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가족 성원과의 사별은 슬픔 그 자체지만 가장 애통스러운 경우는 부모가 자식을 먼저 앞세우는 참적(慘慽)일 것이다. 오토 웜비어(22세)의 부모 프레드와 신디 웜비어의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참담한 심정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짐작하기도 어렵겠다.
널리 보도된 것처럼 2016년 1월에 관광단을 따라 평양에 갔던 그 버지니아대학 학생은 호텔복도 벽에 붙어있는 북한찬양선전문을 여행 기념품으로 가져오려고 떼어 감춘 죄로 3월에 15년 중노동형에 처해졌던 사람이다. 그동안 가족들은 물론 미국인들의 영사문제를 대표하는 스웨덴 대사관 직원들조차 오토를 한 번도 접견을 못했었다. 약 열흘 전에 북한은 인사불성의 상태 아래 있는 오토를 갑자기 석방시켜 의료 비행기로 실려와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받던 오토는 입과 눈도 못 떼어 보고 6일 만에 숨을 거두었다.
워싱턴포스트의 프레드 하이앗 논설주간은 오토가 죽기직전에 쓴 ‘왜 내가 오토 웜비어에 대한 생각을 끊을 수 없는가’라는 칼럼에서 웜비어의 뇌사상태가 북한 간수들의 구타나 다른 종류의 가혹행위 때문에 생긴 것인가의 여부를 알지 못한다고 말한 다음 “우리가 아는 것은 건강한 젊은이가 평양에 갔다가 이유도 없이 체포된 후 부모들에게 조차 통고가 없는 상태로 세상에서 자취를 감추었다는 사실이다”라고 개탄한다.
그리고 하이앗 논설 주간은 수천 명 아니 수십만의 북한인들이 북한의 스탈린식 정권의 손에 의해 오토가 당한 것과 흡사한 범법적 학대를 받아왔다는 사실도 우리가 알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2014년에 발표된 유엔 인권위원단의 보고서를 인용한다.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DPRK)’은 시민들의 인권 유린을 철저히 체계적으로 실시한다는 요지의 그 보고서는 여러 목격증인들의 체험담을 근거로 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심문과정에서 고문이 빠지지 않는 관행이란다. 범죄혐의자들을 굶기거나 기타 비인도적 유치방법을 쓰는 것은 약과이고 정치적 범죄를 저질렀다는 혐의자들은 재판도 없이 관리소에 수감되는데 가족들에게 연락도 없단다. 그리고 관리소에 수감된 사람들은 강제된 영양실조, 고문, 중노동, 강간 및 처형 등을 통해 서서히 멸절 당한단다. 따라서 지난 50여년간 관리소의 정치범들로 희생된 사람들이 몇십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추산은 20세기 최악의 전체주의 국가들(나치독일과 소련)의 강제 수용소의 관행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하이앗은 그와 같은 UN의 보고서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정권이 유지되고 있는 현상을 개탄한다. 주변 국가들이 그 정권이 비위에 거슬리지만 편리하다고 보니까 그렇다는 주장이다. 중국으로서는 김정은이 하는 짓이 못마땅하지만 친미 또는 친서방적인 통일된 한국과 접경하는 것 보다는 북한의 완충지대라는 현상유지를 낫다고 본다는 것이다. 또 남한의 많은 시민들은 2,500여만의 북한인들을 남한생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책임이나 비용을 원치 않기에 현상이 유지된다는 견해다. 미국도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중단 시키는데만 관심이 있지 북한인들의 인권개선에는 관심이 없다는 점은 렉스, 스틸러슨 국무장관이 4월에 “우리의 목표는 정권교체가 아니다”라고 공언한데서 잘 예시된다는 주장이다.
오토와 그 가족의 비극에 분개한 나머지 미국의 상·하 양원 의원들 중 몇은 미국인들의 북한 여행금지령 입법을 고려하고 있다. 또 북한에 억류되어 있는 3명의 한국계 미국인들의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전에 버지니아페어팩스에 거주하던 김동철 씨이고 두 사람은 평양 과기대에서 가르치던 토니 김과 김학송 교수다.
워싱턴포스트 등의 보도에 의하면 모험심과 호기심이 높은 미국 젊은이들 중 북한에 여행하는 것을 세계 최악의 불량국가에 다녀왔다는 화제꺼리로 삼기 위해 북한여행에 나선다고 한다. “내가 평양의 나이트클럽에서 한잔하고서는...”라는 친지들과의 대화 시작으로 좌중을 사로 잡고자 하는 객기를 젊은 사람들이 느껴볼 만도 할 것이다. 그리고 북한 여행을 상품으로 제공하는 여행사들의 선전 문구가 젊은이들의 호기심과 모험심에 부채질을 한다는 지적이 있다.
오하이오 고등학교 때 축구팀의 주장이기도 했지만 성적이 출중해서 버지니아대의 장학생이었던 오토도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험심이 상당했던 모양이다. ‘젊은 개척자의 여행사’라는 회사에서 “당신의 어머니가 못가게 말리는 목적지에의 저렴한 여행”을 약속한 것에 이끌렸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1년에 약 1,000명의 미국인들이 북한을 방문한다는 보도다. 김정은이 1년에 100만명의 외국 관광객들을 유치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니까 관광수입이 정권유지 비용의 주요 근원 중 하나로 꼽히는 게 분명하다. 북한에 가서 돈을 쓰는 것이 김정은 정권의 포악통치 유지에 기여하는 만큼 미 국무성의 현행 경고문에 귀를 기울이는 게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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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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