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국외소재 문화재 재단이 구 대한제국 공사관의 복원 재단장을 마치고 드디어 5월 22일 화요일 오전 10시 그 소재지인 15 Logan Circle NW 에서 ‘구 대한제국 공사관 박물관’으로 첫 선을 보인다고 발표하였다.
얼마나 오래 기다린 세월과 설렘의 기간이었던가? 복원공사를 시작한 지 3년만이며, 2012년 8월 29일의 재매입 회수 시기를 기준으로 하면 6년만의 개관이다. 또 2003년 1월 13일의 하와이 이민 100주년 기념 대회장을 맡았던 박윤수 박사님을 중심으로 한 공관 재매입 벽돌 한장 쌓기 모금 운동을 기준으로 하면 15년이 걸린 셈이다.
이 모금운동은 본국 정부의 관여없이 현지 동포들의 자발적인 역사회복운동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만하나 동포 지도자들이 제각기 ‘홍길동’으로 치밀하고 일관된 기조를 유지하지 못하여 소유주 젠킨스의 값 올리기에 막혀 동력을 잃는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이 공사관 건물에 켜켜히 쌓인 세월의 이끼를 벗기고 나면 실로 1세기가 넘는 좌절과 울분과 통한의 상흔을 보게 된다.
1910년 국권의 상실과 일본의 강탈로 소유권을 잃은 때를 기준으로 하면 108년만의 귀환이다. 또 1891년 고종황제가 대미외교를 통한 국권 회복 노력의 일환으로 당시로도 거금인 2만5천불의 궁중 사생활비인 내탕금을 기울여 신축 14년차의 아름다운 빅토리아풍의 건물을 구입했던 1891년을 기점으로 하면 문화재단이 재구입에 성공한 2012년까지 121년만의 소유권 회복이 된다. 그리고 이 달의 재개관까지를 헤아려보면 무려 127년만의 원상회복이다. 실로 엄중한 역사 흐름의 매듭 앞에 서 있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새로 여는 공사관 박물관에서 무엇을 보게 될 것인가?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단언할 수는 없으나 이 건물의 생명은 그 역사성에 있는 만큼 1910년으로 단절된 원형의 복원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따라서 1층은 정당(正堂)으로 공사관의 공식 업무 및 접견 공관으로 규장각 자료에 따라 원형 회복이 잘되어 108년 전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2층은 사무공간으로 쓰였던 층으로 원형의 모습이 별로 알려진 바 없는 듯한데 복원의 형태가 어떠할 지 궁금하다. 3층은 당시에는 공사관원의 거주공간이었으나 이번에는 외교역사 기록관으로 개발되어 생생한 역사교육에 이바지하는 가장 생산적인 공간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재미한국학교협의회(NAKS)에서는 2013년 동포의견수렴 간담회에서 엉뚱하게도 ‘민속박물관’ 언급이 나온데 반대하여 한인 학생들의 뿌리의식과 정체성 확립을 위한 ‘외교 역사 기록 교육관’으로 개발해 달라는 청원서를 관계 부서에 제출한 바 있었다. 다행히 그 청원은 외형상 충족된듯 하지만 기록내용마저 만족할만큼 ‘엄정한’ 기록을 전시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대한제국 공사관이 갖는 외교 역사적 교육 가치는 바로 이 공사관에 얽힌 ‘가쓰라-태프트 밀약’의 해독의 역사를 엄정하게 비판하여 세계 외교계에 다시는 이와같은 강대국들의 비이성적 협잡외교가 재발하지 않도록 교육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가쓰라-태프트 밀약’이란 20세기 미·일 양대국의 식민지 야욕을 위한 약소국 나눠먹기 비밀약정이다. 그 전말을 약술하면, 1895년 청일전쟁과 1905년 러일전쟁을 연달아 이긴 일본의 군사력에 놀란 미국 26대 대통령 테어도어 루즈벨트가 식민지로 점유하고 있던 필리핀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육군장관 윌리엄 태프트를 도쿄로 급파하여 당시 일본 수상 가쓰라 다로에게 일본이 욕심내던 조선의 지배 우월권을 인정해 줄터이니 대신 일본은 미국의 식민지 필리핀을 넘보지 않는다는 나눠먹기 비밀약속을 체결한 것을 말한다.
이 밀약으로 말미암아 조선은 국권을 잃고 고종황제가 국권회복을 위해 마지막 수단으로 대미외교 기지로 구입개설한 대한제국 공사관마저 단돈 5불에 강탈 당하고마는 비운을 맞게 되었으니 이 공사관은 ‘가쓰라-태프트 밀약’의 직격 피해 건물이자 증거물인 것이다. 따라서 이번 개관을 통하여 1층 정당의 100년 전 공사관 내장을 보는 시각적 관람의 호기심을 넘어 3층 역사 기록관의 게시 내용뿐아니라 ‘가쓰라-태프트 밀약’이 빚어낸 힘없는 우리 선조 민중들의 신음소리와 선비 지사들의 울분과 광복 선열들의 함성을 들을 수 있을 때 비로소 공사관 박물관을 제대로 관람했다고 자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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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원 이순신 교육운동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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