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무게를 줄이려 애쓰고 있지만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 체중계의 숫자에 분통을 터뜨리는 독자들을 위해 한가지 꿀팁을 소개한다. 망치로 저울을 두들겨라: 이 방법이 지나치게 파괴적이다 싶으면 구세군에 저울을 기부하라. 저울을 꼭 집에 두어야 한다면 최대 150파운드까지만 측정이 가능한 새로운 모델을 구입하라.
이같은 비결의 뒤에 숨은 비밀은 심리학이다. 몸이 원하는 것보다 적게 먹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그리고 바로 이런 이유로 감량에 실패한 사람들은 비참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제대로 작동하는 저울이 없다면 실패도 있을 수 없다: 원하는만큼 맘껏 먹어도 조작된 체중계의 숫자는 절대로 올라가지 않는다.
미친 소리 같다고? 맞다. 그러나 대통령은 위축되는 미국의 고용시장에 대처하기 위해 바로 이런 꼼수를 사용했다.
지난 수개월 동안, 평론가들은 관세가 경제에 더 큰 부담을 주지 않는 이유를 궁금해했다. 많은 제조업체를 비롯한 수입업체들은 관세의 부작용을 우려해왔다. 그러나 고용지표와 국내총생산 데이터는 대단히 양호했다. 그리고 지난 금요일 노동통계국의 고용보고서가 발표됐다.
노동부산하 기구인 노동통계국은 5월과 6월의 신규고용 추산치를 25만개 이상 대폭 하향조정하고 7월에 추가된 일자리도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에 크게 못미치는 7만3,000개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했다. 새로 추가된 모든 일자리는 사실상 의료와 사회복시 서비스 부문에서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했던 제조업의 호황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런 내용의 고용보고서를 반기는 대통령은 없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차기 선거에서 집권당의 패배를 예고하는 보고서이기 때문이다. 이에 트럼프는 즉각적이고 단호한 조치를 취했다. 그는 트루스 소셜을 통해 노동부 노동통계국장 에리카 매켄타퍼를 해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노동통계국장을 역임했던 윌리엄 비치는 매켄타퍼 해임은 대단히 어리석은 짓이라면서 이는 “전혀 근거없는 위험한 선례”로 통계국 본연의 사명을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필자는 전적으로 그의 의견에 동의한다. 노동통계국을 겁박하려는 시도는 불만스런 수치를 제시한 욕실 체중계를 부수는 것과 같은 정책이다. 미개한 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이런 행태는 미국에서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사회 주변부에 속한 소수의 유권자들은 경제상황이 실제보다 좋다는 조작된 정보에 속아넘어갈지 모른다. 그러나 이 수법은 - 백악관 내의 모든 일이 순조로이 돌아가고 있다고 믿게끔 유권자들을 가스라이팅하려던 바이든 행정부가 뒤늦게 깨달았듯 그 효과가 극히 제한적이다. 이같은 속임수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어진다:
하나는 가스라이팅이 필요없는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고, 다른 하나는 풍부한 정보량을 갖고 있고, 경제 데이터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유권자들로 이들 가운데 다수는 통계숫자가 어떻게 조작되었는지 이해할 것이며 아마도 다음번 선거에서 어느 쪽에 투표할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대중은 자신의 일상적인 경험 속에서 벌어지는 일에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게 마런이다. 임금이 오르고 있는가? 친구와 친척들이 해고당하고 있는가? 새 일자리를 구하기 쉬운가? 이러한 질문에 틀린 답을 듣게되면 노동통계국이 어떤 수치를 내놓든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 대중은 실상과 전혀 다른 수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시 말해 통계 수치는 더 이상 정치적으로 중요치 않게 된다. 반면 다른 방면에서 노동통계국의 수치는 대단히 중요하다. 통계국의 수치는 시장활동뿐 아니라 중요한 사회과학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이는 수치를 신뢰할 수 있어야만 가능하다. 물론 통계는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필수적인 지침 중 하나이기도 하다.
지금 노동통계국이 내놓은 지침은 행정부가 잘못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한다. 현명한 정치인이라면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 하지만 트럼프는 그가 잘못된 길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지지자들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메신저에게 총질을 하고 싶어한다.
그는 그가 원하는대로 숫자를 조작해줄 신임 노동통계국장을 찾아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아메리칸 엔터프라이즈 인스티튜트의 경제전문가인 스캇 윈십이 지적했듯 “많은 사람들이 통계수치 작성과 분석에 관여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통계국 직원을 집단해고하지 않는 한 통계국장 교체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다. ”
설사 트럼프가 담당자들을 협박해 그가 듣고 싶은 말을 하게 만든다 치자. 그 다음은 어떻게 될까? 유권자들은 그들의 주변을 둘러보면서 미국이 길을 잃고 있다는 진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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