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봉희의 ‘클래식 톡톡 (Classic Talk Talk)’
19세기 후반, 민족마다 각기 다른 개성과 특징이 당시의 음악어법과 맞물리면서 서양음악사에 새로운 형태의 음악들이 등장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민족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국민주의 음악이다. 국민주의는 나폴레옹의 세계 정복에 대한 반항으로 일어나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었다. 국민주의 음악가로는 러시아에서 중심이 된 러시아 5인조(발라키레프Balakirev, 퀴Cui, 보로딘Borodin, 림스키코르사코프Rimsky-Korsakov, 무소르그스키Mussorgsky), 체코의 스메타나(Smetana)와 드보르자크(Dvořák), 노르웨이의 그리그(Grieg), 핀란드의 시벨리우스(Sibelius) 등이 있다.
안토닌 드보르자크(Antonn Leopold Dvořák , 1841~1904)는 그 중 선두주자로 두각을 나타냈던 체코의 작곡가이다. 그는 미국 인디언의 민요 선율과 보헤미아적 어법을 조합하여 이국적인 곡을 씀으로써 국민주의 음악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드보르자크는 주로 교향곡 작곡가로 알려져 있지만 오페라, 실내음악, 가곡 등도 작곡하며 활발한 활동을 하였고, 뉴욕 국립음악원National Conservatory of Music of America 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Symphony No.9 in E minor Op.95 “From the New World”드보르자크는 1865년 첫 교향곡을 시작으로 총 9개의 교향곡을 남겼다. 그 중 새해와 잘 어울리는 부제를 가진 4악장 구성의 교향곡 9번 (작품번호 95번) “신세계로부터”를 소개한다. 이 교향곡은 드보르자크가 미국에 방문 중이던 1893년에 완성되었는데, 미국이라는 신세계에 머물고 있던 그가 낯선 곳에서 살면서 느낀 감정들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완성한 음악편지였다. 드보르자크는 이와 비슷한 시기에 미국에서 작곡한 첼로 협주곡(Cello Concerto in B minor Op.104)과 현악 4중주 제 12번 “아메리카”(String Quartet No.12 “American” in F major Op. 96) 등의 걸작도 낳았다.
교향곡 “신세계로부터”는 체코 민족음악의 특징뿐만 아니라 미국의 인디언과 흑인 음악과의 조화가 명쾌하게 잘 이루어졌다. 이 교향곡은 1893년 뉴욕의 카네기홀에서 안톤 자이들(Anton Seidl, 1850~1898)이 지휘하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New York Philharmonic에 의해 초연되어 기립 박수를 얻으며 성공을 거둔다. 이 후 “신세계로부터”는 드보르자크의 가장 유명한 교향곡이자 미국인들에게 가장 사랑 받는 교향곡 중 하나가 되었으며, 2008년 뉴욕 필하모닉의 평양 방문 시 이 교향곡을 연주하는 등 뉴욕 필하모닉의 대표 연주곡이 되기도 하였다. 또한 1969년, 미국의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Neil Armstrong, 1930~2012)이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했을 때 이 교향곡을 듣고 있었다고 전해져 인류가 최초로 우주에 전한 음악으로 남겨졌다.
1악장은 느린 서주로 시작한다. 이 후 소박하고 이국적인 멜로디가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며, 미국의 재즈에서 출발한 래그타임(약박에 강세가 주어지는 당김음의 효과를 강조한 흑인음악 양식)이 등장한다. ‘꿈 속의 고향’ 이라는 소제목으로 유명한 느린 2악장은 애절한 향수의 주제 선율이 악장 전체를 감싼다. 잉글리쉬 호른이 흑인 영가를 부르는 가수의 목소리와 비슷하다는 표현이 있는데, 2악장에서는 이 악기의 저음을 바탕으로 한 서정적이며 토속적인 선율을 감상할 수 있다. 2악장과 대조되는 역동적인 3악장은 익살스럽고 경쾌한 면을 담은 스케르초(Scherzo) 악장이다. 3악장까지는 신세계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했다면, 4악장에서는 각 악장의 주제들이 합쳐진 당당한 행진곡풍의 주제가 힘차게 전진하며 웅장하게 마무리된다.
고전적인 균형과 조화가 잡힌 구성 안에서 민족적인 선율과 리듬을 융합하여 체코적 감성을 아름답게 표현하고자 했던 드보르자크의 대표작 “신세계로부터”를 감상하며 새해를 활기차게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길 바란다.
문의 bhlee09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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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희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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