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발표된 2014년도 오스카상 각 부문 후보명단에서 탈락된 사람들 중 가장 심한 충격을 받은 둘은 아마도 탐 행스(사진 왼쪽)와 로버트 레드포드일 것이다.
행스는 ‘필립스 선장’에서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납치된 화물선 선장으로 나와 비평가들의 격찬을 받았으나 주연상 후보에서 탈락됐다. 레드포드는 1인극 ‘올 이즈 로스트’에서 침몰하는 범선을 탄 채 바다를 표류하는 남자로 77세 생애최고의 연기라는 평을 받았으나 역시 주연상 후보에서 밀려났다.
행스는 과거 주연상을 두 번이나 타 덜 섭섭할지 모르겠으나 인생 황혼기에 들어선 레드포드는 아직 연기상을 한 번도 타지 못해(‘오디나리 피플’로 감독상 수상) 이번 탈락이 매우 서운했던 것 같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탈락은 ‘올 이즈 로스트’가 너무 소수의 극장에서만 상영됐기 때문이라며 배급사인 라이언스게이트의 홍보부족을 나무랐다.
행스는 이번에 여러모로 수모를 당했다. 그가 월트 디즈니로 나온 ‘세이빙 미스터 뱅스’는 오스카 회원들이 좋아할 만한 영화인데도 작품상을 비롯해 호평을 받은 행스 역시 조연상 후보에서 탈락했다. 소설 ‘메리 파핀스’의 영화화를 놓고 디즈니와 저자 P.L. 트래버스 간의 실랑이를 그린 이 영화에서 트래버스 역을 호연한 엠마 탐슨도 주연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또 작품상 등 총 6개 부문에서 수상 후보에 오른 ‘필립스 선장’의 감독 폴 그린그래스와 역시 작품상 등 총 5개 부문에서 수상 후보에 오른 ‘허’의 감독 스파이크 존즈가 모두 감독상 후보에서 탈락된 것도 뜻밖이다. ‘허’에서 컴퓨터의 인공지능 여자와 음성으로 사랑을 나누는 남자 역을 민감하게 연기한 와킨 피닉스가 주연상 후보에서 탈락된 것도 작은 이변 중 하나다.
지난해 칸영화제서 심사위원 대상을 타고 비평가들의 격찬을 받은 포크송 영화 ‘인사이드 르윈 데이비스’가 달랑 촬영과 음향믹스상 후보에만 오르고 다른 모든 주요 부문에서 탈락된 것이야말로 가히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하겠다.
훌륭한 흑인영화들이 여러 편 나온 지난해에 백악관에서 모두 8명의 대통령의 시중을 든 흑인집사의 실화인 ‘버틀러’에서 주연한 포레스트 위타커와 그의 부인으로 나온 오프리 윈프리의 남녀 주·조연상 후보 탈락도 화제거리다.
영화의 내용을 놓고 비평가들과 팬들이 모두 극단적인 찬반론을 벌인 ‘월스트릿의 늑대’가 작품을 비롯해 남우주·조연과 감독 및 각색상 등 모든 주요 부문에서 후보에 오른 것도 주지할 만한 일이다. 1980년대 말 월스트릿을 무대로 활약한 젊은 사기꾼 조단 벨포트의 실화인 이 영화는 섹스와 드럭과 알콜이 난장판을 이뤄 극단적인 것을 꺼려하는 오스카 회원들의 호응을 못 받을 것이라는 예진을 받았었다.
벨포트 역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상 후보에 오르면서 탐 행스와 로버트 레드포드가 수상 후보에서 밀려났고 이 영화로 감독상 후보에 오른 마틴 스코르세지는 이번으로 모두 8번째 오스카상 후보에 오르는 기록을 냈다.
특히 벨포트의 하수인으로 나온 조나 힐이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것은 매우 뜻밖이다. 그는 2년 전에도 ‘모니 볼’로 조연상 후보에 올랐었다. 또 해마다 오스카 만화영화상을 독식하다시피 해온 픽사의 ‘몬스터 대학’이 후보서 탈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이번에 여러 부문에서 수상 후보에 오른 영화들 중 대부분이 독립영화들이다. 메이저 영화는 ‘그래비티’와 ‘네브래스카’와 ‘필립스 선장’ 3편뿐이다. 또 지난해와 달리 각 부문에서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는 영화들 중 여러 편이 흥행서 크게 성공했다.
둘 다 작품상 등 총 10개 부문에서 수상 후보에 올라 최다 부문 후보작들이 된 ‘그래비티’와 ‘아메리칸 허슬’의 지금까지 국내 총수입은 각기 2억5,700만달러와 1억1,700만달러. ‘필립스 선장’은 총 1억500만달러 그리고 ‘월스트릿의 늑대’는 총 9,100만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3월2일 할리웃의 돌비극장에서 열릴 2014년도 오스카 시상식에서 가장 확실한 것은 케이트 블랜쳇이 ‘푸른 재스민’으로 그리고 재렛 레토가 ‘달라스 바이어즈 클럽’으로 각기 여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을 탄다는 것이다.
남우주연상은 ‘달라스 바이어즈 클럽’의 매튜 매코너헤이 그리고 감독상은 ‘그래비티’의 알폰소 쿠아론이 받을 것이 유력하다. 가장 점치기 어려운 것이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작품상 부문. ‘12년간 노예’와 ‘그래비티’ 그리고 ‘아메리칸 허슬’의 3파전인데 현재로선 어느 작품이 상을 탈지 예측불허다. 나의 2013년도 베스트 무비는 ‘그래비티’였다.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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