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금 독일에서 여름을 보내고 있는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의 독일인 동료 엘마 비블로부터 e-메일이 날아왔다. 지금 베를린에서는 김치의 인기가 날이 갈수록 열기를 더해 가고 있는데 네 칼럼에 그 얘기를 쓰면 어떻겠느냐면서 자기가 한국식당 ‘프로이라인 킴치’(Fraulein Kimchi·사진) 앞에서 목격한 경험담과 함께 자기가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
한 독일인 노부부가 ‘프로이라인 킴치’ 앞에서 나누는 얘기를 들었는데 부인이 한다는 소리가 “저것 봐요. 저 여자 이름이 킴치네. 참 예쁜 이름이기도 하지”라고 하더라는 것. 물론 이 부부는 김치가 무엇인지 모르는 것이 분명한데 이 말을 옆에서 들은 다른 독일인 부부가 이 노부부에게 김치에 대해 자상히 설명해 주면서 ‘코리안 자우어크라우트’인 김치가 독일에서 날이 갈수록 인기가 치솟고 있다고 알려주더라는 것이다.
그리고 엘마는 독일에서 ‘킴칠리셔스’(김치와 영어로 맛있다는 뜻의 딜리셔스의 합성어)라는 말까지 생겼다면서 자기도 김치 팬이라고 부언했다. 물론이다. 내가 엘마를 데리고 코리아타운의 한국식당에 데려가 갈비와 함께 김치를 먹였으니까.
그래서 엘마가 가르쳐준 대로 컴퓨터로 자료를 찾아보니 베를린 김치열풍의 주인공은 한국인 로렌 리씨. 한국에서 태어나 토론토와 LA에서 성장, 지난 2007년 베를린으로 이주한 로렌씨는 8세 때부터 요리하기를 시작했는데 이모에게서 배웠다고 한다.
지금 로렌씨는 베를린에서 가장 뜨거운 각광을 받고 있는 새 셰프 중 하나로 김치뿐만 아니라 한국과 독일과 캘리포니아 요리를 혼합한 음식으로 베를린 시민들의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로렌씨가 운영하고 있는 식당이 한국어로 번역을 하면 ‘김치 아가씨’인 ‘프로이라인 킴치’로 로렌씨는 식당 경영 외에도 김치요리 강좌에 케이터링 서비스까지 하면서 독일에 김치 맛을 전파하고 있다. 그리고 TV와 신문 등 언론매체에서도 로렌씨가 만든 ‘킴치 라멘버거’를 비롯해 그녀의 김치요리를 보도하면서 김치는 맛이 있을 뿐만 아니라 건강식이어서 더 좋다고 칭찬하고 있다.
나는 이 글을 쓰기 위해 전 세계 외국인들로 구성된 HFPA의 동료기자들에게 김치에 대한 소감을 물어봤다.
‘난 전에 코리아타운에 살아서 김치를 꽤나 많이 먹어 봤다. 처음 먹었을 때 느낀 새콤한 맛이 좋아서 이젠 코리아타운에 가기만 하면 김치를 찾게 된다. 한국하면 김치부터 생각난다.’ (티나 크리스튼슨-덴마크)
‘난 한국 김치를 사랑한다! 내게 매운 김치를 제공하던 한국인 이웃이 최근에 이사를 해 이젠 내가 김치 만드는 방법을 배워야겠다. 김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발효식품으로 타운 어디서 살 수 있는지 가르쳐주세요.’ (오드 모리스-노르웨이)
‘김치는 오랫동안 내 일상의 한 부분이 되어 왔다. 쌀밥 위에 김치만 있으면 다른 음식 필요 없지.’ (유끼꼬 나까지마-일본).
‘난 김치를 사랑해. 먹을수록 자꾸 더 먹고 싶게 만들어요.’ (재넷 네팔레스-필리핀)
‘난 부산영화제에 갔을 때 김치를 맛본 좋은 경험이 있다. 비록 한국인들과 다른 입맛을 지녔지만 김치는 다른 음식과 함께 먹으면 기운을 넘치게 만드는 한국 음식만의 특성을 지닌 맛 좋은 요리다.’(세르게이 라클린-러시아).
‘난 코리안 바비큐를 좋아하는데 김치 없인 먹을 수가 없지.’ (메헤르 타트나-인도)
‘난 김치를 존경한다. 그것이야말로 전 세계가 알아야 할 음식이다. 맛있고 채소로 만든 부드러운 건강식으로 무슨 음식과 같이 먹어도 잘 어울린다. 불고기와 김치는 나의 새 집념으로 절대로 놓치지 않을 것이다.’ (루이 코임브라-포르투갈).
그런데 팔레스타인계 유대인인 샘 아시는 내게 “김치가 뭐지”라고 되물어왔다. 무식한 친구 같으니라구.
김치를 좋아하는 외국인들은 HFPA 동료기자들뿐만이 아니다. 얼마 전에 서울에 갔다 온 맷 데이먼도 기자회견에서 내게 “서울에서 김치 잘 먹었다”고 말했고 최근 한국인 부인과 이혼하기 전까지만 해도 니콜라스 케이지도 “엄마”(장모)가 해주는 김치를 좋아한다고 자랑스럽게 알려줬었다. 그런데 한국사람 하고 살면서도 김치를 안 먹는 사람이 우디 알렌이다. 우디는 기자회견서 내게 “난 김치가 너무 매워 안 먹는다. 그러나 내 아내 순이와 아이들은 김치를 아주 좋아한다”고 말한 바 있다.
김치는 종류도 많다. 배추김치, 무김치, 총각김치, 파김치, 나박김치, 백김치, 오이김치, 갓김치, 보쌈김치, 부추김치, 동치미, 고들빼기 등 외에도 수십가지에 이른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김치는 옛날에 어머니와 할머니가 김장을 담그면서 만들어주던 김장 속을 담은 소금에 절인 배추다. 입안이 얼얼해지도록 맵고 얼큰한 그 맛이야말로 지금도 생각하면 입안에서 군침이 절로 흐른다.
피코 블러버드에 있는 추어탕집에 들어가니 벽에 ‘김치는 한국인의 자존심’이라고 써 붙여져 있다. 그렇다. 김치는 한국인의 자존심이다. 모두들 많이 먹고 건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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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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