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나 음악적으로 모두 혁명적이었던 베토벤처럼 극적인 인물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는 평생을 질병과 우울증 그리고 고독과 짝사랑에 시달리면서도 결코 자신의 이런 운명에 굴복치 않은 프로메테우스와도 같은 저항인이었다.
음악가로서 청각을 잃은 베토벤의 삶은 역경을 극복한 승전가로 그의 변덕스런 성격과 드라마틱한 인생이야 말로 영화의 소재로서 안성맞춤이다.
베토벤에 관한 영화로 고전 걸작은 프랑스의 거장 아벨 강스가 감독한 ‘베토벤의 삶과 사랑’(The Life and Loves of Beethoven·1937)이다. 베토벤의 일생을 상상력을 동원해 재구성한 표현력 강한 작품으로 덩지가 큰 코주부 프랑스 명우 하리 바우어가 베토벤으로 나와 강건한 연기를 한다.
영화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베토벤이 32세 때인 1802년 10월 휴양 중이던 비엔나 인근의 광천마을 하일리겐슈타트에서의 산책 장면. 청각을 거의 상실한 베토벤이 시골길을 산책하다 나무 밑에 앉아 머릿속에 떠도는 새소리, 냇물소리, 대장간소리 그리고 천둥과 빗소리를 들고 있는 악보에 음표로 적는다. 이 때 온갖 소리를 사용한 음향효과가 극적이요 아름다운데 이 장면은 베토벤이 ‘전원 교향곡’을 작곡하는 모습이다.
나는 지난 2006년 5월 비엔나를 방문했을 때 그가 묵으면서 유서를 썼던 하일리겐슈타트의 집을 찾아갔었다. 그 때 비를 맞으면서 베토벤이 거닐었을 보리수 길을 따라 걸으며 잠시나마 베토벤의 고뇌와 고독을 생각했었다.
베토벤 영화로 잘 만든 또 다른 것은 게리 올드맨이 베토벤으로 나오는 ‘불멸의 연인’(Immortal Beloved·1994·사진). 베토벤의 개인비서이자 그의 전기를 쓴 안톤 쉰들러가 베토벤 사후에 발견된 ‘불멸의 연인’에게 남긴 연애편지를 근거로 베토벤의 여인들을 찾아다니면서 베토벤의 삶을 회상하는 식으로 엮었다. 영화음악은 조지 솔티가 지휘하는 런던 심포니오케스트라가 연주했다.
이안 하트가 베토벤으로 나와 그 때까지의 교향곡의 틀을 완전히 바꿔 놓은 ‘에로이카’ 교향곡을 작곡할 때의 내용을 다룬 ‘에로이카’(Eroica·2003)도 좋은 베토벤 영화로 사운드트랙의 음악은 존 엘리옷 가디너가 지휘했다. 그리고 청각장애와 고독에 시달리는 베토벤(에드 해리스)과 그가 자신의 악보 정리를 위해 고용한 여음악학도와의 관계를 그린 여류 아그니스카 홀란드 감독의 ‘카피잉 베토벤’ (Copying Beethoven·2006)도 볼만하다. 사운드트랙의 피아노 연주는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의 것이다.
이들 극영화 못지않게 흥미 있는 것이 기록영화 ‘베토벤을 찾아서’(In Search of Beethoven·2009)이다. 유명 음악인들과 음악학자 및 역사학자들과의 인터뷰와 베토벤의 음악과 서한 등을 통해 베토벤의 개인적 삶과 음악 그리고 그의 예술혼을 다루었다.
그런데 새로 베토벤 영화를 만든다면 과연 어느 배우가 베토벤으로 적합할까. 내 생각에는 케이블 TV 쇼타임의 인기 시리즈 ‘정사’의 도미닉 웨스트가 적격이다.
베토벤의 음악 중 삼척동자라도 아는 것이 ‘타 타 타 타’로 시작되는 ‘운명’ 교향곡의 제1악장 첫 부분과 ‘합창’ 교향곡 제4악장의 합창 ‘환희의 송가’일 것이다. ‘운명’의 첫 부분은 디스코가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1970년대 중반 월터 머피에 의해 ‘베토벤의 다섯 번째’라는 디스코로 편곡돼 빅 히트를 했었다. 이 곡은 그 후 눈이 먼 여자 피겨스케이터의 역경을 극복한 인간 승리의 로맨스 드라마 ‘아이스 캐슬’의 스케이팅 장면에서 멋있게 쓰여졌다.
‘환희의 송가’가 폭력장면에서 쓰여져 변태적인 쾌락감을 느끼게 한 것이 스탠리 쿠브릭이 감독하고 말콤 맥도웰이 주연한 사회비판 영화 ‘클라크웍 오렌지’다.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은 앙드레 지드의 소설 제목으로 쓰여졌다. 아내와 아들을 둔 목사가 소녀 때 데려다 키워 성장한 눈 먼 거트루드를 사랑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비극이다. 영혼의 삶과 세속의 삶의 혼란 속에서 빚어지는 드라마로 1946년에 신비롭게 아름다운 미셸 모르강 주연의 프랑스 동명영화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음악의 신과도 같은 베토벤보고 “저리 물러가라”고 노래한 락뮤직이 있다. 비틀즈가 요란하게 부른 ‘롤 오버 베토벤’(Roll Over Beethoven). 동네 DJ에게 로킨 리듬 뮤직을 틀어 달라는 편지를 쓰겠다면서 “베토벤아 무덤에서 돌아누워라/그리고 차이코프스키에게도 그 뉴스를 말해라”라고 떠들어대고 있다. 이 노래는 원래 미국 록가수 척 베리가 부른 것을 베리의 팬들인 비틀즈가 편곡해 불러 히트했다.
LA필이 요즘 LA 다운타운의 디즈니 콘서트홀에서 2015~2016시즌 개막곡으로 베토벤의 교향곡 전 9곡을 연주하고 있다. ‘불멸의 베토벤’(Immortal Beethoven)이라는 제목으로 11일까지연주되는 사이클은 모두 베네수엘라 태생의 구스타보 두다멜이 음악감독인 LA필(제1,2,5,6번)과 베네수엘라의 청소년 오케스트라 시몬 볼리바 심포니 오케스트라(제3,4,7,8번)가 번갈아가며 연주하고 제9번은 두 오케스트라와 LA 매스터코랄이 함께 연주한다.
문의는 laphil.com이나 (323)850-2000.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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