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시컬 음악의 계절이 막 시작된 이 가을에 미 클래시컬 음악계에 2건의 커다란 불상사가 일어났다. 지난 시즌부터 경연진과의 봉급 인상 협상 부진으로 지금까지 폐업을 하고 있는 미네소타 오케스트라는 최근의 협상 결렬로 아직까지 이번 시즌 개막의 커튼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또 하나의 다른 불상사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이어 뉴욕에서 두 번째로 큰 뉴욕시티 오페라가 아예 문을 닫기로 결정한 것이다.
110년의 역사를 지닌 미네소타 오케스트라는 유진 오르만디, 디미트리 미트로풀로스 및 안탈 도라티 같은 저명한 지휘자들 밑에서 성장하며 연주를 한 오케스트라다. 이 오케스트라는 특히 1937년부터 12년간 상임 지휘자 직을 맡았던 미트로풀로스(당시 이름은 미니애폴리스 심포니) 밑에서 크게 성장했다. 나는 학생 때 자주 가던 종로의 고전 음악 감상실 르네상스에서 미트로풀로스가 지휘하는 이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종종 듣던 기억이 난다.
미네소타 오케스트라의 파업은 단원들에 대한 봉급 인상(아니 봉급 삭감)을 놓고 노사 간의 협상이 깨어졌기 때문이다. 경영진은 600만달러에 이르는 재정적자를 처리하기 위해 단원들의 봉급을 향후 3년간에 걸쳐 현 연봉(13만5,000달러)에서 17.7%를 깎겠다고 제의하자 단원 측은 이에 4.7%로 맞서다가 협상이 결렬된 것이다.
지난 가을부터 시작된 단원들과 경영진 간의 대결이 이렇게 오래 계속되자 얼마 전에는 필립 글래스와 스티븐 스터키 등 91명의 작곡가들이 양자 타협을 촉구하는 서한까지 보냈으나 별무 효과였다.
이런 양자 간 불협화음에 시달리던 핀란드 태생의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오스모 반스카(60ㆍ사진)도 계약만료 2년을 남겨 놓고 최근에 사임했다. 동향인 시벨리우스의 음악 해석에 뛰어난 반스카는 미네소타 오케스트라를 미 굴지의 오케스트라로 올려놓는데 큰 구실을 한 지휘자다.
클래시컬 음악계의 몸살은 결국 2008년부터 시작된 미 경제 불황 때문이다. 경기가 안 좋으니까 후원금과 청중이 줄어들면서 오케스트라가 살림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2008년 이후 지금까지 클래시컬 음악을 비롯해 모든 예술행사의 참관객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클래시컬 음악의 청중은 2008년에는 조사 대상자 중 9.3%를 차지했던 것이 지난해에는 8.8%로 감소했다. 그리고 청중의 연령은 고령화(55세 이상)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네소타 오케스트라의 직장폐쇄도 이 같은 경기침체의 부산물인 셈이다. 경기침체로 2011년에는 소위 미 오케스트라의 ‘빅 5’ 중 하나인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가 파업신청을 했었고 루이빌 심포니는 2010년에 파산했고 호놀룰루 심포니와 시라큐스 심포니는 아예 문을 닫아버렸다.
그런데 미네소타 오케스트라와는 달리 내슈빌 오케스트라는 8월에 연봉이 무려 15%나 깎였는데도 연주를 계속하기로 해 눈길을 끈다. 내슈빌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이 커뮤니티에서의 우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라며 봉급 삭감을 수용했다.
이들 오케스트라들과는 달리 단원들과 경영진 간의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흑자를 올리고 있는 것이 LA 필과 오렌지카운티의 퍼시픽 심포니다.
LA 필 단원들은 최근 2017년까지의 재계약을 마쳤는데 그 때까지 연봉은 3.8%가 인상돼 개인 평균연봉이 15만4,000달러가 된다. 상임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의 활력과 그로 인한 청중의 반응 그리고 최고 경영자로 뉴욕 필에서 온 데보라 보다의 뛰어난 운영이 호흡이 잘 맞아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LA 필의 지난 3년간 축적된 예산 초과액은 2,880만달러에 이른다.
한편 액수는 작지만 칼 세인트 클레어가 상임지휘자로 있는 퍼시픽 심포니는 지난 시즌 16만달러의 예산 초과기록을 냈다.
1943년에 창립된 뉴욕시티 오페라의 폐쇄는 비상기금 운영비 700만달러를 조달 못해서다. 이 오페라는 전 뉴욕시장 피오렐로 라구아디아가 ‘대중의 오페라’라고 불렀던 오페라로 2008년 이후 계속해 재정적 곤란을 겪어오다 이번에 아예 문을 닫아버린 것.
이 오페라는 과감한 레퍼터리의 선택, 신인 가수들의 기용 및 실험적 활동 등으로 뉴요커들의 사랑을 받아 왔었다. 현 LA 오페라 단장인 플라시도 도밍고도 가수 생애 초기 이 오페라에서 노래를 불렀었다. 그는 뉴욕시티 오페라의 폐쇄에 대해 “뉴욕처럼 크고 돈 많은 도시가 도시에서 두 번째로 큰 오페라를 지원하지 못한다는 것은 가공할 일”이라고 개탄했다.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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