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봉희의‘클래식 톡톡(Classic Talk Talk)’
‘재즈는 시끄러운 음악이에요!’ 2017년에 개봉했던 영화 라라랜드(La La Land)에서 배우 지망생 미아(엠마 스톤)가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에게 말하는 장면의 대사이다. 재즈(Jazz)는 어떤 음악일까? 재즈는 왜 미국을 대표하는 음악으로 성장했을까? 재즈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재즈의 흐름은 어떠했을까?
재즈는 미국의 대중음악으로 분류되어 술집이나 무도회장에서 연주되기 시작했지만 이후 그 예술성을 인정받으며 서양 예술 음악사의 한 장을 차지하게 되었다.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 1882~1971)와 힌데미트(Paul Hindemith, 1895~1963) 등의 작곡가는 클래식에 재즈를 도입한 작품을 쓰기도 했다. 재즈는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음악적 색채를 가졌다. 때문에 재즈는 같은 곡이라도 연주자의 시점에 따라 다른 분위기가 연출된다. 하지만 코드의 진행에 맞게 즉석에서 다양한 멜로디와 리듬을 만드는 것이지 규칙 없이 아무렇게나 연주하는 것은 아니다.
재즈의 전신은 1890년대에 발전했던 당김음 음악인 래그타임(Ragtime)이다. 래그타임은 1870년대에 고안된 재즈 연주기법으로, 왼손 반주가 보통 2박자의 화음을 연주하고 오른손으로는 당김음을 가진 멜로디를 연주한다. 대표적인 곡이 영화 <스팅> (The Sting, 1973)의 테마곡 ‘엔터테이너(The Entertainer)’이다. 영화 <스팅>은 1936년 미국 시카고를 배경으로 폴 뉴먼과 로버트 레드포드가 주연한 유쾌한 사기극인데, 테마곡 ‘The Entertainer’는 영화만큼 유명해졌다. ‘래그타임의 왕’이라 불리는 피아니스트 스콧 조플린(Scott Joplin, 1868~1917)이 작곡한 이 곡은 가벼운 터치로 시작해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끊임없이 이어지는 신나는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1974년 빌보드 차트 3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를 얻기도 했다.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 주의 뉴올리언스(New Orleans)는 재즈 음악의 탄생지로 잘 알려져 있다. 뉴올리언스는 오랜 시간동안 프랑스와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는데, 재즈의 또 다른 전신으로 알려진 블루스(Blues) 또한 이 시기에 만들어졌다. 블루스는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끌려와 미국 남부 농장에서 일하던 흑인들의 한이 담긴 음악이다. 흑인 노예들이 고달픈 삶을 달래기 위해 노래하던 블루스에 뿌리를 둔 재즈가 태어난 지역은 뉴올리언스 안에서 매춘, 도박 등으로 유명한 스토리빌이다. 놀랍게도 오늘날 우리가 재즈에 대해 느끼는 교양 있음, 우아함과는 거리가 먼 것이 바로 재즈의 탄생이었다.
재즈는 래그타임에서 당김음 리듬을, 블루스에서 즉흥 연주의 특징을 이어받았다. 1910년대에 재즈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이 때 재즈의 형식과 스타일을 잡은 인물이 재즈 연주자로 이름을 날렸던 루이 암스트롱(Louis Armstrong, 1901~1971)이다. 1920년 이후에는 재즈음악이 본격적인 모습을 갖춰 미국 전역으로, 그리고 유럽으로까지 전파된다. 그 과정에서 재즈는 진화를 거듭해 지금의 세련되고 고급적인 이미지를 갖추게 되었다.
여러 인종이 혼합되어 있던 도시 뉴올리언스에서 흑인음악과 백인음악의 결합이 이루어지면서 재즈의 특색이 생겨났다. 재즈의 본고장답게 뉴올리언스에는 오랜 전통의 재즈 클럽들이 많다. 뉴올리언스 스타일 재즈를 일년 내내 라이브로 들을 수 있는 클럽도 남아있다. 오랫동안 프랑스와 스페인의 통치를 거친 뉴올리언스에는 현재까지도 이국적인 건물이 꽤 남아있어, 재즈가 탄생했던 시절의 분위기를 지금도 느낄 수 있다.
현재 인정받는 재즈의 첫 음반은 오리지널 딕스랜드 재즈 밴드(Original Dixieland Jass Band)의 음반으로, 1917년에 발매되었다. 뉴올리언스 흑인들의 음악을 모방한 백인들로 이루어진 밴드라는 점이 흥미롭다. 약 100년 전에 녹음된 그들의 첫 음반 곡인 ‘Livery Stable Blues’을 감상하며 현재 내가 느끼는 재즈와는 어떻게 다른 느낌인지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영화 라라랜드의 미아처럼 재즈가 시끄럽다고 느끼진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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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희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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