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목요일에 상원의 양당 지도자들이 도출해낸 타협안이 통과되어 16일이나 계속된 연방 정부의 셧다운이 해제되고 16.7조 달러의 연방부채 한도액의 증액이 가능해졌기에 망정이지 나 자신도 셧다운의 파장에 작은 영향을 받을 뻔했다. 워싱턴 DC의 한 변호사와 함께 연방 정부에 대한 송사를 맡고 있는 바 정부 쪽 변호사들 둘이 셧다운 때문에 출근을 못했기 때문에 11월13일에 예정된 판사실에서의 원고·피고 사이의 타협 회동이 연기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목요일부터 다시 출근하기 시작한 45만 정도의 연방 공무원들이야 오바마가 한밤 중에 서명한 법 가운데 그 동안 못 받았던 봉급을 받게 되는 조항이 들어 있어 다행이지만 DC를 포함한 많은 관광 지역들에서 비즈니스로 생업을 유지하던 사람들의 손실은 그대로 남아 있고 정부 하청업체들의 손해도 엄청나 셧다운의 피해총액이 250억불까지 추산된다는 보도이다. 또 만약 하원에서 존 베이너 의장이 40여명의 티타피 성향의 의원들의 압력으로 오바마 건보법에 대한 예산 지급 정지나 시행 연기를 끝까지 고집해서 부채 한도액이 초과되는 목요일까지도 타협이 없었다면 소위 경제적 아마겟돈이 발생되어 미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경제를 파탄시켰을 지도 모르는 위기일발의 순간을 넘긴 것이다. 그러나 예산 집행은 내년 1월15일까지 불과 3개월 부채한도액은 2월7일까지만 연장해 놓았기 때문에 공화 민주 양당은 잠시 동안 휴전을 이루었을 뿐 또다시 위기를 겪어야 할지도 몰라 안심이 안되는 게 사실이다.
사실은 오바마 건보법이 감당할 수 있는 의료법(Affordable Care Act)이란 공식 명칭을 가졌지만 2010년 3월23일에 발효된 973페이지나 되는 그 법은 아마도 오바마의 최대 업적이거나 그에 가까울 것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그의 반대자들이 오바마 이름을 집어넣어 부르던 것이 일상 명칭으로 둔갑한 것이다. 공화당에서 즐겨 지적하는 것처럼 상하 양원에서 공화당 의원들이 전부 부표를 던졌고 그 법에 대한 반대자들이 티파티 운동을 벌려 그해 중간 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의 다수당이 되는 바람에 오바마의 운신의 폭이 상당히 줄어들었었다. 그러나 민주당이 오바마의 반론처럼 예상을 뒤엎고 보수적인 로버츠 대법원장이 진보 성향의 네 판사와 동조하여 그 법이 합헌적이라는 대법원 판결문(2010년 3월23일)을 발표했을 뿐 아니라 2012년 대선에서 오바마가 재선됨으로써 그 법은 확립된 연방법이라는 주장도 사리를 벗어난 것이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헤리티지재단이 출발시킨 헤리티지 액션 같은 극우성향의 압력단체들이나 그런 단체들의 총아로 등장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 오바마 케어를 아주 없애거나 대폭 수정하는 것을 공화당이 연방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조건으로 내세웠으니 오바마나 민주당이 타협을 거절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연방 정부의 셧다운으로 시민들은 오바마와 민주당 보다는 공화당을 더 원망한다는 것이 여론 조사의 결과이다. 지난 주 NBC와 월스트리트 저널의 여론 조사는 미국민들의 21%만이 티파티에 대한 호감을 가졌고 24%만이 공화당에 대한 호감을 가졌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같은 시민들의 반감 물결 앞에서 공화당의 온건 중도파들이 공화당의 앞날을 걱정하기에 이른 모양이다. 우선 정부의 셧다운 만은 풀어놓고 예산이나 부채 한도액 증액 등에 대한 협상을 해야 된다는 존 맥케인 상원의원 등의 주장이 먹혀들어 미치 맥코넬 공화당 원내 총무와 해리 리드 민주당 원내 총무와 함께 타협안을 내놓게 되었던 것이다.
해롤드 마이어슨이란 워싱턴 포스트의 진보 논객은 티파티의 영향을 받은 공화당원들이 아주 위험한 정치사상을 가졌다고 비난한다. 19세기의 미국 남부 정치가 존 칼훈의 ‘연방법 실시의 거부(nullification)란 정책을 옹호했었던 것을 답습한다는 것이다. 그 정책 또는 교리는 주정부들이나 타인종에 비해 소수인 백인들이 다수결에 의한 법집행을 방해하고 연방법을 무효화시킬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남북전쟁 후 흑인 남자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연방 헌법의 개정이 이루어졌지만 남부의 모든 주들이 연방법을 무시하고 흑인들의 참정권을 100년 이상 짓밟아온 역사적 사례를 든다.
테드 크루즈는 텍사스주의 초선 상원의원인 바 티파티의 주장 격으로 매스 미디아에 자주 오르다 보니 심지어는 대통령 꿈까지도 꾼다는 추측마저 있다. 그러나 미국상공회의소나 전국 제조업체연합회 등 공화당의 돈줄이 되어 왔던 유관 단체들마저 티파티와 그에 따라 장단을 맞추어 왔던 공화당에 대해 셧다운은 중지하고 부채 한도액은 증가해야 한다고 공언하기에 이른 마당에 크루즈의 인기(?)는 소위 사상누각(砂上樓閣)이라는 게 정확한 전망일 듯하다. 1월이나 2월에 10월초부터 겪었던 불안의 연속이 재연되는 일이 없어야 될 터인데 양당 지도자들이 ‘아이들처럼 싸우지 말고 어른답게 행동’할는지 글쎄올시다.
(정정: 지난 주 부자들의 공화국(?)이란 칼럼에서 부자 하나가 2년마다 선거 헌금을 할 수 있는 액수가 350만불이라고 한 것은 현재가 아니라 대법원에서 원고 승소를 안겨 주는 경우 가능한 액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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