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보면 새로운 산업 또는 새로운 기술의 출현이나 기존 산업의 수익률 변화 등 어떤 새로운 경제현상이 목격되어졌을 때 투기적 광기는 반복되어져 왔다. 비트 코인에 투자해 큰돈을 벌었다는 소문들이 퍼지면서 지구촌 곳곳에서 암호화폐 투기 광풍이 불어 닥치고 있다.
고대 이집트나 로마시대 투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규모 투기행위가 성행하기 시작한 것은 17세기 초 네덜란드에서 비롯되었다. 1610년 세계 최초의 증권거래소가 암스텔담에 설립되었고 이곳에서 동인도, 서인도 회사 무역상품들과 그들 주식에 투자하면서 투기가 성행하기 시작하였다. 그 당시 금융거래는 투자라기 보다는 투기에 더 가까웠다. 그럼, 투기와 투자는 어떻게 구분되는가? 미국의 증권 브로커인 프레드 슈드는 “투기는 기회를 틈타 적은 돈으로 큰돈을 벌려는 행위이며, 투자는 기회를 틈타 많은 돈을 투자해 적은 돈을 벌려는 행위”라고 말하고 있다.
17세기 초 네덜란드에서 성행하였던 각종 투기행위 가운데에서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튤립 투기였다. 터키로부터 전파된 관상용 화초인 튤립은 당시 왕족, 귀족 및 거상 등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다. 튤립은 꽃 색깔에 따라 황제튤립, 총독튤립, 제독튤립 등으로 다양하게 분류되었는데 황제튤립 한 뿌리 값은 2,500길더로 27톤의 밀과 50톤의 호밀, 살찐 황소 4마리, 돼지 8마리, 양 12마리, 포도주 2드럼, 버터 10톤, 치즈 3톤, 은컵 1개와 값이 같았다. 튤립 투기는 노동을 성스럽게 여긴 칼뱅주의 전통을 송두리째 날려 버렸다.
영국의 증권시장은 17세기 후반 명예혁명이 발생한 1688년부터 시작되었다. 영국의 주식회사 설립은 해저유물 인양에 뛰어들기 위해 단순히 몇몇 돈 있는 파트너를 모집한 것으로 출발한 것이 주식회사 탄생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당시에는 금본위 화폐시절이었는데 금 생산량의 한계와 상품의 내재가치 개념에 모순이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깨닫기 시작하면서 주식과 채권 신용을 담보로 한 종이화폐는 힘을 발휘 하게 되었다. 오늘날 주식 가격 또한 회사의 실적이나 신기술, 건전한 재무재표 같은 내재가치 보다는 유동성, 즉 돈의 쏠림 현상인 투기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상품에 있어 내재라는 말은 사물의 본질인 용도를 의미하지만 경제학에서 그 내재의 가치는 항상 외부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모든 물건 안에는 어떤 가치도 없다. 그것들을 활용하고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사람들의 소유욕과 탐욕에서 발생한다. 다시말해 상품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한다. 주식도 상품과 같이 내재 가치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주가는 투자자들의 심리를 반영한 것일 뿐이다. 군중심리는 본질적으로 불안정성을 띠고 있다. 혼란의 순간 쉽게 패닉에 빠져든다. 프로이트는 “아무런 위협이 발생하지 않는데도 사소한 자극으로도 쉽게 혼란에 빠지는 것이 패닉의 본질”이라고 설명 했다.
그래서 내부자가 아니면서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아주 어리석은 일이다. 아마추어 투자자들은 고점에서 사서 저점에서 파는 우를 쉽게 범하며, 의심해야 할 때 확신을 갖고, 과감해야 할 때 망설이며, 확신이 필요할 때 의심을 품는다. 이때, 부패한 언론이 이 순간에 유용하게 나팔을 불어주면 이들의 어리고 약한 마음은 흔들리고 그들의 유약함은 작전 세력들에게는 그야말로 성공의 먹이 감이다. 주식에서 돈을 번 사람들은 다수의 순진한 인간들의 집단 심리를 이용하여 돈을 벌고 있는 투기꾼일 뿐이다.
본디, 경기순환은 투기보다는 전쟁, 정부의 재정위기 등으로 발생한 공황과 관련이 있었다. 18세기 후반 영국의 자본주의 경제가 발전하자 경기순환의 원인이 농업과 재정위기에서 신용의 팽창과 수축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오늘날 까지 이러한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경제공황은 통화정책에 기인한다. 2007-2008 금융위기는 바로 잘못된 통화 정책에서 비롯되었다.
2007-2008 금융위기 때 무제한적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은 부동산 가치를 치솟게 만들었고, 또 적정가격 이상으로 치솟은 부동산 담보를 갖고 있는 은행들은 금융상품으로 새 옷을 입혀 팔아 치워 이중으로 이익을 챙겼다. 은행들은 버블의 징조를 감지하고도 파국 직전에 동작 빠르게 시장을 빠져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과도한 부실 대출의 버블 부작용을 이용하여 돈을 벌었던 것이다.
현재의 안전을 비용으로 치르고 미래의 우연성을 선택하는 것은 투자라고 할 수 없다. 케인즈는 자본을 배분할 수 있는 권한을 투기꾼과 주식시장에 맡겨둔 정부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역사의 사례를 살펴보면 금융정보의 폭넓은 이용과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은 투기의 세계로 새로운 참여자들을 끌어들이는 효과를 낳았다. 뒤집어 말하면, 정보교환이 빠르게 진행될수록 공황의 전파는 더 신속하게 이뤄진다는 사실이다. 역사는 투기적 광풍이 필연적으로 과도한 경기수축과 공황으로 끝난다는 교훈을 1929년, 1987년, 2007년 세번에 걸쳐 알려 주었지만 암호화폐 광풍의 탐욕에 빠져 2017년을 거쳐 2018년 현재도 되풀이하는 어리석은 일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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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국 정치철학자,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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