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일제강점기에서 국권을 다시 찾은 광복 70주년이다. 70년이란 개인의 인생에서도 고희(古稀)로 기념할 만큼 특별하며, 국가의 역사에서도 묵직한 의미가 담긴 연수(年數)다.
광복 70주년을 맞이하여 고국은 물론 미주 한인사회에서도 그 어느 해 보다 활기차고 다양한 모습으로 광복절을 기념하고 의미를 되새겼다. 특별히 미주지역에서 활동한 200여 명의 독립유공자들을 찾아내고 그 후손들을 초청하여 독립 운동가들의 기상을 기리고, 후손들에게 축하와 감사를 표한 점은 매우 큰 의미가 있으며, 이는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고 본다.
우리 민족에게 광복절의 정서는 특별하다. 일제로부터 국권을 회복한 기쁜 날이지만 마냥 기뻐할 수도 없는 날이다. 1945년 미국과 소련에 의하여 38선으로 분할된 가운데 광복을 맞이하였고, 이어 1948년 8월과 9월에 남한과 북한이 각각 단독정부를 세움으로 광복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민족이 분단되었고, 6.25 전쟁을 거쳐 그 분단이 근 70여 년에 이르는 오늘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해마다 광복절 무렵이 되면 광복절 본래의 의미, 정부수립에 따른 건국절 논란 그리고 겨레의 통일에 대한 염원 등 3중(三重)의 의미가 뒤섞인 가운데 8월을 보내곤 한다. 그렇게 보낸 지가 어언 70년이다. 광복절을 경축하고, 건국절 논란이 정리 되고, 간절한 통일의 염원이 이루어지는 온전한 광복절의 완성은 겨레의 통일에 있을 것이다.
물론 아직 남북한 사이에 서로 합의된 통일 일정표(road map)는 없다. 그러나 그간 적지 않은 통일 노력들이 있었다. 1972년 역사적인 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되었고, 2000년 6월에는 분단 후 처음으로 남북 정상이 만나 6.15공동선언을 통하여 경제협력을 통한 민족경제 발전을 합의하였고, 2007년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는 역사적 상징과 감동 가운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경제협력 확대를 합의하기도 하였다. 또한 역대 정부와 통일전문가들에 의하여 북진통일론, 중립화론, 흡수통일론, 민족공동체방안(1993), 김대중 3단계통일론, 고리Corea통일방안(오인동, 2013), 드레스덴 선언(박근혜 정부, 2014) 등 다양한 통일 방안들도 제기 되었다. 그러나 남북한은 여전히 통일에 대하여 진지하고 건설적인 논의보다는 공허하게 서로의 주장만 고집하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
왜 이렇게 통일이 어려운가? 물론 한반도를 둘러 싼 복잡한 국내외 정세도 있겠으나, 근본적으로는 서로 “하나” 되려는 노력과 용기가 부족한 우리의 모습에서 찾아야 할지 싶다. 말 그대로 통일(統一)은 나누어진 것들을 ‘하나”(一)로 합치는 것인데, ‘하나’ 가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여기서 “하나”란 나누어진 두 개를 묶어 단지 외형적으로 하나를 만드는 물리적 개념이 아니다. 이러한 물리적 통일은 통일 후 통일비용, 실업문제, 빈부격차, 분열, 내전 등 엄청난 갈등을 유발할 위험을 지닐 수 있다.
통일의 과정에서 찾고 이루어야 할 “하나”란 남북한이 서로 수용 할 수 있는 뜻 곧 비전과 목적에 있어서의 “하나”를 의미한다. 통일을 이루려면 먼저 이 “하나”가 정리되어야 한다. 남북한은 오랜 분단의 역사 속에서 형성된 적대감과 이질감을 극복하고, 서로 동의하는 이 ‘하나’를 찾아내야 한다. 이것이 통일의 첫걸음이다. 서로 동의하고 수용하는 “하나” 없이 통일을 하면 그건 병합이나 통합이지 진정한 의미의 통일이 아니다.
남북한이 “하나”를 찾아가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한은 평화통일이 우리 민족의 시대적 사명임을 자각하고, 적대적 관계를 내려놓고, 서로 마음을 열고, 서로 신뢰하고, 서로 양보하고, 서로 경청하는 가운데 서로 동의 할 수 있는 하나의 체제, 하나의 정신, 하나의 문화, 하나의 비전(vision)을 찾아 가야 한다.
통일을 위한 통일은 아니다. 진정한 통일은 상대방에 대한 비방이나 적대적 행위를 내려놓고, 남북한이 같은 민족으로 빛나는 문화를 빚어내고, 서로 평화롭게 살고, 서로 자유롭게 오가고, 서로 경제적 번영을 이루며, 함께 세계의 평화와 인류의 발전에 기여하는 그리하여 우리 민족이 가야 할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아내는 일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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