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분명히 수상후보에 오를 줄 알았는데 또 탈락됐다. 6일 발표된 제76회 골든 글로브상 각 부문 후보 발표에서 이창동 감독의 ‘버닝’(Burning)이 제외됐다. 이 영화는 올 칸영화제서 국제영화비평가상을 탔고 미국의 비평가들로부터도 격찬을 받아 골든 글로브상 후보에 무난히 오르리라 생각했었는데 예상이 빗나갔다. 골든 글로브상은 내가 속한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가 주는 것으로 ‘버닝’에 대한 우리 회원들의 반응도 대체적으로 좋아 수상후보에서 제외된 것이 거의 이상할 정도다. 한국 사람인 나는 당연히 ‘버닝’을 후보로 올렸다.
한국영화는 아직까지 단 한 번도 골든 글로브와 오스카상 후보에 오르질 못했다. 이제 ‘버닝’에 대해 기대할 것은 2019년 1월에 발표될 오스카상 후보에 올라 한국영화 문전박대의 징크스를 깨느냐 하는 것. ‘버닝’의 탈락과 함께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은 폴랜드의 ‘콜드 워’(Cold War)가 탈락된 것도 놀라운 일이다.
‘버닝’의 탈락에 대한 실망을 다소 위로해주는 것은 한국계 배우 샌드라 오가 TV 드라마부문(HFPA는 TV부문에 대해서도 시상한다)에서 ‘킬링 이브’(Killing Eve)로 주연상 후보에 오른 것. 이 부문 다른 후보로는 줄리아 로버츠와 엘리자베스 모스 및 케리 러셀 등 강력한 라이벌들이 있지만 샌드라의 연기는 비평가들의 격찬을 받아 수상을 기대해봄직도 하다. 샌드라는 이 역으로 에미상 후보에도 올랐었다.
이와 함께 샌드라는 오는 1월 6일 베벌리힐즈의 베벌리힐튼에서 열리는 골든 글로브 시상식의 사회를 코미디언 애담 샘버그(사진)와 공동으로 맡아 겹경사를 맞은 셈이다. 샌드라와 애담은 지난 에미상 시상식 때 코미디부문 감독상 공동 시상자로 좋은 콤비를 이룬바 있다.
한편 외국어 영화상 후보작들은 ‘로마’(Roma^멕시코), ‘카퍼니엄’(Capernaum^레바논), ‘걸‘(Girl^벨기에), ’네버 룩 어웨이‘(Never Look Away^독일) 및 ’어느 가족’(Shoplifters^일본) 등이다.
골든 글로브상은 작품과 남녀주연상 부문에 한해 드라마와 뮤지컬/코미디 부문으로 나누어 시상된다. 이번 발표에서 가장 많은 부문에 수상후보로 오른 영화는 크리스마스에 개봉될 ‘바이스’(Vice^뮤지컬/코미디). 전 부통령 딕 체이니의 생애를 풍자 식으로 다룬 것으로 작품상 외에도 감독(애담 맥케이), 남우주연(크리스천 베일), 여우조연(에이미 애담스), 각본 및 며칠 전 장례식을 치른 조지 H.W. 부시로 나온 샘 로크웰이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르는 등 총 6개 부문에서 후보에 올랐다.
다음으로 ‘페이보릿’(The Favourite)과 ‘그린 북’(Green Book) 및 ‘스타 탄생‘’(A Star Is Born) 등이 각기 작품상 등 5개 부문에서 후보에 올랐다. 드라마 부문 작품상 후보에 오른 영화들 중 기대하지 않았던 것은 ‘블랙 팬서’(Black Panther). 수퍼히로들의 영화가 작품상 후보에 오르기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블랙 팬서’의 감독 라이언 쿠글러와 함께 두 부문 10편의 작품상 후보 중 4편의 감독이 비 백인이라는 점도 돋보인다. 쿠글러와 함께 스파이크 리(블랙클랜스맨)와 배리 젠킨스(이프 빌 스트릿 쿠드 토크) 등은 흑인이고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즈’를 연출한 존 추는 아시안이다. 그런데 올해는 여성감독의 활동이 활발했는데도 여성감독이 한 명도 후보에 오르지 못해 구설수 에 오르게 됐다.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으며 뉴욕영화비평가서클에 의해 올 해 최우수작품으로 뽑힌 흑백 드라마 ‘로마’가 감독과 각본상 후보에 오르고도 정작 작품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것은 이 영화의 대사가 스페인어이기 때문. HFPA는 외국어영화에는 작품상 후보자격을 주지 않고 외국어영화상 후보로만 제한하고 있다.
HFPA는 외부로부터 자주 스타들을 너무 좋아한다는 말을 듣는데 이번 수상후보들도 스타들로 별자리를 이루고 있다. 브래들리 쿠퍼, 레이디 가가, 니콜 키드만, 샬리즈 테론, 줄리아 로버츠, 엠마 스톤, 레이철 바이스, 에밀리 블런트, 크리스천 베일, 로버트 레드포드, 에이미 애담스, 캔디스 버겐, 사샤 배론 코엔, 짐 캐리, 마이클 더글러스, 안토니오 반데라스, 페넬로피 크루즈, 휴 그랜트 그리고 글렌 클로스.
로버트 레드포드가 ‘노인과 총’(The Old Man & the Gun)으로 주연상후보(뮤지컬/코미디)로 오른 것은 어쩌면 이 영화가 그의 배우로서의 생애 마지막 작품이 될 가능성이 있어 그의 오랜 연기생활을 기리는 뜻이 크다.
해마다 수상후보 발표에는 이변이 있기 마련. 이번 발표에서 가장 큰 이변은 노래와 춤으로 요란하게 채색된 뮤지컬 ‘돌아온 메리 파핀스’(Mary Poppins Returns)가 작품상과 여우주연상 후보 등 총 4개 부문에서 후보에 올랐으나 막상 주제가상 부문에서는 제외 된 것. 그리고 ‘마마 미아’의 속편 ‘마마 미아:히어 위 고 어겐’도 완전히 물을 먹었다.
1월 6일 하오 5시부터 NBC-TV가 생중계하는 이번 시상식에서는 HFPA가 새로 만든 트로피가 주어지고 영화부문에서 생애업적상(세실 B. 드밀상)을 주듯이 TV부문에서도 생애업적상이 시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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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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