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봉희의‘클래식 톡톡(Classic Talk Talk)’
하이든(Franz Joseph Haydn, 1732~1809)은 일생에 단 하나의 트럼펫 협주곡을 남겼다.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 내림마장조>는 트럼펫을 전공하는 사람이라면 꼭 배우는 작품이며, 한국에서는 대학교 입학 시험을 위한 실기 곡으로 많이 지정되고 있다. 하이든이 남긴 협주곡은 자필 악보나 신빙성 높은 필사 악보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의 트럼펫 협주곡은 자필 악보가 존재한다. 자필 악보에 의하면 이 작품은 1796년 오스트리아에서 작곡되었으며, 하이든이 작곡한 마지막 순수 관현악 작품이다.
하이든은 당시 오랜 친구이자 빈 궁정 악단의 트럼펫 연주자 안톤 바이딩거(Anton Weidinger, 1766~1852)가 고안한 새로운 트럼펫을 접한 뒤 자신의 트럼펫 협주곡을 작곡하였다. 트럼펫은 금관 악기 중 가장 높은 음을 내는 악기로 오늘날 트럼펫은 음높이를 변화시키기 위해 밸브(valve)를 가진 밸브 트럼펫을 의미한다. 하지만 당시 트럼펫은 오늘날처럼 키와 밸브를 가진 형태가 아니었고, 구멍이 뚫리지 않은 긴 관으로 만들어졌다. 때문에 음역뿐만 아니라 표현도 제한되어 있었다. 트럼펫 거장이었던 바이딩거는 관에 구멍을 뚫어 5개의 키가 달린 트럼펫을 만들어 다양한 실험을 하였다. 그가 고안한 악기는 기존에 연주하기 어려웠던 반음계를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었다.
론도 형식의 3악장이 가장 유명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은 오늘날 가장 유명하고 널리 연주되는 트럼펫 협주곡으로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곡이다. 바이올린이 첫 주제를 제시하고 관현악이 그 선율을 힘차게 이어받으면서 1악장이 시작된다. 2악장은 느린 안단테 악장으로, 시칠리아풍의 춤곡 주제를 트럼펫과 관현악이 대화를 하듯 우아하게 연주해 나간다.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악장은 가볍고 힘찬 선율과 리듬으로 가득한 피날레 3악장이다. 3악장은 시원한 트럼펫 소리가 인상적이다.
오는 5월 12일(금, Meyerhoff Hall)과 13일(토, Strathmore Hall), 볼티모어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앤드류 발리오 (Andrew Balio)의 연주로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 위스콘신 출생의 발리오는 2001년부터 볼티모어 심포니 오케스트라 수석 트럼펫 연주자로 활동 중이다. 그는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아시아 전역에서 마스터클래스를 펼치고 있다. 발리오는 15세때 위스콘신 주 밀워키 오케스트라와 하이든 협주곡을 연주하며 데뷔하였는데, 무르익은 나이에 다시 연주하는 그의 하이든 협주곡은 어떨지 궁금해진다.
이 연주에 네덜란드 라디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를 맡고 있는 독일 출신의 마르쿠스 슈텐츠(Markus Stenz, 1965~)가 객원 지휘자로 함께한다. 미국을 대표하는 20세기의 거장인 레너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 1918~1990)과 그레미상을 수상한 오자와 세이지(Ozawa Seiji, 1935~)를 사사한 슈텐츠는 2012년까지 10년간 독일의 명문 악단 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의 수석지휘자로 활동하였으며, 현재 한국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수석객원지휘자이기도 하다. 그의 지휘 아래 오케스트라가 함께 만들어내는 음악의 해석이 기대된다.
하이든과 동시대에 살았던 대표적인 작곡가로 모짜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와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을 꼽는다. 그 중 1774년 봄에 작곡된 모짜르트의 교향곡 29번을 시작으로 이 음악회는 문을 연다. 교향곡 29번은 그가 18세에 작곡한 것으로, 모짜르트 연구가 알프레드 아인슈타인은 이 작품을 “기적”이라고 표현하였다.
어머니의 날(Mother’s day)을 맞아 동시대에 살았던 두 작곡가, 하이든과 모짜르트의 음악을 어머니께 선물해보는 것은 어떨까?
Baltimore Symphony Orchestra
5월 12일, 13일 저녁 8시
Markus Stenz, conductor
Andrew Balio, trumpet
음악회 프로그램:
Mozart: Symphony No. 29
Haydn: Trumpet Concerto
Detlev Glanert: Frenesia (BSO Premiere)
Strauss: Till Eulenspiegel’s Merry Pranks
<
이봉희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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