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트라 궁정 그리고 에보라
▶ 왕비를 끔찍이 사랑한 왕은 별궁을 지어…
신트라 산성. 무어인들이 세웠다. 로마 시대의 수로. 해골 기도실.
-왕들의 별궁 신트라
수도 리스본에서 차로 1시간 정도 거리에 대서양으로 돌출한 호카곶 지역에 높은 언덕이 있다. 예부터 무어인들이 이곳에 성을 쌓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곳은 리스본의 무더운 날씨와 달리 항상 날씨가 서늘하고 쾌적하여 왕들이 별궁처럼 사용했다. 통칭 신트라 궁정이라 부른다.
궁정 가는 길이 하도 좁아서 일반 버스가 들어가지 못해서 외곽 버스 주차장에서부터 걸어서 가야 했다. 이 신트라 자체가 유네스코에 보존지역으로 되어 있지만 궁정은 이슬람교의 미노렛을 연상시키는 두 개의 탑이 보인다 하지만 외형으로 보아도 역시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 궁정 안에서 이런 저런 에피소드이라고 할까 역사의 짜투리 이야기는 꽤나 재미가 있었다.
돈 주앙 5세가 1717년부터 지은 이 궁은 그가 끔찍이 사랑했던 영국의 랑카스터 공주라고 불리는 그의 왕비가 리스본 기후에 적응을 못해서 그녀를 위하여 짓기 시작한 곳이다.
-백조의 방과 까치 방
실내 장식은 중국의 도자기 특히 코발트색과 이슬람의 기하학적인 문양, 그리고 남미의 영향인지 옥수수 문양 등이 주를 이루었다. 궁정 천장에 재미있는 그림이 있다. 백조의 방이라고 불리는 이 방에는 그가 사랑하는 어린 딸을 정책적으로 시집을 보낸 후 그 공주가 평소에 백조를 좋아해서 공주를 생각하며 그 백조를 천장에 그렸다고 한다.
또 하나는 그가 여자들이 그를 비아냥거리며 떠들어 대는 소리를 들은 모양이다 그는 방 이름을 까치 방(megpie)이라 칭하고 천장에 까치들을 그려 놓았다. 위트가 있어 보인다,
왕들의 초상화 마지막이 세바스티앙 왕이다. 그가 일차 모로코 원정에서 실패한 후, 나이가 젊어서인지 다시 대군을 이끌고 모로코로 쳐들어갔다가 그만 대패를 하고 전사를 했다. 젊은 나이라 후손이 없어 추기경인 그의 삼촌 엔히크 추기경이 왕권을 대행하다가 죽자 아비스 왕가는 없어지고 스페인의 필립 2세 왕이 왕권을 이어 받는다.
리스본의 항만 광장에 지진과 쓰나미의 폐허를 재건했다고 그를 기리는 큰 동상이 있는데 포르투갈 인에게 인기가 없어 꽤나 자기 알리기에 노력한 것 같다. 궁정 구경을 마치고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데 주위에 있는 기념품 가게, 그리고 버스 정류장까지 길 양옆에 공예품, 화가들의 작품들 그런대로 볼거리가 쏠쏠했다.
성 프란시스 성당. 그 앞이 전통 시장. 궁 내부 벽은 중국식,
-에보라(Evora)
지금 스페인 국경을 넘어가기 전에 도시 자체가 유네스코에 인류 문화재산으로 지정된 에보라로 가고 있다. 넓은 평야에 풀을 뜯고 있는 소들이 보이는가 하면 끝없이 일렬로 길게 늘어선 올리브 나무들이 보인다. 그런데 어쩐지 소들이 띄엄띄엄 보이고 맥이 없어 보인다.
이러한 풍경을 보다가 문득 그리스가 떠오른다. 사실 포르투갈에서는 그리스의 군사독재보다 더 길고 폭압의 안토니우 살라자르의 통치가 1932년부터 1968까지 지속되었다. 여자는 집에서 집안 살림이나 하고 자녀나 키워야 하며 하다못해 집 안팎에 더위를 피하려고 매년 두 번씩 하는 하얀색 페인트도 주부가 해야 한다는 독재에다 교조적인 살라자르이었다.
그가 죽자 필연적으로 분수를 훨씬 뛰어 넘는 복지정책 그리고 부동산 붐, 설상가상으로 유럽 연합 가입에 유로화 사용, 재정위기, 그리고 IMF 구제 금융, 국가에 재산 팔아 빚 갚기…. 이러한 일련의 뉴스거리가 그리스에 집중되어서 그렇지 포르투갈 역시 같은 코스이었다.
현재의 상태가 긴축 재정으로 IMF 구제 금융을 갚았으나 아직도 국가 자산을 팔고 있다. 그러니 경제 현실은 그리스보다 더 나쁜 것 같았다. 축 늘어진 소들이 한 예인 것 같다. 포르투갈은 폭염으로 소를 키우기가 적절하지 않다. 그러나 유럽 연합에서 소를 키우라고 추천해서 기른다고 한다. 글쎄 양이나 키울 것이지 하는 생각에 잠겨 있을 때에 버스가 에보라에 도착하였다.
-성 프란시스 성당의 납골당
성 프란시스 성당에 들어가기 전에 성당 앞에 한때 유명했다는 재래시장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연 점포가 달랑 5개이었다. 이제는 여자들이 일을 해야 하기에 아침에만 문을 연단다. 그리고 이 5개의 점포는 관광객을 기다리며 집에서 만든 치즈, 과일, 과자를 팔려고 열고 있었을 뿐이었다. 역시 이제 여자들도 일을 해야 하는 현실을 인식한 것 같다.
바로 길 건너에 성 프란시스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꽤나 실내 장식과 조각, 그림들이 화려하다. 그러다가 한곳에서 나는 발을 멈추었다. 납골 기도실(Ossuary Chapel)이라고 불러야 하나? 기도실 벽, 천장이 모두 사람들의 해골과 뼈로 되어 있었다. 신실한 신자들의 뼈로만 되어 있다고 한다. 문에 ‘언제인가 당신도 이곳에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라는 뜻의 포르투갈 글이라고 설명을 들으니 등골이 오싹했다. 그냥 급히 빠져 나왔다.
천정은 이슬람식이 대부분이었다.
-광장의 노인들
시내 광장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참으로 마음이 이상한 것은 여행을 나서면 음식 값은 맥도날드보다 싸고 그리고 버젓한 레스토랑인데 자꾸 값이 비싼 기분이 든다. 한참 메뉴를 들쳐 대다가 10유로로 둘이서 맛있게 먹었다.
창밖을 보니 광장 한 구석에 나이가 든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서 있다. 나중에 들으니 그냥 할 일이 없는 나이든 사람들이 하루 종일 그렇게 서성거리며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서울의 파고다 공원, 종묘 앞의 노인들이 생각이 났다. 포르투갈 실업률이 20%가 넘는다 한다. 버스를 타려고 아직도 남아있는 로마 신전의 기둥을 향하여 걸으면서 기념품 가게들을 섭렵했다. 이로서 나의 에보라의 방문은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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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이영묵 전 워싱턴문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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