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본격적인 김장철에 우리나라의 3대 젓갈 시장인 강경과 광천, 그리고 전북 부안의 곰소항은 일년 중 지금이 가장 바쁠 시기가 되리라.
쌀쌀한 김장철이면 바쁘게 김장 품앗이하는 어머니들의 손은 빨갛게 얼고 우물가에 몇 백 포기의 절인 배추와 뒷담에 쌓아 올린 장작더미는 부러움의 대상 이고 했는데 요즈음의 배추 값은 한 박스에 붕어빵 한개 값도 안 되는 푸대접을 받고 있다.
아무려나 소비자는 싸서 좋다지만 배추를 버리는 것인지 경쟁사를 죽이자는 것인지 대중가요 가사처럼 아리송하다. 인격적으로 말을 빌리면 배추 한 박스에 껌 한통 값이면 배추에 대한 모독이 되고도 남으리라.
세계에서 제일이라는 건강식품인 김치의 조상이 되는 배추는 조선 배추처럼 고소해야 김장 김치가 맛있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김치의 깊고 낮은 감칠맛은 우리나라 남도의 젓갈이 좌우 하는 것 같다.
젓갈의 사용은 지방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그래도 김치 맛의 비결은 역시 젓갈임에 틀림이 없다. 젓갈의 역사는 제쳐두고 우리 고유의 반찬인 김치 맛을 이야기 할 때 젓갈은 빠뜨릴 수가 없다. 젓갈의 공통점은 주해법과는 달리 염해법인 소금으로 담궈 짠맛이 강해 현대 의학에 뭇매를 맞아 시나브로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감칠 맛 나는 남도의 젓갈은 아직도 우리의 입맛을 살려내고 있으며 대표적인 것이 어리젓이라고 부르는 얼간으로 담근 서산 어리굴젓이 유명하다. 생선 아가미로 담근 아감젓, 생선 창자로 담근 젓을 구제비젓 또는 밸젓이라고 하는데 밸젓으로 제일 유명한 것은 창란젓일 것이다.
갈치 창자로 담근 젓은 갈치창젓 또는 속젓이라고 하며 해삼 창자로 담근 것은 해창 젓, 대구창자 젓은 대창젓이다. 돔배 젓은 전어 창자로, 또라 젓은 숭어 창자로, 촉젓은 조기의 창자로 담근 것이고, 대구의 고니 젓도 있으며, 생선 알로 만든 창란젓은 지금도 유명하다.
새우 알로 만든 하란 젓은 잊혀지고 있다. 넙치(광어)알로 만든 광란 젓이 있고 오사리 잡놈이라는 말이 나온 오월의 오젓, 유월의 육젓, 가을의 추젓, 초봄에 잡은 새우로 담근 세하젓, 그리고 맛이 너무 좋아서 감동했다고 이름 부르는 곰삭은 곤쟁 젓이 바로 감동 젓이다.
또한 갈치 새끼로 담근 것이 풀치 젓이며 전어 새끼로 담근 것은 전어 사리젓, 농어 새끼로 만든 껄떠기 젓도 있고 고등어 새끼로 만든 고도리(왜놈 말이 아님)젓도 있다고 하며 청어로 만든 것을 비웃 젓이라고 한다. 초어젓은 낙지 젓이요, 나해 젓은 소라 젓이며 어리뱅어 젓은 뱅어 젓이다.
난산 젓은 양미리 새끼로 만들며, 태안 젓은 동작 젓이라고도 부르는 명태의 눈으로 담근 것이다. 이 동작 젓은 어머니가 어릴 적에 이미 사라지기 시작하여 지금은 전설이 되었다.
그 밖에 홍합 젓, 도미 젓, 모시 조개 젓, 대합 젓, 맛살 젓, 자리 돔으로 담근 자리 젓, 성게젓이 있고, 생이 젓은 민물 새우로 담근 토하 젓이라는 순수 우리말이다. 제육 젓도 있다. 바로 되 고기 젓이 제육 젓이고. 참새의 내장을 발라내고 담근 참새 젓은 이야기로만 전해올 뿐 잊혀진지 오래다.
기차와 부딪쳐도 죽지 않을 고등학교 시절, 캠핑을 가면 텐트를 치고 제일 먼저 참개구리를 잡어 뒷다리를 찢어서 불에 구어 왕소금을 찍어 소주 안주를 한 기억이 새롭다. 내가 먹던 그 참개구리 뒷다리로 담근 젓이 바로 뛰엄 젓이다. 젓갈의 기본은 젓갈의 종류에 따라 습기와 온도 그리고 염도의 궁합이 제각기 틀려서 원앙이불의 궁합이 맞아야만 특유의 감칠맛이 살아난다.
따라서 젓갈 맛은 아지노모토와 갖은 향이 뒤섞인 현대의 맛과 거리가 있으며. 맛은 각 나라마다의 문화적 배경과 역사가 어울려져 제각기 전해 내려오는 독특한 맛을 지니고 있다.
수십가지의 향료와 아지노모토에 익숙해진 세 치 혓바닥이 무슨 죄가 있을까마는 파주나 동두천 G.I.부대에서 먹다 남은 뼈다귀 잔밥이 원조인 ‘부대찌개’라는 밸도 없는 막가파 식의 음식 이름 앞에서는 그저 하염없이 부끄럽고 창피할 뿐이다.
김장철 조선 배추 꼬랭이에 생태를 토막쳐서 끓인 꼬랭이 동태국 맛을 아는가? 우리의 젓갈 맛이 많이 사라졌지만 뛰엄 젓의 맛은 어떨 가를 생각하며 우리의 3대 반찬인 굴비와 간장게장. 어리굴 젓이 있어 나는 아직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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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원 / 락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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