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봉희의 ‘클래식 톡톡(Classic Talk Talk)’
길었던 겨울이 지나고 봄을 한껏 느낄 수 있는 화창한 날씨가 계속 되고 있다. 봄 시즌에는 콘서트에서도 무거운 작품보다는 보통 밝은 분위기의 작품들이 연주된다. 작곡가들도 꽃들의 향연이 펼쳐지는 계절의 영향을 받아서일까? 제목에 ‘봄’이 들어간 작품들을 꽤 발견할 수 있다. 따사로운 빛을 쬐며 감상하기 좋은 클래식 작품들을 소개한다.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Sonata for Piano and Violin No.5 in F Major ‘Spring’, Op.24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베토벤을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로 기억하지만 그는 바이올리니스트이기도 했다. 베토벤의 바이올린 연주는 그의 피아노 연주만큼 훌륭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가 남긴 바이올린 작품들을 통해 베토벤이 바이올린에 대해 잘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바이올린에 깊은 애정을 쏟았음을 알 수 있다.
당시 각 가정에서는 음악을 즐기는 문화가 보편화되어 있었고, 특히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는 인기 있는 장르였다.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은 꽃이 활짝 핀듯한 아름다움을 표현하였다. 베토벤이 청력을 완전히 잃은 후에 작곡되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따뜻하고 낙천적인 작품이다. 베토벤은 1악장에서 피아노가 아닌 바이올린이 먼저 주제를 제시하는 것으로 설정하였다. 화사한 봄날 아침의 상쾌함을 표현한 아름다운 선율이 바이올린을 통해 더욱 부각되게 하였다. 2악장에서는 1악장의 선율이 신비스럽게 재현되고, 역동적인 스케르초(Scherzo)의 3악장으로 이어진다. 밝은 분위기의 4악장의 론도(Rondo) 주제는 여러 차례 다른 리듬으로 변화하여 매번 새로운 느낌을 준다.
Johann Strauss II (1825~1899) Frühlingsstimmen (Voices of Spring) Op.410
왈츠란 18세기말 오스트리아에서 발생한 보통 빠르기의 3/4박자 춤곡이다. 많은 왈츠를 작곡한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왈츠의 황제’로 불린다. 1882년에 작곡된 그의 <봄의 소리 왈츠>는 무도가 아닌 연주회용 작품으로 작곡되었다. 원래 소프라노 독창곡으로 작곡되었지만, 오케스트라 곡으로도 많이 연주된다. 경쾌하고 우아한 선율이 환희에 넘친 봄을 묘사한다. 1980~90년대 한국에서 TV 광고 배경음악으로 많이 사용되어 사람들의 귀에 익숙한 이 작품은 생기 있는 리듬과 새가 지저귀는 듯한 부드러운 선율을 가진 가벼운 왈츠이다.
비앙카 비앙키(Bianca Bianchi, 1855~1947)는 빈 궁정 오페라 극장에서 유명한 소프라노였다. 그녀의 목소리는 슈트라우스가 새로운 작품을 작곡하는데 영감을 불어넣어주었다. 그렇게 작곡된 것이 ‘솔로 소프라노를 위한 왈츠’인 〈봄의 소리〉이다. 리하르트 주네(Richard Genée, 1823~1895)의 시를 가사로 하여 봄의 싱그러움과 희망을 노래하였다. 이 작품은 때때로 슈트라우스의 오페레타 ‘박쥐’ 2막에 삽입 아리아로 사용되기도 한다.
Robert Schumann (1810~1856) Symphony No.1 in B flat Major ‘Spring’, Op.38
슈만이 작곡에 몰두하기 시작한 것은 과도한 연습으로 손가락 부상을 입은 뒤부터였다. 그는 피아니스트였기 때문에 초기작은 대부분 피아노를 위한 곡이었다. 하지만 1840년에는 그의 ‘가곡의 해’라고 불릴 만큼 가곡을 많이 작곡하였고, 1841년에는 교향곡이 많이 작곡되어 ‘교향곡의 해’라고 불린다. 특히 교향곡 1번 <봄>은 슈만이 클라라와의 결혼 직후에 쓴 작품이라 행복과 사랑의 감정으로 가득하다.
웅장한 소리를 가진 호른과 트럼펫의 연주로 1악장이 시작된다. 제1주제는 봄을 연상하듯 현악기가 경쾌한 선율을 연주하고, 제2주제는 서정적인 선율을 목관 성부가 연주하면서 대비를 이룬다. 2악장과 3악장에서도 현악기가 주를 이룬다. 플루트와 바이올린이 짧게 서주를 제시하고 바이올린이 서정적인 제1주제를 연주하며 피날레 악장이 시작된다. 피날레 악장의 코다는 슈만의 행복한 감정을 표현하듯 더욱 밝고 힘차다. 슈만이 그린 낭만과 열정이 담긴 ‘봄’은 어떨 지 감상해보자.
*오늘의 추천 작품 감상 목록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5번 작품번호 24 <봄> 1악장 (10분 소요)
슈트라우스 작품번호 410 <봄의 소리 왈츠> (6분 소요)
슈만 교향곡 1번 작품번호 38 <봄> 1악장 (13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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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희 피아니스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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