병사하는 바람에 공화당 218대 민주당 213이다. 공화당에서 3표만 반란표가 나와도 과반을 잃는다. 이런 상황에서 한 명도 아쉽다는 현실 인식이 동료들에게 작별 인사까지 한 스테파닉의 발걸음을 되돌리게 만든 것이다.
그러나 도널드가 관세 인상을 고집해 인플레가 상승하고 경기가 악화하면 투표장에서의 패배는 필연이다. 왜 스스로 발등을 도끼로 찍는 어리석음을 고집하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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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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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좋고 나ㅃ고는 정부가 정책을 잘 내놓아서 그런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냥 올랐다가 내려가고 다시 그것을 반복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호경기가 오래간다고 반드시 좋은 것도 아니는 말은 바로 이 경기사이클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다..길과 흉이 혼재하고 화와 복이 혼재한다.. 바이든이 재선을 위해서 주가를 끌어 올리느라 돈을 마구 찍어 냈다지 않던가? 트럼프는 7초달러의 단기 상환 부채를 당장 처리해야 한단다.. 누가 누구에게 바보라고 할 상황이 아닌 거 같다... .
다 들 트럼프 1기때 (코로나 사태 전) 경기가 좋았다 하지만 이것은 솔직히 오바마의 공이 크다. 부시 2세가 쓸데 없는 이라크 전쟁을 일으켜 미국 경제는 실제로 망할뻔 (달라를 찍어내지 못하는 다른 나라 같았으면 망했음) 했던 것을 오바마가 들어오면서 허리띠를 단단히 졸라맨 정책으로 서서히 경제를 살려 나갔다. 그 결과가 오바바 시대가 가고 운 좋은 트럼프가 승계받으면서 겡기가 절정에 이르렀던것. 하지만 이 좋은 경기를 더 좋게 하겠다고 (지 재선을 위해) 갖은 인센트브로 돈을 풀어 경제가 너무 활활 타게 만들어 곧 꺼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