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여름에 에드워드 스노든이란 계약직 컴퓨터 기술자가 폭로하기 시작한 미국 국가안전부(NSA)의 광범위한 도청과 정보 수집 행태에 관한 보도들은 점입가경(漸入佳境)을 이루고 있다. 물론 9.11 사변과 같은 테러의 재발을 방지해야 하는 임무를 띤 정보기관들이 알 카에다나 탈레반 등 테러 집단에 속한 자들의 통신을 엿듣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미국 일반 시민들의 전화나 인터넷상의 통신이 도청되는 것은 해외정보 비밀법원의 수색 영장이 있는 경우라도 프라이버시 침범에 해당된다. 정보기관 또는 연방검사의 일방적인 주장만 고려되는 비공개 법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군주의 귀와 눈이라는 염탐꾼 즉 스파이의 역사는 국가들의 경쟁 내지 대립 역사와 병행해왔고 21세기의 국가운영에 있어서 첩보의 중요성은 간과할 수 없다지만 최근 미디어 보도가 사실이라면 NSA의 해외 정보 수집은 정상이라고 볼 수 없다. 왜냐하면 NSA가 35개국의 대통령과 수상 같은 정상들의 통화 내용을 도청했다는 보도이기 때문이다. 특히 불란서의 올랑드 대통령과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같은 소위 우방의 최고 지도자들의 통신을 도청했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 처사이다.
미국이 핵무기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 북한이나 이란 정권수뇌들의 통화 내용을 도청하는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9.11 테러 몇 주범들이 독일과 관계가 있었다는 사실과 아울러 아직도 유럽에 존재하는 알 카에다 동조자들의 움직임을 파악할 필요성도 메르켈 수상의 휴대폰에 대한 도청을 정당화시킬 수 없다. 더군다나 휴대폰을 애용하는 메르켈이 수상직에 오르기도 전인 2002년부터 그를 도청해왔다는 데야 본인은 물론 독일 조야가 흥분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미국 정부 조직상 NSA를 관장한다 할 수 있는 국가정보국(DNI)의 제임스 클래퍼 국장이 의회의 청문회에 출석하여 증언한 내용 중에는 불에 기름을 뿌리는 듯한 말도 포함되어 있어 너무 지나쳤다는 생각이 든다. ‘카사블랑카’라는 1940년대 유명 영화 장면에서 부패될 대로 부패된 경찰서장이 주인공의 카페에서 도박이 벌어지는 것을 돈 받고 묵인해왔으면서도 쇼킹하다면서 폐쇄시킨 것을 예로 들어 외국 지도자들에 대한 정보수집과 같은 감시는 첩보의 기본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미국의 동맹국들도 미국을 상대로 첩보활동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클래퍼의 대응은 어느 정부도 다 하는 일이니까 흥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지만 연방의회 상원의 정보위원회의 파인스타인 위원장과 일부 의원들의 의견은 다르다. 외국 정상들에 대한 도청은 정보위원회에 보고된 바 없다고 시사하면서 적어도 우방의 정상들에 대한 도청은 중단되어야 한다는 것이 파인스타인의 견해인 듯하다.
그런데 메르켈 수상의 배경을 생각해 보면 그의 전화 도청은 더욱 충격적이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는 공산 치하에 있던 동독에서 출생하여 1980년대말 독일이 통일될 때까지는 악명높은 동독 비밀 경찰 스타시의 시민 감시 억압체제 아래 살았던 사람이다.
그리고 오바마가 금년 8월까지는 NSA가 메르켈 수상 등에 대한 NSA의 도청을 모르고 있었다는 월 스트리트 저널의 보도가 진실이라면 오바마의 국사 장악력과 영도력에 큰 회의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중평이다. 오바마가 매일 아침 정보 요약서를 열람하는데 메르켈에 대한 언급이 있어서 어떻게 그가 생각하는 것까지를 끄집어내는 듯한 내용이 있을 때 왜 그것을 캐보지 않고 4년반 가까이를 허송했을까가 의문시 되는 것이다. 만약 메르켈에 대한 도청을 알고 있으면서도 묵인했다면 미국과 독일 정상들 사이의 신뢰도에 큰 금이 가서 영국 다음으로 가까운 우방과의 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될 것이다. 독일의 관계자들이 미국에 파견되어 백악관 주요 참모들 및 정보당국 책임자들과 회의와 검토를 거치는 것은 양국의 관계가 악화되어 유럽 지역의 안보, 경제 및 통상 관계에 큰 지장을 주는 일이 없도록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일 것이다.
아마도 한국이 포함되었을 35개국 정상들에 대한 도청 사건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정보기관들의 일탈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 9.11 사변 같은 국가 긴급 상황 시에 민간 출신 최고 지도자들이 정보 전문가들의 정책 제시에 귀가 솔깃해져서 자국민들은 물론 외국 시민들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소위 우방의 지도자들의 사적 영역까지를 엿볼 수 있는 가능성을 인정하고 그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될 중요성을 절감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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